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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大雄)

소요유 : 2009. 7. 7. 18:08


내가 3년 전 어느 가을 날 구파발쪽 북한산을 오르다.
상운사(祥雲寺)를 지난 적이 있다.
외따로 떨어진 명부전인가에 외국인 하나가 카메라를 들고는,
신이 나서 마구 찍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부처, 보살을 대하는 예(禮)에 대하여 일러 주었다.
서양 아이들은 그럭저럭 마음 밭은 순수한데, 아직 예법에 서툰 이들이 많다.

그는 남아프리카에서 왔는데 불교에 관심이 많단다.
해서 나는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서툰 영어 실력이나마,
이것저것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다.

그 때 대웅전(大雄殿) 앞에 서자,
대웅이 무엇인가 하니 하고 풀어준 적이 있다.
전일 영웅(英雄)에 대한 글을 쓰고 나니,
이내 대웅(大雄)이란 말이 발뒤축을 물듯 쫓아 들었다.
(※ 참고 글 : ☞ 2009/07/06 - [소요유] - 영웅)
해서 오늘은 대웅에 대하여 잠깐 생각해 보며 짝 패를 맞춰 보고자 한다.

산문(山門)에 들어서자면,
외발로 서 있는 일주문(一柱門)을 우선 마주친다.
절로 조촐해진 마음을 챙겨 조금 더 걷자면,
겁 많고 죄 많은 부녀자들이라면 필시 오줌을 찔끔찔끔 질이고도 말,
천왕문(天王門)이 떡 하니 나서신다.
(※ 참고 글 : ☞ 2008/02/29 - [소요유/묵은 글] - 사천왕)
지은 죄업을 추풍 결 낙엽인 양 우수수 털고, 총총 발걸음을 바삐 서두르다 보면,
아미(蛾眉)께에 넉넉하니 반듯하게 터 닦아 모신 곳이 보이고,
거기 반석에 누운 와룡처럼 대웅전(大雄殿)이 자리하고 계시다.

묻지 않아도,
그 위용을 떠떠그르 떨치시며,
마왕(魔王)을 진무(振武)하시고,
한편으론 중생에게 자비로운 미소를 나리시는
대웅이 거처하고 계신 곳이니,
제일 으뜸 처소인 것임이라.

대웅이란 본시 불교가 아니라,
자이나교에서 유래했다.
자이나교의 교주인 바르다마나(Vardhamana)를
후대에 마하비라(Mahavira)라고 불렀는데,
마하비라(Mahavira)란 산스크리트어로 ‘위대한 영웅’ 즉 대웅(大雄)을 뜻한다.

그런데, 기실 부처를 가리키는 붓다(Buddha)라든가,
바르다마나를 칭하는 마하비라(Mahavira) 따위는,
본래는 깨달은 사람 또는 해탈한 사람이란 뜻의 그저 보통명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것이 후에 불교나 자이나교의 교주를 특칭 하는 말로 고정된 것이다.
하기사 깨달은 사람이 어디 흔한가, 교단의 교주 하나에 헌사 되고나면,
설혹 다른 이가 깨달음에 이르렀다한들 하나를 나눠 쓰기에는 불경스러웠을 것이다.

앞글에서 다룬 영웅(英雄)이란 ‘무리를 뛰어 넘은’ 아름다운 자를 일컫는다.
하지만 대웅(大雄)이란 그저 단순히 ‘무리를 뛰어 넘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깨달음의 수행 단계를 그린 십우도(十牛圖)를 보면,
마지막 단계가 반본환원(返本還源), 입전수수(入纏垂手)이다.
깨달음을 얻고는 다시 저잣거리로 되돌아와 중생과 함께 하는 것이다.
옛말에,

“소은(小隱)은 산야(山野)에 숨고, 대은(大隱)은 조시(朝市)에 숨는다.”

이리 이르듯,  ‘무리를 뛰어 넘은’ 후, 다시 내려와 무리 속에 든다.
그러하니 대웅(大雄)은 크다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덮으니 새삼 무리보다 빼어나다고 뻐기고 나설 일이 없다.
따라서 대(大)는 크고, 크니 곧 하나이다.
만약 하나가 아니라면, 필시 나머지가 남겨져 있을 터이니,
이를 어찌 크다고 할 것인가?

영웅(英雄)이란 대세적(對世的)이다.
즉 영웅이 따로 있고, 밖에 범인(凡人)이 있다.
이 양자는 대립 구조 속에 적지 아니 긴장관계를 이룬다.

반면 대웅(大雄)은 전체를 아우른다.
대웅전에 부처가 계시지만,
우리들의 대표로서 자리를 장엄(莊嚴)하고 계신 게라.
실인즉 삼천대천세계 모든 중생의 자리인 게다.

