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White God

소요유 : 2016. 11. 23. 19:01


오늘 우연히 영화 하나를 보게 되었다.

화이트 갓(White God)이란 제목의 영화인데,

여러 분들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간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혼한 어머니는 학술회 참석을 위해,

그의 딸 릴리(Lili)와 강아지 하겐(Hagen)을 전남편에게 맡긴다.

실은 강아지라 하기엔 덩치가 상당히 크기에 개라 하여 일반 이치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커도 내 눈에 강아지로 보인다.

보살펴주고 싶고, 아끼며 사랑하는 것은 다 자랐어도 내내 강아지로 불러주고 싶다.


하겐(Hagen)은 잡종견(雜種犬)인데, 

영화의 무대인 헝거리에선 잡종견을 키우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

릴리 아버지는 세금을 낼 수 없다며 하겐을 유기(遺棄)한다.

이에 따라 하겐은 갖은 고초를 겪는다.

하겐은 투견이 되기도 하고, 보호소에 갇히기도 한다.

릴리 역시 강아지를 찾으려 다니지만 쉽게 만나지 못한다.


하겐은 보호소를 탈출하며,

같이 갇혔던 친구 강아지 250여 마리를 함께 이끈다.

이에 도시 전체는 이들 강아지들이 휩쓸며 난장판이 된다.



마지막에 릴리는 하겐을 만나지만,

하겐은 으르렁거리며(growling) 심히 경계를 한다.

따라온 수백의 강아지들도 함께 이를 드러내며 대치한다.


릴리 아버지는 화염불로 이들을 쫓으려 하지만,

릴리는 이를 제지하며 트럼펫을 꺼내 분다.

이 음악 소리와 함께 개들의 흥분은 가라앉고,

아이들은 하나 둘씩 바닥에 엎드리며 얌전해진다.



그러자 소녀 역시 트럼펫을 놓고 바닥에 엎드리며 강아지들을 마주한다.

트럼펫을 매개로 강아지와 소녀는 원초적 사랑의 바다에 잠긴다.



릴리 아버지는 이 장면을 보고는 딸 옆에 다가와 같이 엎드린다.

최후의 기성세력도 이 사랑의 흐름에 합류한다.



똥개

잡종견을 우리나라에선 흔히 똥개라 부른다.

아, 이 경멸적인 언칭(言稱)이라니 ...

나 역시 자랄 때는 동네에 똥개가 지천으로 많았다.

어쩌다 스피치, 치와와, 진도견를 키우면, 고급견이라 대접을 해주었다.

요즘엔 수많은 서양종 개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주변에서 보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보신탕용 개들을 사육하는 곳에선,

의도적으로 도사견 등 대형견 잡종을 브리딩한다고 한다.


잡종견은 영어로는 mongrels라 하는데,

이와 비견되는 mixed-breed dog 또는 crossbreed dog와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일견 반(反)부정적 또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라,

mongrels보다는 개주인에게 선호되기도 한다.

후자는 의도적으로 이종견(異種犬)간 교배를 통해 원하는 특성을 갖는 개를 디자인한 경우이다.


살면서 여러 강아지와 인연을 짓고나니,

잡종견을 결코 경멸할 이유가 없으며,

외려 훌륭한 장점을 많이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잡종견은 순혈견에 비해 유전학적 병이 적고, 이병(罹病) 감수성(感受性)도 적다.

소위 잡종강세(雜種强勢, Heterosis)는,

hybrid vigor 또는 outbreeding enhancement라 일러지고는 하는데,

순혈 교배에 비해 여러 우수한 현상이 나타남을 이른다.

잡종강세의 대표적인 특징은 건강성이다.

인간에 의한 선택 집중적인 교배는 유전학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내병성(耐病性)이 취약해진다.

또한 오랜 시간 잡종강세가 이뤄지면 보다 유전학적 안정성이 확보된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잡종견이 소위 순종견에 비해 1.2년 더 오래 산다는 것이 알려졌다.

(※ 2013, "Longevity and mortality of owned dogs in England")


나는 기회가 되면 토종 잡종 발바리를 키우고 싶다.

