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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그 보랏빛 유혹

소요유 : 2014.09.25 16:04


블루베리(blueberry)는 중국에서는 남매(藍莓)라 칭한다.
이는 필시 blue로부터 藍을 취하고, berry에서 莓을 따와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blue나 藍은 모두 푸른(靑) 것을 의미할 뿐,
붉은(紅) 것과는 거리가 멀다.

허나 기실 블루베리 열매는 청색과 홍색이 모두 아우러져 있다.
청(靑)과 홍(紅)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blueberry란 작명은 적실하니 실제 모습을 그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계열인 紅色과 차가운 계열의 색인 靑色(藍色)을 섞으면,
자색(紫色)이 되는데 이 색은 자극적일만큼 아름답다.

청색이나 홍색 등의 단일 색은,
그 지시 자극이 일가적(一價的) 이다.

하지만 자색은 청, 홍의 분포량에 따라 반사된 빛은,
청과 홍의 경계를 좌우로 범하며 역동적으로 변한다.
이때 우리의 시각은 그 아찔하니 수천, 수만으로 변하는 빛에 현혹(眩惑) 당하고 만다.

무지갯빛은 빨주노초파남보 7색이 공간에 점할(占割)된 채 그저 펼쳐져 있다.
하지만 자색은 시간에 따라 천(千), 만(萬)으로 변개(變改)된다.
점할된 공간에 배치된 색은 처음엔 화려한 듯하지만,
시간에 따라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이내 시각(視覺)은 순응해버리며,
추가적인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얼핏 고정된 색인 양 여겨지던 자색(紫色)은
보는 이의 조그마한 시점(視點), 시각(視角) 이동에도,
물체 표면에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미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 감수(感受)할만 한 예민한 이들은,
그 미묘한 변화에 따라 심금(心琴) 역시 물무늬 지듯 따라 흔들린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
허나 이는 겉보기일 뿐,
실은 이로써 천변만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孤陰不生,獨陽不長。

외짝 음으론 생이 없고,
양 홀로 자라지 못한다.

청, 홍이 함께 아우러지면,
단순히 색이 둘로 늘어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二生三,三生萬物。

둘은 셋을 낳으니,
이는 음양이 합해서 비로소 새끼(子)가 만들어지고,
이로부터 무한 증식이 일어나 만물이 생성된다.

그러함이니 청이 홍을 만나면,
즉 紫는 천색(千色), 만광(萬光)을,
지고(負) 포함(抱)하게 된다.

때문에 자색은 예로부터 고귀한 빛으로 대접받았다.
세상의 모든 빛을 다 머금은 것이니 어찌 고귀하지 않으랴?

황금(黃金)보다 더 귀한 것은 자금(紫金)이다.
이게 요즘은 인공 합금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러시아산 천연 자금은 세계 최고의 보석으로 쳐준다.

금(金)은 본디 누렇다.
여기 앞에 황(黃)을 보태 황금(黃金)이라 이름하는 바는,
진짜배기 금이란 뜻을 강조할 뿐 본디 금과 다른 소식을 전하진 않는다.
허나 금(金) 앞에 자(紫)를 앞세워 자금(紫金)이라 할 때는,
금(金)을 넘어서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음이다.

자금은 본디 금(金)、동(銅)、철(鐵)、열(鎳, 니켈) 등등의
여러 원소들이 합해져 있는데,
이게 신묘한 빛을 발해,
사람들의 넋을 빼앗고 혼을 앗아간다.

마치 청, 홍이 합해져 紫색을 띌 때,
세상의 모든 빛을 모두 함축하여 대하는 사람들을,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니 야릇한 선경(仙境)으로 몰고 가는 것과 같다.

블루베리가 건강에 좋다고 사람들은 혹하곤 하지만,
나는 건강에 보탬이 된다는 말씀에 별반 마음이 매이지 않는다.  

(출처 : http://www.wall001.com/photograph/fruit_Blueberry_bilberry/html/image5.html)

다만 눈앞에 불쑥 나타난 저 보랏빛,
그 강렬한 유혹에 그저 넋을 앗기고 말 뿐이다.
보랏빛이되 어떠한 것은 연하고, 어떠한 것은 진한 색을 띄는데,
그것들은 그것들대로 내 혼 줄을 쥐고 흔들다.
이내 나는 저 깊은 안짝의 뜰로 끌려들고 만다.

자청비(紫靑妃)란 이름의 술이 있었다.
나는 그 이름에 끌려 이 술을 애호하였었는데,
지금은 시장에서 쉽게 대할 수가 없다.

