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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孵化)

생명 : 2012.08.01 08:19


오늘 아침 새 집을 쳐다보니 어미가 없는 양 싶다.
대부분 둥지 안에 들어 포란에 열심이던 어미 새가,
최근 이틀 여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 참고 글 : ☞ 2012/07/16 - [농사] - 포란(抱卵))

발돋움을 하여 다시 살펴보니 머리가 낮게 둥지에 깔려 있다.
녀석이 피곤하여 잠을 자는 것일까나?
그런데 머리가 하나가 아니라 두엇이 더 있는 듯,
무엇인가 꼬물거린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어린 새끼들이 노란 주둥이를 꽃인 양 한껏 벌리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게다가 머리털은 쭈뼛쭈뼛 뻗혀 펑키머리를 하고 있다.

그동안 방해가 될까 멀찌감치에서나 슬쩍 지켜보았을 뿐,
안을 들여다 본 적이 없다.
어느 새 알들이 부화를 한 것이다.
사뭇 놀랍고 기쁜 일이다.
나는 어미가 없는 틈을 타서 카메라를 가까이 대고 두어 컷을 서둘러 찍어둔다.

어미 새가 부쩍 더 바빠진 게다.
그리 하기에 최근 어미 새가 둥지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적었던 것이리라.
밖으로 나가 벌레를 부지런히 물어와야 한다.
염천지절 그리 허덕이며 알을 깨더니만,
이젠 그 못지않은 노역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이 불인한 천지에서 (天地不仁)
자신 하나만을 지켜내는 것만도 벅차기 그지없다.
헌데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저리도 사력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아, 세상의 어미, 아비는 참으로 대단하구나.
저것을 일러 위대한 사랑이라 불러도 좋고,
업(業)이란 질곡에 갇힌 중생의 보 갚음이라 일러도 좋다.
부처는 이런 세상을 고해(苦海)라 했고,
노자는 천지불인이라 했음이다.

나 또한 이곳 시골에 들어와 유유자적하려 하였음이나,
천지 무지렁이 불한당, 양아치들의 텃새 때문에 마음을 상하기도 했다.

道高一尺 魔高一丈
도가 일 척이면 마가 일 장이라 했다.
이를 일러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 했음이다.
도가 높으면 마가 들끓는 것.

煩惱卽菩提
번뇌가 곧 보리임인가?
이는 번뇌를 여의고 보리를 얻어야한다는 말씀이 아니다.
이리 나눠 갖는 소견이야 말로 삿된 것.

정작은 내가 서 있는 이곳이야말로 복 짓고, 도 닦는 최고의 청정도량인 것,
바로 이 자리에서 공부를 끝 마쳐야 한다.

***

오후에 귀농하려는 분 두 어 분이 농장을 방문하셨다.
새 집을 들여다들 보시더니 총 다섯 마리인 것을 내게 일러주신다.

방해가 될까봐 들여다 보길 삼갔기에 난 저들의 형편을 자세히 모른다.
허나 저 분들이 스마트 폰으로 연신 찍더니만 나보다 더 사정이 밝다.

당시는 손님 응대하느라 미처 살피지 못했다.
저들이 돌아가시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온전히 지켜주지 못해 새들에게 미안하다.
갓 태어난 아이들이 혹여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앞으론 외부인에게 노출시킬 때는 각별히 주의하여야겠다.

앞으로 저들이 둥지를 떠날 일이 남아 있다.
둥지가 제법 높은 곳에 있으니, 아기 새들이 내려올 때 혹 다치지나 않을까 싶다.
근처에 도움 받이용 턱들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허나 고양이들이 턱을 딛고 오를 수도 있기에 함부로 설치를 해줄 수도 없다.
막 떠나려고 할 때 곁에서 지켜보며 도와주어야 하는가?
아직은 무엇이 옳은 지 다 알 수 없다.
틈나는대로 조사를 해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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