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연기 ⅰ

소요유 : 2017. 3. 7. 19:19


며칠 전 일이다.

농장 저 아래 강변께(한탄강)에 불순한 연기가 솟아오른다.

최근 몇 년에 걸쳐 그 근처는 연신 신축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농촌엔 수시로 연기가 일어나지만,

지금 연기가 나고 있는 곳은 새로 전원형 주택을 짓고 있기에,

필경은 폐자재를 태우고 있으리라.


이것 아주 흉한 짓이다.

단순한 농산물 잔사(殘渣)라든가, 종이 따위가 아니라,

각종 건축 폐자재라 이것 태우면 악취는 물론, 악성 공해 물질이 대량 발생한다. 


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리로 차를 몰아갔다.

그 집 앞엔 인부 둘이 오가며 부산스럽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뒤꼍을 돌아 연기 나는 현장으로 성큼 걸어갔다.

왜 아니 그러랴?

폐 페인트 통, 스티로폼 따위를 태우고 있다.

내가 녀석들을 나무라며,

당장 불을 끌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는 돌아와 당국에 신고를 하였다.


돌아오는 길가엔 차들이 무단 주차되어있다.

여긴 제법 대지가 넓어 자신의 땅에 주차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한데도 제 땅을 아껴, 이리 자신의 차들을 밖에다 주차하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하여도 여유롭게 다니던 도로인데,

지금은 새로 지은 집들에서 내놓은,

주민 차들이 좌, 우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에 주차되어 있어,

핸들을 여러 번 꺾어 돌리며 빠져 나왔다.

한심한 녀석들이다.

내가 별로 이용하지는 않는 도로이지만,

기회가 되면 이를 발의하여 바로 잡으리라.


농장에 돌아와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시작하였다.

미구에 담당자가 나를 찾아왔다.

장소를 일러 주며 처리를 부탁하였다.


담당자는 돌아가는 길에도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 다음 날에도 거푸 나를 찾아왔는데,

그가 하는 말이 이러했다.


인부들이 이미 없어졌기에 집행이 어렵다.

건축주와 건설사 사장 신원은 알아내었지만,

저들이 그 인부들을 알지 못한다고 한단다.

내가 그래 이리 일러주었다.


‘아니, 할 일이 없어,

무관한 이들이 남의 집에 와서 쓰레기를 태우는 짓을 하랴?


범인의 소재 불명를 이유로 부인을 계속하면,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것이 있으니,

인부를 부린 이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그가 말한다.


‘한번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물은 이들은 차후에 다시는 그 짓을 하지 않는다.’


내가 말했다.


‘그런즉 인정에 기댈 일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어야 한다.

이게 아니 되니깐, 백년하청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봄철이 되면 여기저기 논두렁, 밭두렁에 불을 놓으며,

농약병도 태우고, 폐비닐을 태운다.

이들 역시 제대로 단속하여 근절시켜 주기 바란다.

이 아름다운 산하를,

저들 한 줌도 아니 되는 불한당이 더럽히도록 내버려둘 일이 아니다.’


그가 말한다.


‘신고하라.’


내가 말했다.


‘신고를 기다리기 전에,

책임 행정력을 발휘하여 적극 나서 저들을 막아내라.’


그가 말한다.


‘아직 과도기라 ...’


내가 말했다.


‘그 말은 내가 여기 시골에 처음 왔던 십년 전에도 그대들로부터 똑같이 들은 말이다.’


과도기란 말은 결국 면피성 동원의 말에 불과할 뿐,

오늘을 피해가며, 내일로 미루는,

관리들의 전형적인 어법의 하나이다.


그가 말한다.


‘그래서 농약병을 수거하면 보조금을 주어, 

저들을 바른 길로 계도하고 있다.’


내가 말했다.


‘농약병은 자신들 소용에 따라,

발생된 쓰레기인데 거기까지에도 왜 보조금을 주어야 하는가?’


그가 말한다.


‘농약, 비료에도 보조금을 주듯 폐농약병 처리에도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그게 왜 같은가?

농민들이 거지인가?’


그럴 양이면,

아예 농민들 밑 닦아주며 대신 농사까지 지을 일이로다.


내가 여기 시골에 얼마 동안 더 있을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은 이런 작폐들은 없애는데 일조를 할 예정이다.


여기 시골에 인연을 지은 지 10 년 동안,

농장에서 단 한 번도 불을 낸 적이 없다.

대개는 쓰레기 따위를 태우기 위해 깡통이나 드럼통 등으로 화구를 만들곤 한다.

여기 쓰레기 중엔 비닐 따위가 섞여 들여가기 일쑤인 바라,

여간 언짢아 보이질 않았다.

하여 이런 짓을 애초부터 저지르지 않기 위해 아예 화구를 만들 생각을 하질 않았다.

쓰레기가 생기면 규정 쓰레기봉투에 넣어 내놓는다.


예전에 썼듯이,

서울에서 귀농한 이가 하나 있다.

이 사람이 나를 찾아와 환경을 염려하는 모임을 결성하려 하니,

참여하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어디 소속되어 있기보다,

나 혼자 자연 환경을 지키련다며 고사하였다.

그러자 이 사람의 표정이 쓸쓸하게 변해간다.

하여, 그리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 그래 그럼 시간을 내보겠다 하였다.


내 그 모임에 참석함에 있어,

지각 한 번 하지 않았으며,

몇 건의 발의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8 개월이 다 가도록 구체적 실천행동 하나도 집행되지 않았다.

결석에,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회원들이 9 할을 넘기고 있는 형편인데,

그저 농담이나 하자고 시간 버리며 내가 이 짓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던 차,

어떤 일을 계기로 더 이상은 거기에 나가질 않았다.


Here and Now


여기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전적으로 자신의 양심과 책임 하에,

자연을 생각할 일이다.


별도로 공연히 폼 잡을 일이 아니란 말이다.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고를 친 자를 찾아내 벌금을 부과하였단다.

녀석은 이제부턴 다시는 폐건축자재를 함부로 태우지 못하리라.


故國多私勇者,其兵弱。吏多私智者,其法亂。民多私利者,其國貧。故德莫若博厚,使民死之。賞罰莫若必成,使民信之。

(管子)


“고로 나라에 사적으로 용맹한 자가 많으면,

그 나라 병력이 약하며,

관리 중에 사사로이 지혜를 꾀하는 자가 많으면,

그 법이 어지러워진다.

백성 중에 사적으로 이익을 밝히는 이가 많으면,

그 나라가 가난해진다.


고로 덕이란 (차라리 무엇보다) 널리 두터이 베푸는 것만 못하니,

백성들로 하여금 그에 죽음을 마다하지 않게 되며,

상벌이란 (차라리 무엇보다) 반드시 실행되는 것만 못하니,

백성들로 하여금 그를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바임이라.”


군자란 형벌이 없어도 스스로 잘 지키나,

일반 백성은 상과 벌로써 규율할 수밖에 없다.


不失其法然後治


헌즉, 그 법 집행을 잃지 않은 연후라야 다스려진다 하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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