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자방(子房)

소요유 : 2017. 2. 11. 23:41


나는 본디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하여 아는 바도 없고,

깊은 관심을 기우리지도 않았었다.

 

헌데 요즘 한국 정치 현실은 실로 엉터리로 돌아가고 있었음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하여 뉴스를 예전과 다르게 대하고는 한다.

이제 잘못이 바로 잡히고 어서 평상으로 돌아가.

내가 전처럼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길 바란다.

 

재미없고, 시궁창 냄새나는 정치 현실을 더는 보지 않고,

내 본래의 공부에 충실하고 싶다.

 

야당 대권 후보로 유력시 되며,

지금 여론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이.

문재인.

그의 발언이 툭툭 던져질 때마다 뉴스에 오르니,

이 이의 말씀을 절로 따라가며 꿰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그런 결단(퇴진 선언)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할 뿐 아니라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출처 : 국민일보)

 

이 말을 처음 대하자,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그리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일으킴과 동시에,

참으로 유약하기 짝이 없는 인사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지,

범법 재벌 회장처럼 툭하면 사면령을 내려, 옥(獄)을 벗어나게 해주겠단 말인가?


사면령을 내리려면,

차라리 하루 살기에도 벅찬 빈궁한 이들에게 행해져야 더 낫지 않겠음인가?

 

게다가 저들은 시민 촛불이 타오르기 전에,

애시당초 갖은 핑계를 대며, 탄핵 자체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시민들의 압력에 밀려 가까스로 탄핵 소추를 한 주제에,

요즘엔 이게 모두 자신들의 공인 양 으스대고 있다.

급기야, 아직 탄핵이 인용된 것도 아닌데,

마치 대통령이 다 된 양, 기염을 토하고들 있다.

 

이 사람은, 사드 문제, 위안부 할머니 한일 협정 문제 따위에서도,

여전히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었다.

도대체 보수니 진보니 간에 아무런 차이를 못 느낄 지경이다.

 

‘정치인으로서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죠’

(출처 :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41785)

 

어제 문재인 이 사람은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했는데 헌재의 최종 판단에 승복할 거냐’란 사회자의 질문에 이리 답하였다 한다.

 

이 분의 일관된 모습,

저 모호함, 그리고 유약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장량(張良)이 한왕 즉 유방(劉邦)에게 하였다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는 물론 한서(漢書) 등에도 등장한다.

사기, 한서의 본문을 모두 여기 옮겨두되,

번역은 사기를 상대로 하였다.


장량은 범려와 더불어 내가 사뭇 사모하는 인물로서,

둘 다 지혜도 뛰어나지만, 공히 공수신퇴(功遂身退)의 전범(典範)을 보여준 분이기도 하다.

공을 이뤘으되, 부귀 공명(功名)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자리를 물러났다.


“역식기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장량은 와서 한왕을 뵈옵다.

한왕이 식사를 하면서 말하다.

 

‘자방은 이리 오너라.

빈객 중에 초나라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계략을 가진 이가 있다.’

 

역생(酈生)의 말을 전하고는 물었다.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장량이 아뢰다.

 

‘누가 폐하를 위해 이런 계략을 세웠습니까?

폐하의 일은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한왕이 묻다.

 

‘어찌 그러한가?’

 

장량이 답하여 아뢰다.

 

‘제가 앞에 놓인 젓가락으로 대왕을 위하여 산가지 삼아 계략을 셈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서 말하였다.

 

‘옛날 탕왕(湯王)이 걸(桀)을 벌(伐)하며 그 후손을 기(杞)에 봉한 것은,

걸의 죽은 목숨(망한 운명)을 제어할 수 있음을 헤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폐하께서 항적(項籍,=항우)의 남은 명운을 제어하실 수 있습니까?

아직 하실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무왕(武王)이 주(紂)를 벌(伐)하며 그 후손을 송(宋)에 봉한 것은,

주의 머리를 얻을 수 있다고 헤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폐하께서 항적의 머리를 얻을 수 있습니까?

아직 하실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두 번째 입니다.

