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시대와 유튜브
철기시대와 유튜브
흔히 은(殷)나라라 이르는 상(商)나라부터,
춘추(春秋)시대(기원전 770~403)까지는 청동기가 사용되었다.
청동기는 구리에 주석을 섞어 만든다.
구리는 무르기 때문에 주석을 섞어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구리는 그리 흔한 광물이 아니다.
그런즉 청동기를 기물로써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소수 귀족 계급이나 가능하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청동기 문화란 그리 보편적인 것이 되지 못하였다.
전국(戰國)시대(기원전 403~220)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철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청동기보다 단단하다는 실용성 외에도,
구하기 쉬운 흔한 광물이기 때문에 더욱 빨리 그리고 널리 사용되었다.
만약 철이 구리처럼, 또는 금, 은처럼 귀한 금속이라면,
아무리 단단하다한들, 어찌 그리 널리, 급히 퍼질 수 있겠음인가?
이에 따라 전국시대에 들어와 청동기는 병기에 사용되기보다는
제기(祭器)나 사치품 등 공예품 쪽으로 쓰여지곤 하였다.
금이나 은 도금을 한 청동 유물이 발견되기도 하듯,
도금 기술이 상당 수준으로 발달하였다.
이 기술을 금은착(金銀錯)이라 부른다.
상감(象嵌) 기법이 병용될 경우 금은착감(金銀錯嵌)이라 칭한다.
(이 기술에 대하여는 다음을 참고하라.
기실 이 기술은 거슬러 올라가 상주(商周) 시대에도 일찍이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내가 앞에서 조착을 이야기 할 때,
錯은 金涂也。라 소개하였는데,
이제 이름 자에 錯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까닭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으리라.
(※ 참고 글 : ☞ 조착과 이재명)
전국시대엔 철기 보급이 활발하여,
제후들은 병사들을 값싼 철기로 무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더욱 제후들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 하겠으니, 전쟁은 더욱 격렬해지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농업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되었으며,
부의 축적도 가능해져, 상인 계급이 두터워질 수 있었다.
내가, 뜬금없이 춘추전국시대의 기술적 토대를 말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유튜브의 등장을 전국시대의 철기와 비견코자 함이다.
유튜브 이전에도 개인의 동영상 제작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유튜버들이 흔히 사용하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레미어(Premiere)도,
진작에 있었으며, AVI, ASF, MPEG ... 등 표준 포맷도 정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 비록 훌륭한 영상을 만들었다한들,
이를 웹에 올려 널리 공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은 협소한 밴드위드스(bandwidth)로 다중을 상대하는 것이 벅찬 일이거니와,
송출 비용도 상당하여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여, 기껏 gif나 플래시 따위로 욕구를 제한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등장하자,
이런 제한으로부터 개인의 한계가 풀려져버렸다.
게다가, 요즘엔 라이브 송출도 가능하게 되었다.
과시 놀라운 일이라 하겠다.
이는 마치 전국시대에 철기가 등장한 것과 상사(相似)하지 않은가?
철기가 등장하자, 제후는 욕심껏 병사들을 무장시킬 수 있었으며,
이웃 나라를 침탈하여 야욕을 채워넣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농민들도, 비약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되었으며,
상인들은 갖은 재주를 부려,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무릇 부가 축적이 되면, 중산층이 형성되며,
사회 계급이나, 신분 질서는 물론,
정치, 문화, 경제 등 제 영역에서 변동 압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담이지만, 소승불교가 대승불교로 전이되는 과정에도,
상인 계급의 등장과 함께 요즘 식으로 말한다면,
물적 토대를 기초로 형성된 시민의 자각이 중요한 추동 요인이 되었음이다.
倉廩實而知禮節,衣食足而知榮辱。
(貨殖列傳)
“창고가 실해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
물적 토대가 약하면,
사회적 추동력이 생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충실해지면,
자아를 돌아보게 되며,
개인의 주체적 인격 창달 욕구가 튀어나오게 되는 법이다.
전국시대엔 사상사적으로도,
이 시대엔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여,
그야말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일제히 꽃을 피워내었던 것이다.
물론 선진(先秦)시대 때부터 이들이 출현하였지만,
전국시대에 들어와 허다한 학파로 분열되고,
학설들이 다채롭게 꽃을 피웠다.
