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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의 생계형 범죄

소요유 : 2009. 4. 25. 16:47


조기숙의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언론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도를 하는데,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사람을, 권력을 동원한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참모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일을 했겠느냐”며 “나도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일련의 말은,
내가 앞의 글에서 인용한 서프라이즈란 속칭 노빠 사이트의
독고 성을 가진 사람의 논법과 하나도 그르지 않다.
(※ 참고 글 : ☞ 2009/04/08 - [소요유] -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

“대통령이 되시고 나서 갚아야 할 빚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그것을 헤아리지 못한 것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것을 알았더라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돼지저금통을 채웠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었나 봅니다.

만약 저희가 대통령님의 어려움을 알고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드렸더라도 지금 이 시기, 저들의 의도적 칼날 앞에선 ‘불법적 자금 조성’이 될 수밖에 없었을 테지요.”

사실 이런 논법은 이제 와서 되짚어 따지고 보면 노무현이 원조다.
한나라당의 차떼기에 견주어, 그는 당시 이리 말했었다.

“한나라당이 사용한 불법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썼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

그를 중심에 두고 따라 움직이는 저들은 이를 본받아 더욱 갈고 닦았음인가?
일취월장 교묘한 수사술(修辭術)이 더욱 환장할 정도로 늘었다.
대통령을 고대 물러난 사람이 빚을 질 까닭이 어디에 있겠으며,
게다가 생계를 염려할 지경이란 저 읍소 작전은 얼마나 가소로운가?

저들이 제 정신이라면 감히 국민들 앞에서,
대통령이란 사람의 그 많은 월급, 연금, 예우 혜택을 두고도 저리 뻔뻔한 말이 도대체 나올 수가 있는가?

이 땅엔 비정규직이 근 반수에 이르고,
88만원 세대 운운의 까무룩 넋이 나갈 정도의 어지러운 세태인데,
대통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이들 서민들이 모두 들까마귀떼가 되어 천하를 훑는 도적이 되어도,
하나도 수상한 노릇이 아니 되겠고뇨.

저들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는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과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파조로 구차한 모습을 연출할 때는 한층 구질스럽기 짝이 없다.
까마귀가 날개를 편들 어찌 하늘을 모두 가릴 수 있겠는가?
(烏鴉展翅遮不住天)

조기숙, 그는 이어 이리 말했다 한다.
"내 얘기의 본질은 `생계형 범죄'라는 말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는 점"이라며 "그러나 내 발언이 오해를 샀다면 내가 부적절한 예를 든 것이다."

이 장면은 바로 앞에서 내가 예로 든 서영석의
“....... 개혁을 팔아먹으면 10년은 간다는 얘기에는, "팔아먹는다"는데 방점을 찍을 때 "저런 써글넘"이란 반응을 일으키겠지만, 저는 "10년은 간다"는 얘기에 방점을 찍기를 권유합니다.”
(※ 참고 글 : ☞ 2009/04/24 - [소요유] - 개혁장사)

이 말과 사뭇 유사하다.
제가 스스로 야기한 문제의 현장에서,
슬쩍 논점을 곁 도랑 밑으로 미끄러뜨리며 의뭉스레 딴전을 핀다.
여간 떳떳치 못한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정치라는 것이 도당 패거리를 지어 제 사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닐진대,
어찌 하여 제 편, 제 식구라면 무작정 저리 닦아주며 훔쳐줄 수 있는가 말이다.
한 정치인이 있어 한 때 기꺼워하며 좇아 기렸다한들,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면, 분연히 바로 일어나 되잡아 타이르고,
나아가 꾸짖으며 바른 길로 인도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라 저런 볼썽사나운 행티를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것은,
그저 저잣거리를 횡행하며 무리지어 패륜을 저지르는 깡패집단의
제 식구 챙겨주는 갇힌 윤리, 저들이 말하는 검은 의리와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새삼 새길 것도 없이 바름을 추구하는 것이라.
누구처럼 1/10의 비리니까 괜찮다고 우쭐거리는 한 온전한 정치가 설 수 없다.
물론 그가 역대 어느 위정자보다 부패의 정도가 덜할 것이라 짐작은 된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나서 1/10이기에 깨끗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뭇 단작스럽고 염치없는 짓이다.
그럼 1/10을 넘어 1.1/10은 어떠하며, 1.2/10는 아니 된단 말인가?
차라리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그날 그는 그리 고백하며, 마당을 새로 쓸고 물을 축여 고르고,
새로 역사를 만나고 국민을 대하여야 했다.

그날 이후 여전히,
1/10은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처럼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고,
그의 추종자들 역시 생계형 잘못이라고 스스럼없이 떼를 쓰는 것 아닌가?

도무지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들이다.
조기숙이 한 때 정치행정을 담임했던 자인데,
이리 본데없는 말을 하는 것 보니,
그가 그 당시 한 때,
동학농민혁명군 유족에게 사과했던 자취가 다시 떠오른다.

상관도 없는 지난 일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내가 조금은 미안한 노릇이지만,
기왕에 의식 위에 드리워진 것이니,
이를 빌어 그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그 날 그 부끄러움을 고백하던 그 충정(衷情)을
오늘에 다시 한 번 되살려 역사 앞에 정직하게 재우쳐 통곡하기를 권하노라.

그 역시 한 때 노무현과 함께 자리를 하였으니,
더불어 책임의 일단을 느끼지 못할망정 어찌 '정치보복' 운운하며 이를 앞세워
잘못을 가려 변명하기에 급급할 수 있으리요.

설혹 정치보복이라한들,
그것은 그것대로 대응하면 될 노릇이지,
어찌 감히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
이다지도 국민들을 얕볼 수 있음인가?

전직 홍보수석 조기숙씨에게,
내 다시 묻노니,
과연 대통령이 생계형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진정 믿고 있음인가?

참으로 해괴한 노릇이다.
어줍지 않게나마 저들을 잠깐 일시 믿었던 나로서는
두루두루 면구스럽기 짝이 없을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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