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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長壽)

소요유 : 2009. 12. 11. 18:22


내 옷엔 늘상 흙이 묻어 있다.

고물할아버지네 강아지들을 건사하려니 도리가 없다.
새로 빨아 입고 들린 날도 그 녀석들이 달겨들어 이내 바짓가랑이에 흙이 묻곤 한다.
(※ 참고 글 : ☞ 2009/07/23 - [소요유] - 난득호도(難得糊塗))

이대로 등산길에 오를 수밖에 없다.
등산길에 만나는 지인이 혹 칠칠맞다고 놀릴까봐,
나는 어느 날 옷이 더러운 사연을 넌지시 말했다.

그는 말한다.

“하느님은 없는 게야.”

고물할아버지가 여든이 넘는다는 것을 알기에 하시는 말씀이다.

장수(長壽)가 하늘의 축복인가?
아니면 욕됨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 고물할아버지는 교회 권사다.
열심히 교회를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하다면, 아마도 그가 오래 사는 것은 하느님이 계시고 아니 계시고가 아니라,
교회를 열심히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저 천명(天命)대로 살다 갈 나로서는,
하느님의 유무라든가,
교회 출석으로,
장수를 시험할 까닭이 없다.

다만,
나는 내 길을 걷는다.

국외자인 내가 ...
교회가 이 땅의 역사를 바로 지켜보고,
교인들 역시 자신의 길을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옳게 찾아내길 빌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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