 

무왕이 은(殷)에 들어가 상용(商容) 여(閭)를 현창(顯彰)하고, 기자(箕子)의 구속을 풀어주고,

비간(比干)의 묘를 쌓아주었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성인의 묘를 쌓고, 현자(賢者)의 여(閭)를 현창하고,

지자(智者)의 문(門)에 격식을 차릴 수 있습니까?

아직 하실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세 번째 입니다.

 

거교(鉅橋)의 곡식을 풀고, 녹대(鹿臺)의 돈을 흩어, 빈궁한 이에게 내렸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부고를 풀어 빈궁한 이들에게 줄 수 있습니까?

아직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네 번째 입니다.

 

은(殷)의 정벌이 끝나고,

갑옷을 거둬 집처럼 쌓고, 무기를 거꾸로 세워, 호랑이 가죽으로 덮으며,

천하에 다시는 병기를 쓰지 않겠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무력을 물리시고 문치를 행할 수 있으며,

무기를 다시 쓰지 않을 수 있습니까?

아직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다섯 번째 입니다.

 

말을 화산(華山)의 남쪽에 쉬게 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말을 쉬게 하고, 쓰지 않겠다 할 수 있습니까?

아직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여섯 번째 입니다.

 

도림(桃林)의 북쪽에 소를 풀어두고, 

다시는 전쟁 물자를 운반하여 쌓지 않겠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소를 풀어두고 전쟁 물자를 운반하여 쌓지 않겠다는 것을 보일 수 있습니까?

아직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한 일곱 번째 입니다.

 

또한 천하의 유사(游士)가 친척을 떠나, 분묘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서,

폐하를 따르는 이들은 밤낮으로 지척 고향 땅을 바라볼 뿐입니다.

지금 여섯 나라가 다시 회복하여, 한, 위, 연, 조, 제, 초가 섰는데,

천하의 유사들은 각기 그 옛 주인을 섬겨 그 친척을 따르고,

옛 고향과 분묘로 돌아가고 있으니,

폐하께서는 누가와 더불어 천하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불가한 여덟 번째 입니다.

 

또한 초가 비록 강하지 않지만,

여섯 나라가 다시 약해서 그를 따른다면,

폐하께서 어찌 신하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빈객의 계략을 쓴다면, 폐하의 일은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한왕은 먹던 것을 그치고, 입에 넣은 음식을 뱉으면서,

질책하며 말하다.

 

‘떠꺼머리 하찮은 선비 녀석 때문에 공사를 거의 망칠 뻔하였구나!’

 

인새(印璽)를 빨리 취소하도록 영을 내렸다.”

 

食其未行,張良從外來謁。漢王方食,曰:「子房前!客有為我計橈楚權者。」其以酈生語告,曰:「於子房何如?」良曰:「誰為陛下畫此計者?陛下事去矣。」漢王曰:「何哉?」張良對曰:「臣請藉前箸為大王籌之。」曰:「昔者湯伐桀而封其後於杞者,度能制桀之死命也。今陛下能制項籍之死命乎?」曰:「未能也。」「其不可一也。武王伐紂封其後於宋者,度能得紂之頭也。今陛下能得項籍之頭乎?」曰:「未能也。」「其不可二也。武王入殷,表商容之閭,釋箕子之拘,封比干之墓。今陛下能封聖人之墓,表賢者之閭,式智者之門乎?」曰:「未能也。」「其不可三也。發鉅橋之粟,散鹿臺之錢,以賜貧窮。今陛下能散府庫以賜貧窮乎?」曰:「未能也。」「其不可四矣。殷事已畢,偃革為軒,倒置干戈,覆以虎皮,以示天下不復用兵。今陛下能偃武行文,不復用兵乎?」曰:「未能也。」「其不可五矣。休馬華山之陽,示以無所為。今陛下能休馬無所用乎?」曰:「未能也。」「其不可六矣。放牛桃林之陰,以示不復輸積。今陛下能放牛不復輸積乎?」曰:「未能也。」「其不可七矣。且天下游士離其親戚,棄墳墓,去故舊,從陛下游者,徒欲日夜望咫尺之地。今復六國,立韓、魏、燕、趙、齊、楚之後,天下游士各歸事其主,從其親戚,反其故舊墳墓,陛下與誰取天下乎?其不可八矣。且夫楚唯無彊,六國立者復橈而從之,陛下焉得而臣之?誠用客之謀,陛下事去矣。」漢王輟食吐哺,罵曰:「豎儒,幾敗而公事!」令趣銷印。

