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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서(窮鼠)

소요유 : 2009.04.10 14:10


병법에 이르길,
“내가 먼저 적을 칠지언정, 적으로 하여금 나를 먼저 공격하게 하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兵法 有云 寧可我迫人, 莫使人迫我。

노무현은 엊그제 검찰의 수사가 자신에게 좁혀오자,
미리 선수를 써서 슬쩍 옷자락을 자진해서 들어 올리며 살 한 점을 보여주었다.
앉아서 조여 오는 수사망을 곱다시 그저 맞이할 정도로 한가한 형편이 아닌 것이다.
하여 먼저 나아가 적군을 맞이하는 초식을 선보인 것이라.
살 한 점을 베어 가려면 베어가란 투다.
하지만, '떼어가도 네들은 먹을 수 없다.'
외부인들에겐 결백함을 드러내는 모종의 시위로 비추이길 그는 원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그들의 표현대로 제 '집(아내)'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게 사뭇 구차하니 영 체면을 구기는 짓이라 하겠으니,
그로서는 실로 여간 민망한 노릇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순간, 그가 퇴임 하면서 내뱉은 일성(一聲)을 떠올린다.

"제가 오늘 딱 말 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하겠습니다. 야~ 기분좋다."

그 당시 "야~ 기분좋다."를 듣고 느끼던 바와,
지금 다시 떠오르는 그 말을 앞에 두고 느끼는 바가
왜 이리 묘한 배리(背理)의 관계속에 상호 대치하고 있는가?
나는 가만히 그 뒷자리를 밟아가며 홀로 음미해본다.

하여간, 그의 입장에선,
그렇다고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기엔 돌아가는 판세가 여간 심상치 않은 형편인지라,
그래 ‘옜다 모르겠다!’ 하고 나아가 댓거리 마중하고 만 것일 양 싶은데,
하회(下回)가 어찌 될지는 사실관계의 진위 또는 그들 검객 간의 세력 관계를 알 바 없는
나로서는 그저 먼 산 바라보듯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

하여,
망중한 중에,
이리저리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섬주섬 늘어놓아 본다.

병법 중에는,
‘내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취하다.” - 刮肉取骨。
라는 것도 흔히 쓰는 수법이지만,
아무려면 그를 도모할 정도로 여유 만만한 입장은 절대 아닌 것이다.
해서, 우선은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제34계인 고육계(苦肉計)를 써서,
물밀듯 쏟아져 들어올 대세의 흐름을 잠시나마 끊는 것이 시급하였으리라.
고육계(苦肉計)는 36계 가운데서도 분류상 패전계(敗戰計)에 속한다.
이미 싸움에서 졌을 때 취하는 궁한 방책이란 말인 게다.
처한 위치에서 보자면 어찌 보면 가장 쉽고도 어려운 전법이니,
이는 가장 고전적인 수법의 전형을 이룬다.
제 편 살을 베어 남에게 넘겨주는 것이니 피눈물 나는 최후의 수단이자,
마지막 승부수이기도 하다.
(※ 참고 글 : ☞ 2008/12/23 - [소요유] - 삼십육계(三十六計))

내 이즈음에 이르러 마침 글 하나가 생각난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와 진(晉)나라가 약국(弱國) 정(鄭)을 두고 다투는 장면이다.
얼핏 그 정경이 작금의 사태와 비견(比肩)되어 잠시 멈추어,
가만히 음미해본다.

초나라 병사는 개개 모두가 용기와 위세가 대단했다.
마치 바다가 노호(怒號)하듯 - 嘯(roar), 산이 무너지는 듯,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무너지듯 그 힘이 넘쳐흘렀다.
반면 진나라 병사는 꿈에서 막 깨어난 듯, 크게 취했다가 깨어난 듯,
동서남북을 구별 못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혼쭐을 놓은 이가 어찌 정신이 또렷한 이를 당적할 수 있으리오?
진병은 일시에 그물에 쫓기는 고기와 같고 탄환에 쫓기는 새와 같았다.
혹은 오이 쪼개지듯 채소 이파리 찢어지듯 초병에게 마구 죽임을 당했다.
사분오열되어 십중 칠팔은 죽고 말았다.

楚兵人人耀武,個個揚威,分明似海嘯山崩,天摧地塌。
晉兵如久夢乍回,大醉方醒,還不知東西南北。
“沒心人遇有心人”,怎生抵敵得過? 一時魚奔鳥散,被楚兵砍瓜切菜,亂殺一回。
殺得四分五裂,七零八碎。

결국 진군(晉軍)은 대패하여 황하(黃河)를 건너 도망을 가게 된다.
이 때 배는 적고 건널 병사는 많자,
병사들이 엉켜 배들이 전복되며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그러자,

배 위에서 장수 선곡은 군사들에게 명한다.

