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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과 비료

농사 : 2009. 12. 10. 12:50


거름과 비료의 차이는 무엇인가?

비료(肥料)는 자의(字意)대로 풀면 살찌 게 하는 재료란 의미다.
거기엔 생명현상에 대한 고민이 없다.
소출을 많이 보겠다는 의지만 드러내놓고 있는 것이다.
사뭇 결과지향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거름이란,
본래는 ‘땅이 걸다’ 즉 기름지다라는 뜻이라 한다. (걷+음)
땅이 걸은 즉, 식물이 잘 자라게 된다.
이 말엔 식물이 잘 자라게 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근원에 대한 통찰이 있다.
또한 그리 하기에 거름을 장만하기 위한 노력과 책임이 뒤따랐다.
길을 가다 똥이 아무리 마려워도 제 집까지 달려와 싸야 맘이 편했고,
제 집 채마밭을 걱정한다면 오줌 역시 참아두었다,
급히 장달음질을 쳐서 하다못해 제 집 두엄 밭에 싸갈겨야 했다.
여기엔 돈으로 사고파는 비료와는 사뭇 다른 경계가 있음이다.

비료는 금비(金肥)라고도 한 때 불렀다.
이는 마치 상품 이름 앞에 gold, bio, nano, 퍼지, 新, 웰빙 따위의
접두어를 붙이어 꾸미는 것과 매한가지로 잔뜩 허세가 들어가 있다.
황금의 비료라?
과연 그런가?
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실상은 돈(金)으로 사는 비료란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거름은 똥, 오줌 따위로 1년 또는 2~3년간 발효를 시켜야 좋은 거름이 된다.
하지만 금비란 돈만 주면 그 과정을 생략해주겠다란 뜻이다.
그러하니 얼마나 편한가?
부식, 발효과정엔 필경 농부의 피와 땀,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금비라고 이를 때는 그것이 다 무슨 쓸데없는 짓거리이냐,
그러면서 상인은 이른다.
“돈만 내게 가져다주어라.
그러면 바로 금덩이 값어치의 결과를 가져다주련다.”
이게 금비가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비락(肥樂)이란 우유가 내 어렸을 적에는 있었다.
이게 요즘에도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우선은 말씨 자체가 시대의 요구를 거스르고 있지 않나 하는 염려가 있다.

“우유를 먹고 살찐다.”
“살찜을 낙락하니 즐긴다.”

이름을 지은 자가 의도하는 본래의 뜻이 어떠하든 간에,
도리 없이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니,
도대체 이게 현대인에게 씨알이 먹히겠는가?

하기사 당시엔 모두들 못 먹어서 비쩍 마른 게 예사였으며,
살찐 것을 덕으로 여긴 시절이긴 했다.
뚱뚱한 사람은 모두 사장님으로 여겨 대접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비락이란 상표는 사뭇 어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게 여간 어색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비락(秘樂)이라면 옳케거니 싶다.
예전에 내가 알던 바대로 비락(肥樂)이 과연 틀림이 없다면,
그리고 혹시 이게 아직도 상품으로 남아 있다면,
이리 비락(秘樂)으로 고쳐 썼으면 어떠할까 싶다.
어렸을 적,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그 달콤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비락에 대한 한 가닥 남은 애정으로 이리 새 이름을 헌정한다.

배때기에 낀 기름 살을 쇠대롱으로 꼽아 착정(鑿井)하듯 뽑아내는 세상임이라,
게다가 종아리살, 뺨살을 칼로 도려내는 세태인데,
이런 뜻을 거슬러 지피어 올리는 상표가 도시 가당한 노릇이겠는가?

그리하기에, 더욱 거름이란 말씨가 정겹고도 귀하다.
거름 중의 거름 '똥거름' 역시 비칭(卑稱)이 아니다.
거기엔 자연순환에 대한 통찰과 하심(下心)의 겸양이 절절찰찰하다.

거름, 그리고 금비.
나는 지금 이 둘을 화두 삼아 이리저리 공부를 한다.
명년 봄 밭갈이를 나는 이리 준비하며,
잠깐 떠오른 생각의 파편을 이리 부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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