자청비가 제주 신화에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지만,
혹간 자청이 紫靑이 아니라 自請이란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아,
좀 미심쩍기도 하다.

그런데 술 색은 紫靑이 아니라 紫紅에 가까우니,
명실(名實)이 같지 않아 이 역시 내 감수성을 좀 불편하게 하였다.
이름과 실제가 다르면,
믿음이 일어나기 어렵다. 

상인들이 좀 더 신실(信實)하게,
세상을 건너갔으면 좋겠다.

紫靑은 말 가운데 청신한 기운이 감돌지만,
紫紅은 열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 낸다.
紫靑이라면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정신이 쇄락(灑落)할 것 같지만,
紫紅이라면 마시는 대로 벌겋게 취하여 취흥(醉興) 속에 잠겨 끝내 가라앉을 것만 같다.
마구 취하길 원한다면 紫紅이라고 괜찮겠지만,
취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신은 오롯하니 말갛게 유지된 가운데,
선경을 거닐자면 아무래도 紫靑이 아니라면 어렵다.

블루베리 역시 영어 이름과 실제 과실 색은 딱히 맞질 않는다.
한자어라면 자청(紫靑)이 이 열매 색을 표현하는데 썩 잘 어울릴 것 같다.
내가 키우는 블루베리가 자청(紫靑)색임이 내겐 여간 다행이 아니다.
가까이에 두고 그 보랏빛 유혹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

여기 하나 더 보태야 할 말이 있다.
그 전에 이야기 하나를 먼저 부려 둔다.

옛날 금벽봉(金碧峰)이란 고승이 하나 있었다.
그가 선정 공부에 깊이 매진하여 한 소식을 얻었다.
어느 날 황제가 그에게 자금발(紫金缽)을 하사하였다.
금벽봉은 이를 크게 기뻐하며, 그 자금발에 애착을 느꼈다.

어느 하루 그의 수명이 다하여,
염라대왕이 보낸 귀신 둘이 내려왔다.

금벽봉이 선정에 들면,
아무도 그를 찾지 못하였다.
귀신들은 그를 찾지 못하여 애가 탔다.
해서 토지신에게 도움을 구하였다.

‘금벽봉은 선정에 들면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다.’

‘저희들이 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장차 어찌 염라께 보고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금벽봉은 모든 것에 애착이 없다. 다만 자금발만큼은 남다르게 아낀다.
그대들은 자금발을 찾아낼 방도를 구하라.
가령 흙덩이를 자금발에 튕겨 쏴보라.
그러면 그가 선정을 풀고 나타나리라.’

귀신들은 마침내 자금발을 찾아내고는,
거기에 가볍게 흙덩이를 세발 날렸다.
그러자 자금발이 땡그랑 소리를 내었다.
과연 금벽봉이 나타났다.

‘그대들은 누구이기에 내 자금발에 땡그랑 소리를 내느냐?’

‘당신은 이제 수명이 다하였다.
이제 염라왕께 함께 가시지요.’

금벽봉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망했다.
내가 이리 오래도록 수행을 하였음인데,
결과적으로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도대체가 이 따위 바루 때문에 해를 입다니.’

잠시 생각하더니만 귀신들과 흥정을 했다.

‘내게 조금 시간을 주시오.
처리할 일이 있으니,
그 일을 다 처리한 후에,
내가 그대들을 바로 따르리오.’

‘좋소 그럼 몇 분 드리리다.’

그러자 금벽봉은 자금발을 땅에다 내려놓고는 깨뜨려버렸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틀고는 선정에 들어버렸다.

그러자마자 단박,
귀신들이 금벽봉을 찾아보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보랏빛 유혹

자색(紫色)은 본디 정색(正色)이 아님이라,
여기 경계하는 말씀이 하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새김이 좋으리라.
이는 내가 예전에 쓴 글이 있은즉 이를 참고할 사.
(※ 참고 글 : ☞ 유시민 단상'에 덧붙여)

본 글과 이 글 두 개를 함께 아우르며,
보랏빛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ps)

내가 본시 이를 주제로 그럴듯한 글을 쓰려고 하였는데,
밖에 나가서 해야 할 일이 두엇 기다리고 있다.
그래 마음이 바빠 충분히 뜻을 펴지 못하였다.
보랏빛 환상처럼 별별 생각의 파편들이 마구 날아든다.
이것을 모두 주어 담자니 한 광주리로 미처 다 다하지 못할 지경이다. 
흥이 일면, 이번 미진 한 것을 혹 나중에 다시 고치거나 덧붙여 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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