수 백, 수천 년 동안 우리네 살림살이와 함께 한 발바리는,

우리나라 땅, 기후 적응력이 탁월하고, 잘 자라 키우기가 쉽다.

앞마당을 터로 삼고 온 동네 고샅길을 제 운동장 삼아 하루 종일 휘젓고 산다.

그러다가도 일이 생기면 쏜살같이 돌아와 집을 잘도 지킨다.

덩치는 작아도 영리하고 감수성이 뛰어나 밤에도 훌륭히 번견(番犬) 노릇을 한다.


블루베리의 경우에도 신품종에 경도된 농부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데,

이거 그리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신품종은 유전학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을 거슬려 특정 특성을 선택적으로,

좁혀 육종하기 때문에 작물 건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키우기가 까다로워 재배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든다.

실제 근래 신품종이라 하여 보급되는 품종 중에는 선전과는 다르게,

여러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유의하여야 한다.


기히 보급되고 있는 품종 중에도 좋은 것이 많이 있은즉,

구태어 비싸고, 위험이 많은 품종에 마냥 한눈을 팔 일은 아니다.

저들 중에도 그럴싸 한 것이 있겠지만,

그것이 확인되기까지에는 아직도 많은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

시험 재배라면 몰라도, 

본격적인 재배를 하고자 한다면, 

시간, 비용, 위험 요소를 고려한 신중한 결정 판단을 바란다.


영화에서 보면 잡종견이라 하여 세금을 걷는다 하니,

이게 사실이라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회문화학적 문제가 있는지는 몰라도,

최소 생물학적으론 상당히 무지스런 일이라 하겠다.

게다가 휴머니즘, 동물복지학적 사회적 관심 향배를 거스리는 야만스런 짓이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기실 영화에서 잡종견을 배타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모종의 상징 지시 내용이 있지나 않을까 싶다.

즉 끼리끼리 모여 외부를 향해 장벽을 치고서는,

저들만의 잇속을 도모하는 완강한 기득권층, 지배계급이 있다면,

이와는 상대적인 소외계층, 박탈계급도 있을 터이다.

잡종견은 이 중 후자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 제목 White God은 백인종 인간을 신에게 부회(附會)하여,

잡종견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 피지배계급과 대비시킨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들의 극한 대립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음악을 배우는 주인공 소녀 릴리는 애초부터 잡종견과 분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의 기성세력에 의해 분리가 강요되었다.

그 강제에 의해 하겐의 단절 경험, 체제 이탈의 체험이 깊어지자, 

경계심과 오해를 쌓고, 마지막에 하겐은 릴리 앞에서 으르렁 거리기까지 한다.


이 때, 릴리가 꺼내든 트럼펫 소리는,

주인과 나누었던 사랑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오늘날 재벌 자식들은 나랏 사람들을 개돼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나랏일은 하는 관리도 나랏 사람을 이리 취급하고 있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 

(출처 :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607082025001


개돼지도 언젠가 압제와 핍박이 도에 이르면,

거리를 나서며 저들을 물어뜯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乃無緣大慈。同體大悲。故曰大慈大悲。
(大懺悔文略解)


"연고없이 대자(大慈), 한 몸으로 대비(大悲).

그런즉 대자대비라 한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오늘의 박가 청와대처럼 정실에 엮여 베푸는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 모든 동물 유정물에 자비심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왜 그런고 하니, 내 몸, 네 몸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한 몸이기에 가림없이 자비심을 낸다는 것이다.

그런즉 홑 자비가 아니라 대자대비임이니,

앞에 대(大)자로 꾸미고 있는 것이다.
(※ 참고 글 : ☞ 2008/07/07 - [소요유] - 방(方)과 원(圓))


하지만 소녀 릴리는 트럼펫 하나로,

두 계급 사이에 원초적 사랑이 있었음을 환기시켰다.

도시 전체 길가에 강아지들이 엎드려 평화를 바라고,

릴리와 아버지 역시 함께 엎드려 자유를 기원하고 있다.


犬聲隨客往。雲影逐帆歸。

(百愚禪師語錄)


“개 짓는 소리 나그네 가는 뒤를 밟고,

달그림자 돌아가는 배를 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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