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인내
서백창(西伯昌) 주문왕(周文王)은
은(殷)의 주왕(紂王)을 거꾸러뜨리고 새 왕조인 주(周)를 세운다.
실제는 그의 아들인 무왕(武王) 때 그리 되지만,
초석은 주문왕 때 다 닦아진 것이기 때문에 무왕이 자기 아버지 서백창을
주문왕으로 추서를 한 것이다.
당시 주문왕은 각방으로 인재를 구하고 있었다.
그 때 소위 강태공(姜太公)을 얻게 된다.
이 때 나이가 80세(혹 72세)라고 한다.
그의 본명은 여상(呂尙)인데 위수(渭水)가에서 곧은 낚시질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곧은 낚시라는 것은 곧 미늘도 없는 낚시를 드리우고 공연히 앉아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러할 까닭이 없을 터.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떠내려오고 있는 것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가 낚시를 한 것은 기실 물고기를 잡으려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게 무엇이겠는가?
강태공은 달리 불리우는 이름이 많지만,
태공망(太公望)이라고도 불리운다.
태공이 기다렸다는 뜻이니,
주문왕이 강태공을 얻고는 이리 말하였다는데 기인한다.
“선왕(先王)인 태공 때부터, '성인이 나타나 도울 터니, 그가 주나라를 크게 일으키리라'
하였음이니 그대가 곧 그 성인이다.”
그래서 그 태공이 바라던 이라는 뜻으로 태공망으로 불리게 된다.
주문왕 쪽에서도 이리 간절히 강태공을 기다렸지만,
실인즉 강태공도 주문왕을 기다렸던 것이다.
요즘 같으면 널리 인재 초빙 공고를 각종 매체를 통해 낼 수도 있겠지만,
당시로는 마땅한 매체도 없었을 뿐더로,
산천으로 막혀 정보가 도무지 자유롭게 유통될 사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무 데나 팔려 갈 수 없으니,
곧은 낚시 드리우며 세월을 낚는 것이 더 나은 방책이란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게 자그마치 70세니 80세니에 이르도록 지속된 것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는 또 어떠한가?
북산에 사는 우공이란 90세 노인이,
출입의 편리를 위해 가로막고 선 산을 옮기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가 온 집안사람을 모아놓고 상의를 하자.
모두가 그것을 응락하였다.
마침내 그는 자기 자손들과 짐꾼 셋과 더불어 일을 시작한다.
이 때 이웃에 과부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의 유복자가 겨우 이를 갈기 시작한 나이였으나,
뛰어가 이 일을 돕게 하였다.
파낸 흙을 발해만까지 나르고 돌아오는데,
寒暑易節이라니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를 보고 지수(智叟)란 이가 비웃자 그가 이리 대답한다.
“그대의 마음은 고루하여 거두어 드릴 수가 없는 것이니,
과부의 어린 아이만도 못하구료.
비록 내가 죽는다하여도 자손은 남아 있소.
자식이 손자를 낳고,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나을 것이며,
또 그 자식이 자식을 낳고, 또 손자를 낳을 것이오.
이리 자자손손 영원히 다하는 일이 없을 것이오.
하지만, 산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오.
어찌 평평해지지 않으리라 걱정을 하십니까?”
지수는 할 말이 없었다.
조사신(操蛇神)이 그 얘기를 듣고는 그가 그만 둘 것을 염려하여 하늘에 고하였다.
천제는 그 정성에 감복하여 과아(夸蛾)씨 두 아들에게 명하여,
두 산을 업어다가 하나는 삭동(朔東), 하나는 옹남(雍南)에 놓게 하였다.
이로부터 기주의 남쪽과 한수의 남쪽이 막히어 끊어지지 않게 되었다.
<列子 湯問>
“汝心之固,固不可徹,曾不若孀妻弱子。
雖我之死,有子存焉;子又生孫,孫又生子;子又有子,子又有孫;子子孫孫,無窮匱也,而山不加增,何苦而不平?”
河曲智叟亡以應。操蛇之神聞之,懼其不已也,告之于帝。帝感其誠,命夸蛾氏二子負二山,一厝朔東,一厝雍南。自此冀之南,漢之陰,無隴斷焉。
강태공은 자신의, 당대에 품은 뜻이 놓일 곳을 구하지만,
우공은 당대를 넘어 자자손손에 미쳐 세운 뜻이 이뤄질 것을 믿는다.
우공은 과시 개인이 아니라, 역사를 믿고 있음이라.
역사란 또 무엇인가?
그것은 옳다는 믿음, 뜻을 시간이란 죽간(竹簡)에 새겨 가려는 의지가 아닐까?
왜?
옳은 것이니까.
마땅한 것이니까.
하지만, 현대인에게 과연 자신의 뜻과 믿음이란 것이 허락되어 있는가?
우공은 자기는 물론 자기 자식을 넘어 손자, 손자의 자식 …….
이리 자자손손까지 자신의 뜻과 믿음을 연장시킨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기 자식도 못 미더워 차라리 다른 의짓거리를 구한다.
☞ 자식들 무서워서 의료비보험 든다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27438
사정이 이러한데,
왜 아니,
우공이 역사를 믿는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그는 개인 아니라, 역사 속에서 존재한다.
때문에 그의 수명은 장구하다.
우공은 거의 성인(聖人) 수준이다.
그가 역사의 배를 추호의 의심도 없이 올라 탈 수 있었음이니,
제 자식도 못 믿어 고작 보험이란 나룻배에 의지하는,
현대인을 어찌 범인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우공을 어찌 성인에 비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범인(凡人)은 인내(忍耐)를 배워야 한다.
고작 수년도 참아내지 못하는 형편인데,
어찌 역사라 이르는 범선(帆船)에 오를 수 있으랴.
‘대박 맞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박 맞다.’가 무슨 뜻인가?
대박은 大舶이다.
큰 배란 뜻이다.
망망대해 저 멀리를 나아가려면 큰 배라야 가하다.
서복(徐福)은 진시황에게 동해로 가서 불로초를 구하겠다고 속이고서는,
거만금 재물을 빼앗아 낸다.
그리고는 大舶을 짓는다고 폼을 잡고는 실제로는 짐짓 출항합네 하는 쇼만 벌인다.
그 대박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설도 있지만,
바다로 나간 것이 아니라 실은 내륙 강안으로 들어와 무역을 벌여 재물을 축적한다.
그 역시 대박을 짓는 동안,
교묘한 핑계로 진시황을 속이며 시간을 벌었다.
무릇 대박이라야 뜻을 실을 수 있다.
한낱 보험이란 나룻배에 의지하는 현대인이라면,
어찌 이를 두고 범인이라 하지 않을쏜가?
오늘을 사는,
현대인은 대박이라면,
기껏 로또를 떠올린다.
이러고서야 어찌 서복을 넘볼 수 있으며,
우공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랴.
항차, 강태공이란 노인네의 미끼조차 되지 못할 것임이니.
하기에 나는 범인에겐 인내(忍耐)가 약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인내란 범인이 성인을 흉내내기 위한 한 방편,
언감생심 감히 어찌 성인이 되길 꿈꾸랴.
다만 성인을 simulation하기 위한 기도(企圖)일 사.
이만 만 해도 그 덕이 아름다와 어찌 기필 득지(得志)하지 않으리?
※ 이 글은 어떤 분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의 일단이다.
별도의 주제거리도 될 뿐 아니라,
길이 길어졌은즉 이리 본 글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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