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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밭

농사 : 2009. 6. 24. 17:37


밭 구석에 비닐이 파묻힌 흔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쉬는 짬에 이를 집어내자니까,
절로 이끌려 파묻힌 쪽으로 쫓아 들어가게 되었다.
웃자란 잡초들을 얼추 걷어내고,
흙을 조금 파내니 연신 비닐 조각이 나타난다.

간단한 일이 아니겠구나 싶어,
삽을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부근을 파내니,
폐비닐 조각이 비료부대 하나를 순식간에 가득 채운다.
게다가 플라스틱 병들이 땅속 깊숙이 묻혀있다 주르르 나왔다.
이게 순간 농약병이 아닌가 싶었다.
과연, 자세히 보니 그라막손 제초제였다.
이게 곧 월남전에 쓰던 고엽제가 아닌가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략 5개 정도가 나왔다.
2007년도에 밭을 빌린 이들의 소행이다.
그냥 밭 구석에 버린 것도 아니고,
구덩이를 파고 묻은 것이 역력하다.
그동안 흙이 제풀로 덮여 그리되었다고 보기엔,
묻힌 깊이가 너무 깊다.

먹을 것을 생산해내는 밭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한 것을 어찌 저리 푸대접 할 수 있음인가?
한 해만 농사를 짓고 말 것인가?
농심(農心)은 사라지고, 기심(欺心)만 남은 것이다.
(※ 欺心 : 자기 양심을 속임)

또한 당시 저들이 밭에 비닐 멀칭을 하고는,
그냥 내빼 달아났기에 걷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졌다.
주말마다 들르는 실정으로는,
여력이 없어 미쳐 비닐을 아직도 제대로 수거를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저들은 일부는 비닐을 걷어내지도 않고 태워버리기까지 했다.
무슨 계산이 잘못되었는지, 밭 전체를 홀라당 태워버리지 않고,
그 정도에 그쳤기에 다행이라 할 노릇이다.

대신 비닐을 걷는 것은 내 몫이 되고 말았다.
올 봄 며칠에 걸쳐서 비닐을 밭고랑 속으로 밀어내었다.
그동안 풀이 비닐과 함께 엉겨 붙어있기에,
걷어내는 것이 여간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랑으로 비닐을 밀어내는데만도 종일 일하면서도 사나흘이 족히 걸렸다.)

일단 지금은 여력이 없으니 밭고랑 속으로 밀어두고,
가을쯤에 완전히 걷어낼 계획이다.
이렇게 된 바라면,
고랑속이나마 제초효과를 노리고자 하는 궁리이기도 하다.

밭 한번 남에게 잘못 빌려주고는,
그 뒤치다꺼리를 2년에 걸쳐 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이웃 파주군은 군전체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제제를 가한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이게 사실이라면 그 실험 정책을 주목하고 싶다.
그 성공을 기원하며,
파주산 농산물을 전국 소비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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