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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작신매(心作信賣)

소요유 : 2009. 12. 11. 17:02


심작신매(心作信賣)

글자대로 풀이 하자면,
‘마음으로 짓고 믿음을 판다.’
이런 말이 된다.

농부라면,
‘양심껏 재배하여, 믿음을 판다.’
이런 뜻으로 새길 수 있겠다.

이 말은 이리 바꿔 해도 매양 뜻이 통한다.
신작심매(信作心賣)
‘믿음으로 지어서, 마음을 판다.’

나는 요즘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말의 뜻을 절감한다.
구태의연하고 시대를 거스른 말이라 치부하였던 이 말을 가만히 음미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짓는다(作)’란 관점에서 말한다면 이리 할 수 있다,

士는 마음을 짓는데 진력하고,
農은 먹거리를 키우는데 힘쓰고,
工은 물건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하고.
商은 유무상통 하는 일에 애를 쓴다.

차서(次序)로 보건대,
무형의 마음에서 유형의 물건으로 대하는 바 경계가 형이하(形而下)로 내리 달라지고 있다.
商에 이르르면 물건은커녕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 금융(金融)으로까지 치닫는다.

옛말에,
‘돈을 벌려면 장사꾼이 되어야 하고,
장사꾼은 거짓말을 잘하는 기술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士農工商
내가 최근 보고 들어 느끼건대,
이게 순서로 따지면 아래로 내려 갈수록 이 말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각기 대하고 있는 바에 따라 마음보가 즉응하여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물즉심(卽物卽心)이라, 대경(對境)에 인식의 경계가 자라고 있을 상 싶은 게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이 대경을 가려내려고 한 것이 아닌가?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역시 길을 가려 걸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음이다.

하마, 나는 여기에 兵을 별격으로 하나 더 보태고 싶다.
兵者, 詭道也(병자 궤도야)
무릇 兵은 속임을 으뜸으로 한다.
士農工商
이 모두 나뉠 바도 없이,
실제로는 兵家의 術과 法으로 무장하고나 있지들 않은가?

청정지역 민통선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뽐내던 이가,
실제는 밭에다 폐비닐을 그냥 태우고, 제초제를 아낌없이 뿌려댄다.
나는 그날부로 민통선에 나는 농작물은 깨끗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버렸다.
무농약유기재배를 한다고 선전하는 이는,
제 밭에다 세제가 섞인 생활 하수를 그냥 쏟아버리고,
밭에는 갖은 쓰레기가 나뒹굴어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이게 바른 처사라면 소비자는 도대체 지은 죄가 얼마나 많아야 하는가?
거의 acrobatic한 경지라 하겠다.
과시 이쯤이면 農과 商의 경계가 나변(那邊)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하기사, 이게 어찌 農, 商에만 미치랴.
총리를 맡은 이는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언필칭 국학을 대표하는 士의 정점에 있었다. 
그러던 이가 정치판에 들자 설은(未熟) 삐리 곤두질 치듯,
엇그제까지 품 팔아 외치던 소신을 말아먹고,
제 양심과 명예를 버리고는 곡학아세하고 있다.
아니 아니다.
대학교수라고 하여 무작정 士라고 불러줄 수만은 없다.
그냥 교직의 직분을 가진 직업인의 하나라 보아주면 그 뿐이 아니던가?
士가 어디 그리 헐한 것인가 말이다.

심작신매(心作信賣)라고?
위작사매(僞作詐賣)인 게라.

거짓을 지어서, 거짓을 팔고 있음이라.

심작신매(心作信賣)라?
실인즉 신매(信賣)라는 것도 그리 점잖은 표현이 아니다.
믿음은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
수절(守節)한다고 정려(旌閭)문 세워준들,
그게 절개를 내세워 명예를 탐하려 그리 한 것이런가?
하기사 가로(家老)들이 문중의 이달(利達)을 노려,
멀쩡한 여인 하나를 절단을 낸 기구(崎嶇)한 사연이 숨어 있음을 그 뉘라서 알리.

그러함이니,
정작은,
신매(信賣)가 급한 것이 아니다.
심작(心作)이나 제대로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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