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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초하루의 밭

농사 : 2009. 5. 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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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것은 ‘네기’라고 불리는가 보다.
이것을 2년 전 처음 농사지을 때,
내가 일반 삽으로 밭을 고르고 있자니
어떤 이가 추천을 하였다.

하지만, 밭이 황토고 비온 뒤끝이라,
이것 가지고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우선은 진땅을 고르기에 너무 갈퀴 끝이 짧았다.
한번 땅을 찍으면 온통 진흙 덩이가 엉겨 붙어,
도대체가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궁리 끝에 쇠스랑이면 좋을 것 같아,
이를 구하려 전곡 시내를 뒤졌으나,
몇 집을 돌아 다녀도 허탕을 쳤다.
그러다 조금 외진 곳에 있던 철물점에서 용케 발견하고,
환희작약 바로 구입한 것이
오른 쪽에 있는 삼지(三枝)쇠스랑이다.
이것 하나면 땅을 파고, 고르고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게다가 주물로 만들어져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

왼쪽에 있는 것은 내가 입식 호미라 부르는 것이다.
나는 쪼그려 앉는 자세를 오래 하지 못한다.
첫 해에 제초차(除草次) 호미질을 하는데 너무 힘들어,
서서 하면 딱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는,
농기구상을 뒤졌으나,
이것 역시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 역시 쇠스랑을 구한 철물점에서 발견했다.
이것도 주물로 만들어져 아주 튼튼하다.
제초작업시 서서 하는 것이라 호미처럼 자유롭지는 않으나, 그런대로 할 만하다.
이제는 비닐멀칭을 하고, 예초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것을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첫해는 멋모르고 비닐멀칭도 하지 않아,
제초 작업을 손으로 하느라 제법 고생을 많이 했다.
다만 쇠스랑으로 정리한 땅 위를 나중에 고르는 작업을 하는 데는 아주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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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멀칭을 할 때,
이랑에 비닐을 뒤집어씌우고 가장자리를 흙으로 덮어주는 일이 제법 힘들다.
그래서 금년엔 고정핀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게 흙으로 덮는 것보다는 당연 힘이 덜 드나,
꼼꼼히 처리하지 않으면 바람에 비닐이 뜯기고 날아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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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고정핀으로 꼽은 비닐이 바람에 찢겨지고 벗겨졌다. 고정핀을 일자로 하지 말고 사선으로 꼽는 것이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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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칭용 비닐을 막대에 끼고 죽 펴나갈 때,
정전기가 발생하여 손에 찌르르 전기가 오는 수가 있다.
생각 끝에 철봉 끝에 쇠사슬을 달아 접지(接地)를 꾀했다.
정전기는 전기가 고여 있는 것인즉 전도 통로를 만들어 주어
외부로 빼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지(大地)는 마치 거대한 음모처럼,
가상(假想)의 ground zero 전위(電位)인즉,
철봉과 대지 사이를 쇠사슬로 연결하여,
비닐과 철봉간 마찰에 의해 발생된 정전기를
bypass 시켜줌이 요긴하다.

내가 거대한 음모라고 말했는데,
그게 음모(陰謀)라 해도 좋고 음모(陰毛)라 해도 좋다.
늘상 한참 나중에 깨닫듯이,
음모(陰毛)는 응달(陰地) 속에 꾀하여진 모략(謀略)에 다름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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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옆에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 하나.
수술(雄蕊)이 하늘을 향해 치켜 솟아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나는 매년 봄 소나무 수술을 보면,
마치 남성의 발기한 모습을 떠올린다.
음성적인 식물들 속에 감추어진
원초적인 생명력의 양성적인 강인함에 매번 놀란다.

저 “맹목적 생의 의지”는
한편으로는 얼마나 측은한가 말이다.
끝 간 데 없는 욕망의 행로,
그 마지막 도착지를 저들은 알기나 할까?

사람이라고 하나도 다를 바 없으련만,
저 소나무 수술의 굳셈은 문득 창끝이 되어,
찬란함과 함께 처연하니 ...
꼿꼿이 오월의 하늘을 겨냥한다.

봄을 지새우고,
여름을 향해 막 내닫는
저들에게 축복이 햇살처럼 내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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