“뱃전에 매달리는 놈들의 손을 칼로 쳐라!”

이를 보고 옆에 늘어선 배들도 모두 그 짓을 따랐다.
손가락들이 마치 꽃잎처럼 편편 허공을 날아 배안으로 떨어졌다.
배 안의 병사들은 그것들을 쉴 새 없이 긁어모아 황하에다 던졌다.

先穀在舟中喝令軍士;“但在攀舷扯漿的,用刀亂砍其手。”
各船俱效之。手指砍落舟中,如飛花片片,數掬不盡,皆投河中。

“뱃전에 기어올라 타려는 자기 편 군사들의 손가락을 잘라 자신의 명(命)을 구하다.”
어쩌랴,
만약 그냥 놔두었으면 배가 뒤집혀 모두 황하의 물고기 밥이 되었으리니.

나는 생각한다.
검찰의 수사가 봉하를 향해 더욱 옥죄 오게 되면,
우군끼리 저마다 살려고 발버둥을 칠 것인즉,
이때에 이르러서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벌어져,
아마도 서로를 부정하고 배반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베드로도 새벽 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번 부정하지 않았던가?

如飛花片片
얼마나 처연하니 비장미(悲壯美) 넘치는 표현인가?
꽃처럼 허공중을 날아 오르는, 잘린 손가락이라니.

하지만,
궁서설리(窮鼠齧貍)라,
궁한 쥐도 막다른 골목에선 살쾡이를 물려고 덤빌 수 있음이니,
저편도 마냥 몰아세울 수는 없을 터인데,
관건은 상호 거래(?)할 만한 약점의 총량,
그리고 그 경중(輕重)에 달렸다 할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보면 이 국면에서 음미할만한 대목이 나온다.
세상사람 그 누구라도 손에 칼을 잡고 신이 나서 상대를 궁박할 때,
반드시 떠올려야 할 천하의 명구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背丘勿逆,佯北勿從,銳卒勿攻,餌兵勿食,歸師勿遏,圍師必闕,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고로 용병하는 법은 이러하다.
높은 곳에 자리한 적을 향해 공격하지 말 것이며, 언덕을 등진 군대를 거슬러 공격하지 마라.
거짓 패한 척 도망가는 적을 쫓지 마라. 예기가 날카로운 군대를 공격하지 마라.
병을 꾀어내는 적군을 가벼이 상대하지 마라. 돌아가는 군대를 막지 마라.
포위된 군사는 필히 도망갈 구멍을 터주며, 궁지에 몰린 적을 몰아 핍박하지 마라.
이것이 용병하는 법이니라.

圍師必闕,窮寇勿迫
궐(闕)이란 결구(缺口)라 즉 포위할 때 구멍 하나를 남겨두고 쫓으란 말이다.
손자병법에선 궁서(窮鼠) 대신 궁구(窮寇)니 구(寇)는 도적 또는 적군을 이름이니,
예서는 적병이 되겠다.

‘궁지에 몰린 적병을 핍박하지 마라.’
- 잘못 하다가는 되물리느니, 결구(缺口) 하나를 남겨 두고 몰아대어야 하느니라.

하지만 칼자루 쥔 이들 앞에 서서,
맨 손인 채, 상대의 검광(劍光)에 온 몸을 드러낸 저들의 운명은 오죽하랴.
내가 앞에서 지적한 퇴임 당시 그의 변(辯) "야~ 기분좋다."를 음미하였다 함은,
바로 이 장면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장차, 설혹 (저편에서 부러 짐짓 내준) 개구멍으로 쫓겨나와 목숨을 건진다한들,
앞으로 얼굴값 하기는 틀렸음이니,
어즈버 세상 사람들의 명예와 오욕의 부침을 그 누가 알랴.

본시 노무현은 영남 지역 내에서는 정치적 비주류이거니와,
이를 도운 곁두리 사업가들도 그 지역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
일정분, 이제 지난 5년간 음지에서 한참 수욕(受辱)하며 참았던,
주류파들의 한판 설치(雪恥), 한(恨)풀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니 새겨 볼 까닭이 없다.

이것을 단순히 한 정치집단의 비리를 단죄하려는 공명정대한 것이라고만 보는 것은,
저들간 알력(軋轢)의 삐거덕 거리는 소리 높이를 깊이 알지 못하는 처지로서는
가히 온당치 못하다 할 것이다.

원래 무리를 짓고 세(勢)에 기대어 작당(作黨)하게 되면,
필연 주색(酒色)이 따르고 명리(名利)를 구하게 되노니,
종국엔 무리가 따르고 부정부패(不正腐敗)하게 되는 것이 정한 이치다.

이게 주류든 비주류든 빗겨가지 않는 것이 세상 이치니,
무릇 정치하는 자들은 특히나 경계할지니.

