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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고라니

농사 : 2009. 8. 10. 18:47


올 봄에 호박 모종을 40여개 심었다.
이리하여 올 가을엔 아무리 엉터리로 지어도 최소 100여개 이상은 수확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면 주변 이웃에 죽 돌리리라 하며 야무진 꿈을 꿨다.

손이 미처 가지 못해 풀을 늦게 깎아주었지만,
널찍하니 자리를 잡아 주었기에 자라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고라니가 아주 망쳐놓았다.
여린 잎사귀가 나오면 나오는 족족 거지반 다 먹어치워버렸다.
도대체가 호박이 제대로 자랄 틈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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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부분을 보면 잎이 하나도 없다. 나오는 족족 잘라먹어 잘 자라지도 못하고 있다. 새로 몇 잎이 나오고 있지만 저것도 언제 날름 먹을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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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하여 망까지 쳐준 것인데, 역시나 앞 일을 장담하지 못할 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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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주 줄기째 싹뚝 잘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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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저 지주대를 세우면서 호박의 면목을 일껀 세워주었는데 ... 이를 깃점으로 저 언덕 아래까지 죽 이어 한 줄, 그리고 그 곁으로 또 반 줄을 잡아 총 42개를 심었었다. 지금 흔적도 없어진 것이 이미 반을 넘었다. 그리고 나머지도 전부 비실비실대고 있다.)

조사를 해보니까 마치 조롱박처럼 기이한 모습을 한,
채 자라지도 못한 호박 하나만이 딱 발견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40여개 중 반 수 이상은 싹이 댕강 잘려 그냥 고사해버렸다.
남아 있는 것도 새 순 근처를 중심으로 잎이란 잎은 다 먹어버렸다.
이것 역시 앞을 기대할 형편이 아니다.

작년엔 콩을 심었다가 고라니 때문에,
전멸하다시피 하여 농사를 망쳤다.
금년엔 호박 농사를 또 당하고 만다.

주말농사의 어려움이 이러하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로는 들깨는 용케 건드리지 않는다.
때문에 올해 들깨를 조금 더 많이 심어보았으나,
모종이 부실하여 이 또한 기대 난망이다.

게다가 고추조차 종묘상에서 산 모종이 문제가 있었던지,
고추가 별로 달리지를 않는다.
마치 탈모증 걸린 아저씨처럼 수세가 한참 성겨 잎사이가 휑하다.
작년의 1/3 정도밖에 수확을 못하고 있다.

농약을 치지 않자,
땅이 정갈해져서 그런가?
올해는 유난히 참새가 들끓는다.
모래가 조금 섞인 곳에 여남은 둥글게 헤쳐진 곳이 생겨났다.
짐작 커니 참새들이 모래목욕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요 녀석들이 뿌린 씨앗을 전부 헤질러 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참새가 포르륵 나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그래,
고라니건, 참새건,
놀아날 때까지 신나게 놀아라.
언제 인심 사나와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욕심 없이 한가로우니 한참 즐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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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막 밭에 도착하자니 바로 차 앞에 어린 고양이 하나가 풀숲에 앉아 정면으로 쳐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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