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밤엔 잠을 자야 한다.

농사 : 2011.03.18 19:14


가로등이 밭을 비추고 있다.
나는 이게 식물 생장 및 개화, 결실에 분명 문제를 일으키리라 여겨진다.
진작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나,
작물이 아직은 제 자리를 잡고 있지 않으니,
적당한 때에 조치를 취하리라 준비만 하고 있었다.

긋그제.
밭 앞 사다리차가 하나 멈추어서 있다.
한참 일을 하다 보니 전봇대에 가로등을 새로 설치하고 있질 않는가?
나는 그들과 접촉했다.
우리 밭 저 아래에 맞은편에 설치한 가로등이 작물에 해를 가하니 조치를 부탁했다.

내가 제안하길,
검은색 갓(hood)을 씌었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 날 와서 그리 해주겠단다.
그리하고도 만약 밭에 많이 빛이 비추이면 다시 연락하라고 한다.
공무원 치고는 제법 친절하다.

다음날,
아무 연락도 없이,
슬그머니 해놓고는 사라졌다.
그들이 가고 난 다음 저녁에 살펴보니,
오른편쪽에 빛이 사뭇 많이 쪼이고 있다.
나는 다시 그들에게 접촉했다.
익일 그들은 다시 들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측 까만 통이 콘트롤박스다. 점멸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CdS 이것으로 光을 sensing하고, 타이머로 시간을 통제한다. 좋은 세상이다.)

전등갓이 너무 작으니 조금 크게 하였으면 좋겠다 하니,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 그러면 바람에 다칠 염려가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만 각도를 조금 달리 틀어주겠다고 한다.
그러고도 문제가 되면 다시 연락 주라고 한다.

이들은 왜 이리 친절한가?
고맙게도 그들이 물러간 후,
그날 저녁 밭의 상태를 살펴보니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일단 이리 견디어 보기로 한다.

야간 가로등에 의한 개화 간섭에 대하여는 내가 진작 조사해둔 바가 있다.

Very short periods of lighting at night may be enough to prevent or interfere with flowering. Even light from a street light can stop flowering. If the plant is to be grown in a room that is lighted nightly, cover it completely at dusk (5p.m.) every day with a heavy paper bag, a piece of opaque black cloth, other light-tight cover or place in a dark closet.
(ref : http://www.wardsnursery.com/tips.html)

나는 개화만이 아니라, 생육, 결실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검은 후드를 등에 씌우는 것은 진작 외국에선 실용화 되었다.
여기 이 담당자는 말하길 인터넷 등을 뒤져 자체적으로 이리 갓을 마련했다고 한다.
다만 조금 더 크고, 구조적으로 풍력 등에 버틸 정도로 강했으면 좋으련만,
이런 노력, 시도만이라도 우리네 현실에서 아연 놀랍고 고마운 노릇이다.
좋은 세상이다.

양계(養鷄)시 인위적으로 조명 시설을 갖추어,
산란율을 조절하기도 하지 않는가?
밤, 낮을 잊도록 하여,
아니 속여서 산란율을 끌어올리는 짓거리를 하고 있음이다.
식물이라 한들,
밤에는 충분히 잠을 자야 건강할 것이다.
여기 온 담당자는 개화 때만 피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식인데,
어림없는 소리다.
나는 단 한마디로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밤엔 잠을 자야지요.”

누구든,
이 말씀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가 없을 터.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전(行纏)  (4) 2011.06.14
GX35 혼다 예초기 캬브레타 수리  (33) 2011.06.09
급수공덕(汲水功德) - (2)  (0) 2011.05.12
밤엔 잠을 자야 한다.  (2) 2011.03.18
농사를 짓다.  (4) 2011.03.06
Water Acidification  (0) 2011.01.04
증산량  (0) 2011.01.03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1. child 2011.03.27 22:44 PERM. MOD/DEL REPLY

    밤엔 잠을 자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어찌 사람은 밤에 더 감성적이고 정신은 예리해질까요

    저는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는 것이

    비단 전쟁과 음모의 역사뿐아니라

    미래를 좌지우지할만한 개인의 마음의 변화 때문인걸로 생각됩니다.

