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여성 언어 산고(散考)

소요유 : 2013. 3. 15. 12:53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모습을 한 닉(nick)을 보게 된다.
나는 이미 예전에도 닉에 대하여 다루어보았다.
(※ 참고 글 : ☞ 2008/02/17 - [소요유] - 별명산고(別名散考)                  
                     ☞ 2009/08/12 - [소요유] - 별명과 시참(詩讖))

ooo맘.  

이런 닉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물론 어쩌다 ‘ooo아빠’란 닉을 대하기도 하는데 이는 드문 예라 하겠다.

왜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곁에 밀어두고 남을 빌어서야 이름을 겨우 갖게 되는 것인가?
요즘처럼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된 세상에도 저런 모습은 여전히 전과 다름없다.

과연, 여성의 의식은 도리 없이 후져서, 주체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것인가?
도대체 저들은 어이하여 장독대 뒤에 숨어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세상을 내다보는가?

닉만 그런가?
저들이 적은 글을 보면 종결사가 대부분 ‘...요’로 끝난다.
‘...다’는 같은 종결사라도 단언(斷言), 확정(確定)형인데,
‘...요’는 양보(讓步), 사양(辭讓), 미확정(未確定) 꼴이다.

그 뿐인가?
저들은 각종 이모티콘(emoticon)을 즐겨 사용하며,
마침표 ‘.’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ㅋㅋ...감사합니다..한번 해봐야 겠어요~’
‘아직..ㅠㅠ’
‘부분이더군요ㅡ.ㅡ’
‘그나마 휴우~~~~ 하고’
‘있을지 몰겠어용’
‘하여야겠당~~~’
‘ㅋㅋ’
‘겠지요 ^^’

저런 것들은 글자라기보다는 기호로 보아주어야 하겠는데,
일종의 'ascii art' 범주에 넣어야 할 것이다.

강아지들은 이성(理性) 중추(中樞) 기관이 발달되지 않은 대신,
후각(嗅覺)이 대단히 민감하고 뛰어나다.
그러니까 사물을 대할 때 대뇌가 작동하여 시비(是非)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로서 호오(好惡)를 가려 행동을 한다.
이를 나는 후각령(嗅覺靈)이라 잠정 불러두기로 한다.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개가 등장하여 대단히 무례한 짓이 되고 말았는데,
여성 제위께 용서를 구하기로 한다.
다만 여성들은 이성 능력보다는 감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끌어내려,
후각령을 잠시 떠올렸던 바이다.

저들은 머리로 판단하기 보다는 가슴에 젖어드는 느낌으로 외물을 대하는 데 능하다.
저들의 가슴 속에 사내가 가지지 못한 저마다의 옹달샘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리하여 저리 불룩하니 앞이 솟아오른 것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대지 위엔 젖빛 이슬이 뽀얗게 내려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잠깐 햇살이 슬쩍 지나치기만 하여도 찰나 간에 스러져버린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필시 하늘로 돌아갔을 터이지만,
아마도 은빛 편린 조각 몇몇은 여성들의 가슴 옹달샘에 떨어져 고이는 것이 아닐까?

이슬방울들이 괴여 촉촉이 젖은 가슴들.

그러하니 도대체가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따위 선언적이며 단정적인 행동어들이 나올 까닭이 있겠음인가?
‘몰겠어용~~’, ‘해야겠당^^ ㅋㅋ’
말씨는 저리도 풀잎에 돋은 이슬방울처럼 떼떼구르 굴러가며,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를 연신 지펴낸다.

다 큰 어른을 만나면 일상에선 저런 말들을 삼가던데,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오면 머리가 허옇게 센 할머니들도,
저런 말씨들을 절로 민들레 홑씨처럼 흩뿌려낸다.

그래 그러하듯, 저들은 씨앗을, 이슬을, 아이를 키워낸다.
저들의 말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이 아니라 상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숙명(宿命)들을 마주하게 된다. 

도리 없는 'ooo맘'의 행진들. 

두레박줄은 명줄에 다름 아니다.
아낙네들은 비, 이슬이 괴인 우물 속 생명수를 길어 온 집안 식구들을 키운다.
이슬, 달, 두레박, 아낙네 ...
이들을 관통하는 중심어는 목숨, 명(命)이다.
목화실처럼 면면(綿綿) 목숨을 잇는 숙과(宿課)가 저들에게 던져져 있는 게라.

저 묵은 숙제, 숙과(宿課)를 짊어진 채,
저들은 오늘도 까르르 까르르 거리며,
겨운 동산을 오르고 있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호(土户) 하나  (10) 2013.03.27
컴퓨터 고장  (6) 2013.03.27
高山流水  (6) 2013.03.16
북산이문(北山移文)  (6) 2013.03.13
나변(哪邊)?  (22) 2013.03.07
해토(解土)머리  (9) 2013.02.28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13. 3. 15. 12: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