孔子, 老子, 莊子, 墨子, 孟子, 荀子, 列子, 韓非子, 商鞅, 申不害, 許行, 告子, 楊子, 公孫龍子, 惠子, 孫武, 孫臏, 張儀, 蘇秦, 田駢, 慎子, 尹文, 鄒衍, 呂不韋 ...
儒家, 道家, 陰陽家, 法家, 名家, 墨家, 縱横家, 雜家, 農家, (小說家)
요즘 정권이 바뀌자,
그 동안 호의호식하던 그들,
방송에서 끈 떨어진 수구 인사들이,
다투어 유튜브로 진출하고 있다.
이봉규, 박종진, 안형환, 전여옥 ...
게다가 진보 인사들도,
저마다의 둥지를 여기에 틀고 있다.
가령, 최상천, 이상호, ...
그 뿐인가?
이불 속 사연을 홀딱 벗고 이야기 하고,
수호전의 체천행도(替天行道)를 행하는 영웅호걸도 나타나고,
혜초의 오천축국전을 방불하는 여행기를 전하는 순례자도 등장하고 있다.
과시 백화제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어중이떠중이.
모두 모여,
붓거니 잣거니,
떠들며 놀지라.
멍석은 이미 깔아져 있지 않은가?
Don‘t be evil!
래리, 세르게이의 젊음 정신을 믿는다.
명적(鳴鏑)이 되어 유튜브 위에서 놀 일이다.
(※ 참고 글 : ☞ 명적(鳴鏑) - 우는 화살)
나는 꿈꾼다.
더욱 많이 이들이 나타나,
백가쟁명(百家爭鳴)
누구나 제 목청으로 제 울음소리로 노래하길 바란다.
박상륭은 이리 말했다.
“계집 하나 잘못 잡아먹고 목에 비녀가 걸린 채 고독히 배회하는 그런 어떤 야윈 들개처럼,
왠지 내 목구멍에도 그런 비녀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울음은 아니었을까도 모른다...”
이런 울음이라도 좋다.
아니면,
소리를 내며 나는 화살, 명적(鳴鏑)처럼,
바람을 가르고 날 듯, 그리 제 궤적을 그리며 저마다 울 일이다.
아니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하지 않았는가?
제가 가진 꿈틀 거릴 재간이라도 펼 일이다.
과시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래리, 세르게이가 고맙다.
그대들이 전한 목소리
Don‘t be evil!
이를 믿는다.
제자백가는 어찌 생겼는가?
諸子十家,其可觀者九家而已。皆起於王道既微,諸侯力政,時君世主,好惡殊方,是以九家之術蠭出並作,各引一端,崇其所善,以此馳說,取合諸侯。其言雖殊,辟猶水火,相滅亦相生也。仁之與義,敬之與和,相反而皆相成也。
(漢書-藝文志)
이 글을, 요점만 추리면 이러하다.
주나라 왕실이 쇠미해지자, 제후들이 힘써 일어났다.
제자(諸子) 사상(思想)이 마치 벌들이 나오듯 뛰쳐나왔다.
한 일단을 들어, 그 옳음을 주장하고, 다투어 내달려 나아갔다.
그 언설이 뛰어나다 하나, 서로 물과 불처럼 달리하니,
때론 상생하고 때론 상극하며 투쟁하고 융합하였다.
역(易)에 이르지 않던가?
天下何思何慮?天下同歸而殊塗,一致而百慮,天下何思何慮?
(周易)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는가?
천하 모든 사람의 생각은 하나로 모이지만, 길은 모두 다르고,
근심은 하나로 일치하지만, 걱정하는 모양은 다 다르다.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는가?”
모두는 각자의 마음에 이끌리는 대로 생각하고,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걱정을 한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각기 찢어져,
각행기로(各行己路)
자기 길을 걸을 뿐인 것을.
이 최대한의 자유, 창조적 자기 표현, 자기 창달.
이게 제자백가에 다름 아니다.
제자백가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뛰어난 사상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문득 제자백가로 나툰다.
(출처 : 網上圖片)
무릇 장부(丈夫)는 저마다의 목청으로 제 노래를 부를 일임이라.
제 목청껏 호풍환우(呼風喚雨),
바람을 부르고 비를 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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