그러하기에,
지장보살 또는 유마거사는
중생이 앓는 한, 부처가 될 수 없다고,
자신의 위(位)를 사양하고 계신 것이다.
중생이 있는 한 부처가 별도로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이치이니,
이는 내가 지금 살펴보는 대웅(大雄)의 뜻 풀이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도대체가 대웅엔 안팎 경계가 없는 것이다.
거꾸로 안팎 경계가 없는 지경(地境)을 대웅이라고 부른다.

대자대비(大慈大悲) 역시 동체대비(同體大悲)이기에,
그저 자비로 오해될까 저어하여, 노파심에 구차하니 大자로 꾸민 것이다.
자비의 주체와 객체가 나뉘지 않는 경계를
대자대비라 이름하고 있는 것이다.
주는 놈, 받는 놈 따로 나뉘면,
그저 그럭저럭 자비 또는 동정일 뿐인 것을.
(※ 참고 글 : ☞ 2008/09/09 - [소요유] - 대한민국(大韓民國))

이렇듯 대웅(大雄)에서의 大는 小의 대립어로서 쓰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초극(超克)하고 다시 반본(返本), 회향(回向)하는 이중으로 작용하는,
즉 묘용(妙用)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영웅이라 할 때는 그 대척점에 장삼이사 필부가 놓여 있다.
하지만 대웅밖엔 별 다른 경계가 따로 없다.
성철 스님을 신도들이 친견할 때 삼천배를 요하였다 할 때,
행여라도 삼천배를 채워야겠다고 욕심껏 작정하는 신도들은 모두 가짜배기들이다.
마치 절에 가서 비린 것 탐하는 치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음이다.
이 순간 성철은 자신의 말대로 천하의 사기꾼이 되고 만다.
왜 그러한가?

성철의 열반송을 들어보자.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 
彌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만단)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欺狂男女群’이라 할 때,
그가 사기꾼이 되려면 상대는 광인이 되어야 한다.
한 인간이 있다 할 때,
왜 그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삼천배나 들여야 하는가?
피차 모두 미친 것들이 아닌 바에야.
어찌 그리 구차한 짓거리를 비린내 풍기며 할 수 있음인가?
일찍이 부처는 이리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지 않았던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만약 이 말이 진짜배기라면,
어이하여 당대 명승이라는 이가,
뭇 중생을 기롱하여 삼천배를 청하였음인가?
그러하니 정작 성철이 중생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이 성철을 구하여야 한다.
어떻게?
아무 소리하지 않고 무심히 그 면전에서 삼천배를 꾸려내는 것이다.
이 때 성철은 법당 바닥에 사형수처럼 목을 떨구며, 허화(虛華)되어 진다.

이 때라야 비로소 성철은 大사기꾼이 된다.
그가 大사기꾼이 되어야 삼천배도(三千拜徒)들이 목숨을 건진다.

사기꾼 앞에 붙은 大란 부정사로 기능한다.
왜 그러한가?
사기꾼이되 천하인 모두를 속여먹는 사기꾼이라야 모름지기 大사기꾼이라 이름할 수 있다.
모든 천하인이 속아 넘어간다면 그 때 비로소 새 세상이 선다.
삼천배는 그러하기에 천하인 모두 다  참여해야 비로소 뜻을 벼려낼 수 있다.
그러하지 않은가?
천하인 모두가 속았다면 이들을 어찌 속았다 할 수 있음이며,
속인 자를 일러 사기꾼이라 할 수 있음인가?

이 때 우리는 이 자를 大사기꾼이라 부른다.
딱히 달리 부를 말이 없기에 가까운 말을 빌려 다만 大자란 고깔을 씌울 뿐이다.
마치 죄인 대가리에 용수 씌우듯.

그런데 천하인이 모두 다 그러했는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성철은,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이리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철이 나도 한참 뒤늦게 났음이다.
임종 시에 이르러 이리라도 뒤늦게 참회하고 있으니 그로서는 천만 다행이다.

만약 나라면,
들입다 그의 뺨싸대기를 삼천대 때려주었을 것이다.
감히 천하인을 상대로 속이려 한 죗값을 그는 마땅히 치려야 한다.
행인줄 알아야 한다.
그의 임시에 내가 해인사 백련암에 들르지 않은 것을.

이러함이니,
大란 부정사(不定詞)를 넘어, 이제 부르자면 지정사(止定詞)가 되고 만다.
부정사는 대극(對極)을 예비하고 있음이니 상대가 필히 요청된다.
하지만 지정사는 ‘정함을 그침’이란 의미를 지닌 말 꾸밈이다.

大란 이리도 그 공덕이 크고 妙하다.
초극(超克)하고 다시 반본(返本)하는 이중 싸이클을
성철은 지옥 한가운데서,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이리 노래했음이다.
그러함이니, 그야말로 무애자재(無碍自在) 독보(獨步)로 곤륜을 노닐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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