요즘엔 인맥(人脈)짓기라 하여,
천하인이 이를 당연시 하고 있다.
필부라한들 이를 따르지 않는 이가 없음이니,
거세(擧世) 오탁(汚濁)
과시 까마득하니 아득한 세태라 하겠다.
(※ 참고 글 : ☞ 2008/12/22 - [소요유] - 씹 팔아서 비단 팬티 사 입을 수는 없다.)

굴원(屈原)은 그러하여 내가 사뭇 가슴에 새겨 모시는 인물이니,
천세만고(千歲萬古) 오직 그만 홀로 독작(獨酌), 독성(獨醒) 의연하고뇨.

그는 아직도 멱라(汨羅)가를 서성이고 있을런가?
(※ 참고 글 : ☞ 2008/12/23 - [소요유] - 청수(淸水)와 탁수(濁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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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 한그릇 2009.04.15 01:52 PERM. MOD/DEL REPLY

    지구촌은 누추하니 비참하고 수신제가 하랍니다

  2. bongta 2009.04.16 09:13 신고 PERM. MOD/DEL REPLY

    제가 앞의 글에서 인용한 글을 다시 챙겨봅니다.
    (※ 참고 글 : 청수(淸水)와 탁수(濁水) http://bongta.com/430 )

    龍食乎淸而游乎淸
    螭食乎淸而游乎濁
    魚食乎濁而游乎濁

    “용은 맑은 물을 먹으며 맑은 물에서 놀고,
    이무기(螭)는 맑은 물을 먹고 탁한 물에서 놀며,
    물고기는 탁한 물을 먹고 탁한 물에서 논다.”

    노무현家 사람들로서는 한편 억울하기도 할 것입니다.
    대통령 되기 전부터 한데 어울려 주거니 받거니 한 집단이라면,
    자기들끼리는 패밀리라는 의식을 공유하였을 성 싶습니다.
    이게 나중 정권을 잡고 나서도 죄의식 없이 죽 이어졌을 것이지요.

    노무현이 다른 정치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더러운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이명박이야말로 오히려 전과가 몇이고, BBK 등등 도통 미덥지 못한 인물인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하니, 노빠 입장이라면 이들과 비교할 때 조족지혈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 차떼기에 대하여 티코떼기니 십분지일에 불과하다는 식과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맑은 물 먹네하며, 실상인즉 탁한 물 먹고,
    맑은 물에서 노네하며, 실인즉 탁한 곳에서 놀아났다면…….”
    그게 한 모금일지언정,
    겉말과 다르게 청수와 탁수를 바꿔 먹은 것이라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 내 차가 티코니 하며 아무리 외친다한들,
    결백한 것은 아닙니다.
    그 역시 '떼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티코가 허물은 물론 덜 하지만,
    그렇다한들 이를 빌려 허물이 없다는 식으로,
    앞의 글의 독고氏처럼 눈물 팍팍 흘리면서 돼지저금통 운운하며 노무현을 불쌍하다고 하면,
    어찌 떳떳한 노릇이라 하겠습니까?
    정말 누추한 짓거리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도대체가 부끄러움이 없지 않습니까?

    기백만불 운운하는 마당에,
    그가 돈이 없어 기껏 서민들의 돼지저금통까지 또 한 번 훑어내야 한단 말입니까?
    먼젓번 대선 때의 돼지저금통도 그 용처가 사뭇 의심스럽다는 것이 증명되었는데,
    또 다시 저금통 운운하는 말이 나옵니까?
    저 신파 짓을 보자하니,
    그리고 그 글에 꾹 하니 추천버튼을 달궈가며 누른 족속들을 보고,
    어찌 저들을 노빠라고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그저 노뽕이라고 일러도 한참 과분하지요. -

    용상(龍床)에 앉았던 이력만으로,
    그를 어찌 용(龍)이라 하겠습니까?
    그저 물고기(魚)에 불과한 것이지요.

    게다가,
    그는 지금 뭍에 나온 물고기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아낸 어부가 정녕코 물고기보다 더 낫다는 믿음이 없다면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부를 욕해야 하나요?
    아니면 물고기를 측은해 해야 하나요?
    그도 아니면, 잘코사니 하며 고소해해야 하나요?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몹시도 피곤하다는 것이지요?
    아니, 왜?
    저들 때문에 멀쩡한 사람들이 덩달아 시달려야 하는가 말입니다.

    그래보았자,
    일꾼, 조금 격을 높인다면 대표 일꾼에 불과한 사람들 주제인데.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무릇 위정자들은 하늘에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제들이 용(龍)이 될 인격들이 아니라면,
    설혹 얼결에 앉은 용(龍)의 자리나마 더럽히지 말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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