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전(行纏)
행전과 비슷한 말인 각반이라는 말이 혹 귀에 익은가?
각반(脚絆)은 요대(腰帶)와 함께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교련시간에 쓰였다.
각반은 발목을 감는 띠로 걸을 때 간출하게 수습해준다 한다.
하지만 실제는 자주 흘러내려 오히려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었다.
요대는 허리띠인데 너비가 넓고 무겁기 때문에 이 또한 달갑지 않은 착용구였다.
내 전거를 살필 겨를이 없어 그냥 짐작만 하지만,
요대는 몰라도 각반은 필시 왜색 용어일 터다.
요대란 말은 중국 고전을 읽다보면 자주 만나지만,
각반은 내가 소학(疏學)하여 어두운 소치이겠지만 접한 기억이 별로 없다.
잠시 짬에 떠오르는 말을 먼저 주워섬겨보았으나,
여하간 오늘 이야기는 행전이니 말을 제대로 이어 시작해본다.
내가 2007년도에 주말농사를 하게 되었는데,
풀 때문에 여간 농사짓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해서 예초기를 하나 장만하게 되었다.
허나 세상만사 그러하듯이 득(得)이 있으면 실(失) 또한 따라오는 것.
허리를 굽히지 않고 일을 하니 좋긴 하나 엔진 소리가 제법 크고,
배기가스도 머리 뒤로 폴폴 솟아올라 이 또한 편치 않다.
하지만 순식간에 풀을 베어나갈 수 있으니,
예초기에 의지하여 농사를 짓지 아니 할 수 없었다.
예초를 해가다보면 예초기 칼날에 잘린 풀이라든가,
흙먼지 따위가 비산(飛散)하면서 신고 있는 장화 속으로 마구 들어간다.
그러노라면 발바닥에 이물감이 느껴져 일을 멈추고 이들을 수시로 털어내야 한다.
일에 한참 집중하다가 이리 멈추자니 이게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해서 발목에 행전을 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감발은 발을 감는 것이지만,
행전은 그 위 발목에서 무릎까지 띠로 두르는 것이니,
이 양자는 차이가 있다.)
이게 예초기를 사면서부터 필요성을 느껴오던 바이나,
수년이 지난 어제서야 만들게 되었다.
어지간히 게으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실인즉 우물사건이후 임시로 수돗물을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 참고 글 : ☞ 2011/05/12 - [농사] - 급수공덕(汲水功德) - (2))
물탱크 뚜껑을 열고 모기장을 덮어 염소 성분을 휘발(揮發)시키고 있는 게다.
처음엔 브로와를 뚜껑에 달았으나 이게 별로 효과가 없었다.
해서 처에게 모기장이나 양파망을 부탁하였다.
이게 도착하자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춤에 행전을 만들어 보게 된 것이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는 이번에 양파망을 이용했는데,
모기장이라고 아니 될 까닭이 없다.
양파망을 타서 펴보았더니,
맞춤하게 좌우 두 개의 행전을 만들 만하였다.
반으로 가르고 윗 벼리 부분에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붙였다.
(케익 상자를 세워두고 발 인양 행전을 입혀보았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벨크로가 필경은 중국산인가보다.
조금 쓰다 보면 잘 떨어진다.
호치키스로 드믄 드믄 몇 군데 박아주면 좋다.
구멍이 숭숭 나서 바람이 잘 통하니 우선은 답답하지 않고,
풀 조각 따위가 장화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
제법 쓸 만하였다.
농군이 맵시를 뽐낸들 누가 쳐다나 볼 것이며,
또한 그럴 까닭도 없는 것,
이리 용처(用處)따라 가까운 곳에서 임시변통으로 구처(區處)하여,
사나흘 풀을 다스리니 나만의 풍취(風趣)로새.
일을 마치자니,
어느 덧 서쪽 하늘에 흡사 커다란 홍시만한 석양이,
막 함지(咸池) 속으로 떨어져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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