(史記 留侯世家)

 

酈生未行,良從外來謁漢王。漢王方食,曰:「客有為我計橈楚權者。」具以酈生計告良曰:「於子房何如?」良曰:「誰為陛下畫此計者?陛下事去矣。」漢王曰:「何哉?」良曰:「臣請借前箸以籌之。昔湯武伐桀紂封其後者,度能制其死命也。今陛下能制項籍死命乎?其不可一矣。武王入殷,表商容閭,式箕子門,封比干墓,今陛下能乎?其不可二矣。發鉅橋之粟,散鹿臺之財,以賜貧窮,今陛下能乎?其不可三矣。殷事以畢,偃革為軒,倒載干戈,示不復用,今陛下能乎?其不可四矣。休馬華山之陽,示無所為,今陛下能乎?其不可五矣。息牛桃林之野,示天下不復輸積,今陛下能乎?其不可六矣。且夫天下游士,左親戚,棄墳墓,去故舊,從陛下者,但日夜望咫尺之地。今乃立六國後,唯無復立者,游士各歸事其主,從親戚,反故舊,陛下誰與取天下乎?其不可七矣。且楚唯毋彊,六國復橈而從之,陛下焉得而臣之?其不可八矣。誠用此謀,陛下事去矣。」漢王輟食吐哺,罵曰:「豎儒,幾敗乃公事!」令趣銷印。

(漢書 張陳王周傳)

 

이 글의 앞의 장면은 이러하다.

역식기(酈食其)는 한왕(=유방)에게 육국을 다시 복원시키며, 

덕의(德義)를 행하기를 권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항우는 칭신하며 한왕을 섬길 것이라 하자,

한왕은 옳다 여기며 명령 인새를 새기게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흔히 장자방으로 알려진 장량은,

위와 같이 조목조목 반박을 하며 그리 할 수 없음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한왕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장량이 젓가락을 셈하는 산가지 삼아,

이야기 하나를 내놓고는 세어가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는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한왕은 깨닫게 된다.

 

漢王輟食吐哺,罵曰:「豎儒,幾敗乃公事!」

 

그러자 먹던 음식을 토해내고는 욕을 해대며 놀라고 있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이리도 깊은 깨달음을 얻거나,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

먹던 음식도 뱉어내며 그 말씀을 받들기 바빴다.

(※ 참고 글 : ☞ 一沐三握髮)


한왕은 당시 분수도 모르고 천하를 다잡은 양,

교만을 떨었단 말이다.

오늘날 소위 대권 주자를 보고 있자니,

바로 이 한왕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음이다.

그래도 한왕은 장자방의 말을 듣고 이내 깨우쳤지만,

이 땅의 대권 주자는 교만스럽기가 그 어깨를 하늘과 함께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후과(後果)는 그들에게만 돌아갈 일이 아니라,

종국엔 나랏 사람 모두가 오늘 날과 같이 다시 고경(苦境)에 놓이게 되는 일이 되기도 하다.

이 어찌 끔찍한 일이 아니랴?


내가 앞서 거론한 정치인을 유약하다고 일렀었는데,

이제와 옛 일에 다시 견주자니, 

외려, 스스로 만심(慢心)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는 아직 천하를 아직 잡지도 못하였을 뿐더러,

아니, 오늘 날엔 천하를 잡기는커녕, 민의를 받들라 잠시 권력을 위임한 바임이라.

법이 엄연히 있는데, 자의로 범법자를 놓아주고, 명예를 지켜줄 수 있으랴?


수유(豎儒)에서 수(豎)란 본디 떠꺼머리를 말하는 것으로,

아직 상투도 틀지 못한 어릿배기 아이를 뜻한다.

그러니까 豎儒란 식견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엉터리 선비를 말한다.


여기 등장하는 기(杞), 송(宋)과 얽힌 이야기는,

나의 앞 선 글에 다루었던 바라, 이를 참고하라.

(※ 참고 글 : ☞ 기우(杞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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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7. 2. 11. 23: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