    밤엔 나 자신과 좀더 가까워지는 기분입니다.

    낮엔 분명히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밤에 잠 자는건 왠지 아까워요

    하지만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합니다....

    나에게는 내일이 밤보다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죠.

  2. bongta 2011.03.28 14:35 신고 PERM. MOD/DEL REPLY

    우리가 명상을 한다든가, 참선에 들자면 눈을 가늘게 뜨라는 가르침을 받습니다.
    눈을 차라리 감으라고 할 것이지 왜 하필이면 가늘게라도 뜨라고 이르는 것입니까?
    부처상을 쳐다보면 역시나 불안(佛眼)이 가늘게 실눈을 하고 계심을 볼 수 있습니다.
    꼭 감은 것이 아니니, 이는 곧 잠을 자고 있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하지만 거지반 눈을 감고 계심은 무엇입니까?
    외물을 여의고 내관(內觀)하고 계심이겠지요.

    말씀 이른대로 밤에 더 감성적이 되는 이유는,
    아마도 밤이 되면 가늘게 뜬 불안(佛眼)처럼 적절히 외물을 차폐하기 때문에,
    보다 근원인 안쪽의 마당으로 들어서기가 용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눈을 감는 순간 몽(蒙)에 빠지지요.
    몽이라는 것이 어리다, 즉 어리석음이라 할 수 있지만,
    저는 이게 여기서는 그저 깨어있음, 혹은 깨달음의 반대 정도란 뜻으로 인용하였습니다.

    그러하니,
    명상을 하려면 눈을 가늘게 뜨지 않을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을 아주 감아버리면 몽(蒙)에 빠지고,
    눈을 온전히 뜨면 거죽 현실을 보고 표면의식을 작동할 수밖에 없지요.
    부즉불리(不卽不離)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선,
    역시나 미(眯), 즉 가늘게 눈을 뜨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불안(佛眼)은 미안(眯眼)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로 미안(眯眼)이어야 몽(蒙), 식(識) 모두에 치우치지 않고 각(覺)에 들 수 있는 것입니다.
    미안(眯眼)은 피안과 차안을 연결하는 외나무 다리요, 외줄인 것입니다.

    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진 존재들은 잠을 자면서도,
    의식세계의 갖가지 궂은 기억들을 되살려 시달립니다.
    경험에 의하면 강아지들도 가끔씩 악몽을 꾸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동물이라든가, 아니 식물쯤에 이르면 아마도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잘 때는 의식을 푹 내려놓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러하기에 지인무몽(至人無夢)이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밭의 식물들에게 온전한 밤, 즉 꿈을 꾸지 않는 그런 밤을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밤에는 잠을 푹 자고,
    꿈을 꾸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면 아까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마도 밤에 잠을 자는 것이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낮에 벌여놓은 업(業)을 더 많이 욕심껏 지어야 하기에 시간을 벌자고 그러하든가,
    아니면 낮이란 핑계 때문에 미처 한거정처(閑居靜處)를 얻지 못하여,
    밤을 꾸어(借) 어둠의 장막을 치고,
    그 뜻을 세우고 정을 지피우려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일이 밤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을 듣자오니,
    저는 거꾸로 밤보다 낮이 더 귀하다는 듯,
    종일 아등바등 시간을 쥐어짜가듯 바삐 사는 사람들이 생각키우는군요.
    밤보다 낮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낮보다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런데,
    어제 제가 밭에 나가 종일 삽질을 했는데,
    처음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더니만,
    어느 순간에 이르자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듯,
    깊은 산중에 들은 듯,
    그렇지요 이게 바로 한거정처(閑居靜處)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경지에 들어 오래도록 깊은 집중(集中)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시나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가림 없는 경지가 옳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하다면,
    굳이 오늘, 내일 또는 밤, 낮을 낯가릴 까닭은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제넘습니다만, 솔직히,
    ‘내일이 밤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 앞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라면 밤은 밤대로,
    내일은 또 내일대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곧 오늘은 좋은 날인 것,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되새겨보게도 되는군요.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