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花開? 花開春來?
소요유 : 2013. 2. 28. 10:16
春來花開? 花開春來?
봄이 오니 꽃이 피는가?
꽃이 피기에 봄이 오는가?
오늘 아침 이 물음을 던져본다.
어떤 이가 어디선가 꽃 사진을 올려놓으시며,
글귀 하나를 내다 걸으셨되 이리 말씀하고 계시더라.
“꽃이 피기에 봄이 오는 게 아니고 봄이 오기에 꽃이 핍니다.”
나는 이 말씀 앞에 서자, 과연 그러함이시어든가?
이런 의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하자니, 어떤 이는 턱하니 이리 말씀하며,
어깨를 으쓱 점잔을 빼신다.
花開之時花開 春來之時春來
꽃이 필 때 꽃이 피고,
봄이 올 때 봄이 온다.
양자를 다 아우르시니,
깍두기에 고추, 마늘 다져넣고 버무리듯 양념이 골고루구나!
아니, 그러한데,
봄이 어디 본 모습이 있다더냐?
그대들은 행여라도 봄을 본 적이 있으신가?
그대 있어,
들녘에 아지랑이가 꼬물꼬물 올라오는 것을 보자,
봄이 왔음을 알지 않던가?
뺨을 스치는 바람에 따뜻한 온기가 실려 있음을 느끼자,
이내 봄이 가까이 와 계심을 알아채지 않았던가?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반개(半開)하자,
비로소 봄이 오신 게로구나 그리 봄을 맞이하지 않던가?
그러함이니,
어찌,
春來花開이랴?,
“꽃이 피기에 봄이 오는 게 아니고 봄이 오기에 꽃이 핍니다.”
나라면,
花開春來라 이르리라.
맥루한( Marshall McLuhan)
일찌기 이 분은 이리 말했다.
"The medium is the message."
이 분의 문법을 따른다면,
“화신(花信)은 곧 봄(春)이다.”
하지만, 나는 한 발을 더 내딛는다.
“봄은 없다.”
왕소군(王昭君)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왕소군의 버림 받은 심정을,
저 시인은 설혹 꽃이 피어도 피었다 하지 않고,
내내 동토(凍土)의 한겨울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내, 진실로 말하거니와,
봄이란 실체는 없다.
다만 꽃이 피자,
우리는 봄이란 이름을 헌정하고 있을 뿐이다.
왜 그럴까?
다만,
난 그대 앞에 이리 묻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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