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목욕터?

열무를 심은 밭에 이상한 무늬가 생겼다.
지난주에도 거의 비슷한 것을 처가 목격했다고 하는데,
이번 주에도 또 생겼다.

신기한 것은 열무밭 가운데 저 모양이 만들어지면서,
그 자리만 열무는 물론 잡초도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 예년과 다르게 밭엔 참새 떼들이 꽤 많이 몰려든다.
더덕밭 근처를 지나노라면 발자국 소리에 놀라 우르르 열댓 마리 참새가 날아오른다.

우리는 저것이 참새가 모래목욕을 하느라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며,
공연히 즐거워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은 열무는커녕 잡초조차 없는 점이 묘하다.
또한 동그란 것이 거의 정원(正圓)을 이루고 있으며,
그 배열 상태가 비교적 규칙적인 게 수상쩍다.
게다가 원들이 사뭇 가까이 모여 있고,
원 테두리가 깨지지 않은 채 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이 괴이쩍다.

만약 참새들이 목욕을 했다면 정원이 아니라,
타원형 또는 불규칙적인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저리 모여서 또는 한 녀석이라 한들 규칙적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가지런히 그림 그리듯 점잖을 떨었을 까닭이 없을 것이다.

혹여,
저것이 크롭서어클(crop circle)의 일종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여기 나타난 외계인은 제법 수선스럽지 않고,
깔끔한 성격을 지녔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