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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확장

소요유 : 2013. 2. 4. 13:21


얼마 전에 시골에 가보니 도로가 좀 넓어졌다.
농원 앞 판잣집을 일부 헐고 도로를 넓힌 것이다.

농원 정문 건너편 땅을 군부대가 무단 점용한 것을 작년에 회수하였다.
그런데 당시 읍장을 비롯해 산업계장, 이장이 우르르 몰려와 그 땅은 손을 댈 수 없다고 난리를 쳐대었다. 
내가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오, 아니 외려 법을 잘 지켰다고 할 것이거니와,
저들에 당당히 맞서 바로 찾아왔다.


당시 산업계장이라는 자가 말하길,
시골 동네는 다 남의 땅을 밟고 다닌다고 하였다.
하여 내가 말하길, 그럴 수도 있다. 
헌데 이 땅하고 그 이야기하는 땅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여기는 도로도 아니고 도로 옆으로 주머니처럼 들어간 곳으로,
다른 사람이 통과할 곳도 아닌데,
수십 년 동안 부대에게 앗긴 곳을 이제 찾았음인데 왜 내놓아야 하느냐 물었던 적이 있다.
게다가 이 도로조차 우리 소유의 사유지가 아니든가?

그러자 그 자들은 유구무언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막무가내로 손을 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저들은 뜻이 관철이 되지 않자 급기야 군청 직원까지 불러들였다.
하지만 군청 직원은 이곳 땅은 선생 땅이며, 저희들로서는 더는 할 일이 없다며 돌아갔다.

그러자, 이후론 산업계장을 비롯한 저들 읍내 직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 한번만 더 찾아오면 정식 경로를 밟아 경을 치려하였음을 저들은 알까?

(도로 확장 전)


(도로 확장 후. 중앙 철문을 경계로 튀어나온 판잣집을 다 깍아낸 것이다.)


그러한 것인데, 얼마 전 가보니 조금 아래 판잣집 일부를 헐고 도로를 넓혀 놓았다.
그 무허가 판잣집은 최근까지도 년년세세 지붕을 내달아 잇고, 
공터를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왔다.
저들 판잣집과 우리 땅과의 사이에 있는 도로도 실인즉 80~90%가 다 우리 소유이다.

그러한 것인데 저 판잣집 사는 이는 저리 땅을 탐하여 최근래까지도 집을 넓혀오는 것도 모자라,
차는 두 대씩이나 도로에 무단 주차해놓아 2차선 도로를 1차선 도로로 좁혀놓질 않았던가?
최근까지도 해를 거르지 않고, 공터는 지붕을 잇고 벽을 세워 사유화하면서, 
밖에다가는 도로를 막아가며 차들을 세워둔다.
최근 몇 년 새 무단히 삼켜버린 땅만 내놓아도 차량 10여대는 더 주차하고도 남을 터인데,
저리 욕심이 승하여 통행하는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욕심이 그리 많아 자신의 땅도 아닌 곳을 저리 탐을 내는가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헤진 넝마 따위를 어디서 주워 오는지 마치 당집처럼 치렁치렁 늘어놓아,
동네를 난민촌을 방불하게 만들어놓지 않았던가?
나 같으면 거기 공터에 꽃을 가꾸면 사뭇 곱고 안온하여,
비록 무허가일지언정 집값이 지금보다는 곱은 더 나아가리라.
욕심에 눈이 어두워 세상 이치를 요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여기서 사귄 지인은 말하길 거길 통과하려면 차가 부딪힐까봐 속력을 줄이며 긴장하게 된다.
게다가 요즘 세상에 예전 청계천 난민촌도 아니고 저리 넝마로 주변환경을 더럽힐 수 있느냐며, 
참으로 염치없는 사람들이라 흉을 보았다.

산업계장은 제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을 모르는 것일까?
저 판잣집은 본래 지목이 도로인 것이다.
관리를 소홀히 하여 뻔히 알면서도 저들의 불법행위를 제재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땅을 내놓으라 할지언대, 저 판잣집에서 무단으로 점유한 도로는 어찌 할 것이며,
그것도 모자라 밖에다 무단으로 사시장철 주차한 차량은 또 어찌 할 것인가?
산업계장은 저것은 어찌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당나라 셈법인지?

멀쩡한 권리 유권자의 땅은 내놓으라고 하면서,
무권자의 무법행위엔 관대한 이런 공무원을 어찌 바르다 할 수 있겠는가?

도로 통행 차량들이 저들 무단 주차 차량을 피하여 가느라 우리 농원 울타리를 범하길 해마다 몇 차례,
나는 그 때마다 이를 수리하기 바쁘다. 
그래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내 묵묵히 참아내질 않았던가?
저들은 이를 모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제 利를 탐하며 즐기고 있음인가?

염치가 있는 이라면 남의 지적이 있건 없건,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어쨌건,
일부 판잣집을 헐어내고 도로를 조금 넓혀놓았다.
내 사정은 모르지만 의당 그리 될 일이 바르게 잡혔을 뿐이다.

물론 그 외에도 최근래 몇 년 새 지어진 판잣집을 정리만 한다면,
그곳은 차량 10대를 주차하고도 남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될 터이지만,
그것은 공무 담임자들의 나태함 때문에 더 이상은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

아마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부대 점용지는 시민들에게 거저 제공되었을 터이고,
통행 차량은 여전히 이를 통해 원활히 다녔을 것이다.
아울러 저 판잣집은 헐리지 않고 멀쩡하니 제 욕심을 더 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읍장이든, 산업계장이든 와서 양해를 바란다며 공손하니,
내게 접근하였어도 일은 순리대로 풀렸을 것이다. 

단, 두 식구 사는데 무슨 욕심이 그리 많아 저리 탐을 내는지 모르겠다.
헌데, 저들의 욕심을 탓하는 것을 넘어,
정작은 저들로 인해 왜 애꿎게도 지나는 수많은 차량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가에,
내 의문이 기초가 있는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벗어난 자들을 평생 나는 지나치지 않고 타이르며 바로 잡고 산 폭인데,
여기서는 사뭇 자제하며 용서하고 있다는 것을 저들은 아직 모르고 있음이다.
오로지 서울에서 온 외지인을 향한 저 패륜적인 흉악한 텃새 때문에,
나로선 가급적 저 불한당들과 아예 접촉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월 그리 물심 양면으로 베풀고, 용서를 하였음에도,
염치를 차리지 못하고 있다면 저들을 어찌 바른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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