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용병하는 법

소요유 : 2009. 4. 14. 09:34


중국 역사를 읽다보면,
어린아이들이 등장하여 어른보다 더 높은 식견과 재주를 펴는 경우를
왕왕(往往) 접하게 된다.
이게 어린 아이 자신이 총명한 경우도 있지만,
제 아버지를 대리로 하여 그 뜻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때도 적지 않다.
사실은 이게 사뭇 재미있다.
물론 이 경우는 자신이 직접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술수를 부리는 것이로되,
그래도 제 의사는 아들을 내세워 은근슬쩍 회중(會衆)에게 던져,
그 도모하는 바 뜻을 펴는 방식인 것이다.

자신이 직접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혹 잘못되어도 적당히 구실을 대고 빠져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는 은근히 상대의 옆구리를 질러 그를 꾀이는 수작질일 때도 있다.

당시에는 적당한 메신저 역할을 할 수단이 제한되어 있었으니,
자신의 자식을 이용하였겠거니 싶다.
지금은 각종 매체가 발달되어 굳이 오해의 위험이 있는 제 식구를 쓸 까닭은 없겠지만,
서술(敍述) 구조속에서 어린아이가 지혜의 말을 발하는 장면은 제법 인상적이다.

나는 틈틈히,
이런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기회를 보아 차차 여기에 옮겨 기록하기로 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우선 전자의 예에 해당하는
난서(欒書)의 어린 아들 난침(欒針)에 대한
이야기 한토막을 적어둔다.

오늘은,
그가 말한,

整, 暇.

이 두 글자를 가만히 음미하고자 하는 것이다.

***

.... 때에 송공공(宋共公)은 상경인 화원(華元)을 진(晉)나라에 파견했다.
죽은 진경공(晉景公)을 문상하고 겸하여,
새로 왕이 된 진려공(晉厲公)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화원은 진나라의 난서(欒書)와 함께 상의했다.

“만약 진나라와 초나라가 서로 우호관계를 맺게되면,
남북간의 전쟁도 면할 것이고 백성들도 도탄에서 살아날 것이오.”

난서가 대답한다.

“초나라를 어디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러자 화원이 말한다.

“나는 원래 자중(子重=公子嬰齊)과 친하오. 하니 이 일은 나에게 맡겨주시오.”

이에 난서(欒書)는 그의 어린 아들 난침(欒針)을
화원이 초에 갈 때 함께 딸려 보냈다.

時宋共公遣上卿華元,行吊於晉,兼賀新君。
因與欒書商議。欲合晉楚之成,免得南北交爭,生民塗炭。
欒書曰:“楚未可信也。”
華元曰:“元善於子重,可以任之。”
欒書乃使其幼子欒針,同華元至楚,

난서는 초나라에 가서 먼저 공자 영제(公子嬰齊)를 만났다.
공자 영제가 난침을 보니 나이는 어리나 생김새가 제법 우람하니 준수해보였다.
화원에게 물어 그가 중군원수 난서의 아들임을 알게 되자,
공자 영제는 그 재주를 시험하려고 난침에게 물었다.

“귀국에서는 군사 쓰는 법이 어떠하오?”

난침이 대답하여 말한다.

“정돈(整).”

이에 다시 묻기를

“그외 용병함에 무슨 장기라도 있나뇨?”

난침이 답하여 말한다.

“여유(暇).”

공자 영제가 찬탄하여 말한다.

“남이 어지로울 때 자신은 정돈하고,
남이 바쁠 때 자신이 한가하니 여유롭다면 어찌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겠는가?
두 글자가 가위(可謂) 간단하지만 그 뜻이 무궁무진하도다.”

이에 공자 영제는 난침을 더욱 무겁게 공경했다.
드디어 초왕을 인견하고 양국은 통호하기로 의론을 정했다.

“양국은 서로 경계를 지키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노니,
싸움을 먼저 도발하는 자에겐 귀신이 그를 죄주어 벌하리!”

마침내 양국은 기일을 정하여 동맹을 맺었다.

先與公子嬰齊相見。
嬰齊見欒針年青貌偉,問於華元,知是中軍元帥之子,欲試其才,
問曰:“上國用兵之法何如?”
針對曰:“整。”
又問:“更有何長?”
針答曰:“暇。”
嬰齊曰:“人亂我整,人忙我暇,何戰不勝?
二字可謂簡而盡矣!。”由此倍加敬重。
遂引見楚王,定議兩國通和,守境安民,動幹戈者,鬼神殛之!
遂訂期爲盟。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기숙의 생계형 범죄  (10) 2009.04.25
개혁장사  (0) 2009.04.24
주관적 역사  (0) 2009.04.20
성황당 가는 길  (0) 2009.04.13
연못 속 고기를 잘 보는 자  (0) 2009.04.12
궁서(窮鼠)  (2) 2009.04.10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09. 4. 14. 09: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