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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후취월(猿猴取月)

소요유 : 2014. 9. 26. 22:13


약에는 두 가지가 있다.
보약(補藥)과 사약(瀉藥)이 그것이다.

약이라면 모두 보(補)하는 것으로만 여기기에,
보약 외에는 도통 생각ㅎ지를 못한다.
내게 보탬이 되는 것이 약이란 인식이 뼛속까지 배어 있다.
약은 의례 내 몸에 보태어지는 것이란 생각을 여의지 못한다.

허나 자신의 몸이 허(虛)하면 보(補)하여야겠지만,
만약 실(實)하면 반대로 사(瀉)해야 득이 된다.

예전 내 어렸을 때는,
한약방이 보약 지어 제법 짭짤하니 수지를 맞췄다.
보약은 여느 약에 비하여 비쌌다.
제 몸을 보하겠다는데,
어느 인간이 허술하니 대하겠는가?
헌즉 한약방 주인이 녹용, 인삼 등 값비싼 것으로 처방하노니,
비싼 것을 감당하여라 이른들,
어찌 항거하리?

그러함인데 요즘 포틀을 보면,
계집사람 살 빼는 약이 적지 아니 광고되고 있다.
이게 요즘 어법으로 diet 운운 이르는 것이 되지만,
옛 법식대로라면 사약(瀉藥)에 당(當)는 게다.
내 몸에 무엇인가 차고 넘치는 바,
덜어내고 가셔내자는 약인 게다.

전엔 모자라서 걱정이었는데,
요즘은 넘쳐서들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세태가 이리 한참 변하여 있는 것이다.

그러함인데도,
다이어트 약을 먹으면서도 예전 식으로 이게 보약인줄 안다.
참으로 문맹(文盲)이 따로 없음이다.
문맹이 글자를 알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것인가?
천만에 문맹(文盲)의 문(文)이란 무엇인가?
사람 사이의 약속 기호를 일컫는 것이다.
다이어트 약이 사약(瀉藥)임인데도,
이를 보약이라 여기고 있음이니,
어찌 문맹이라 이르지 않을쏜가?

보사(補瀉,reinforcing and reducing)는 한의학의 중심이론이자, 기초이론이다.

實則瀉之,虛則補之。

차고 넘치면 쏟아내고,
비어 모자라면 보탠다.

기실 이것은 이론이라 말할 것도 없이 지극히 상식적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이 이치를 제대로 꿰뚫으면,
이제 비로소 한의란 칭호를 들을 수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우리가 블루베리를 키우면서,
한편으론 황산이다 황이다 하며,
이를 밭에 쏟아 붓거나 부린다.

그런 한 편,
열심히 비료를 처넣느라 바쁘다.

내가 어느 농장을 방문하였더니,
남쪽에서 생산돼,
천하에 흩뿌려지고 있는 oo이란 비료가 가슴께까지 쌓여 있다.
해서 묻기를 이리 많이 사다 놓으셨으니,
이를 한 해 얼마나 넣는가?
이리 물었다.
그이가 말하길,
처음엔 많이 넣었으나,
블루베리가 타버려서 요즘엔 조금씩 넣는다 한다.

토양 pH를 낮추려 한다면,
비료를 넣지 말아야 할 것이며,
비료를 넣으려면,
pH가 높아질 것을 염려할 일이 아니다.

한 농장에서,
한 주인이,
이 둘을 한꺼번에 치루고 있으니,
도대체가 그이가 도모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한 인간이 있어,
보약을 열심히 처먹으면서,
한편으론 살이 찌었다고 뱃구레에 사약을 밀어 넣고 있음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으랴?

사람들은 보약은 몸에 좋으니 무작정 처넣으려 한다.
헌데 귀가 열려 있은즉,
블루베리가 자라는 토양은 pH가 낮아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런즉 그자는 황산이나 황을 열심히 밭에 넣는다.

그런 한편 비료를 투하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칠 않다.
그래 열심히 시중에 나도는 엉터리 비료를 사다 넣는다.
비료를 넣는 순간 앞전의 토양 산성화 노력은 이내 수포로 돌아간다.

낮에 깨어 있을 때는 밭에 황을 붓고,
밤에 잠 잘 때는 비료를 넣는 꿈을 꾼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 불안의식의 표징(表徵)이다.
낮엔 낮대로,
밤은 밤대로,
걱정이 여일하니,
무엇인가 하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주야 서로 상반되는 일을 하고서는,
할 도리를 다 하였다.
하며 자신의 안위를 돌보기 바쁜 것이다.
정녕코 블루베리를 위하여,
밤낮으로 노심초사하는 것이 아닌 게임이라.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격인즉,
종내는 그 끝이 길하지 않으리.

원후취월(猿猴取月)

원숭이가 달을 취하려,
우물에 비췬 달을 따라 풍덩 빠져버렸다.
 
원래 불교에선 원숭이를,
대인식경(對認識境)에 욕심이 앞을 가려 탁한 이를 지칭한다.
탐욕에 젖어, 거짓인 줄 모르고 혹하다가,
종내는 낭패지경(狼狽之境)에 이르고 만다.

묻노니,
우리들은, 
과연, 원숭이가 아니 될 각오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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