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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어 부재증명

소요유 : 2020. 2. 22. 12:40


말하기 전에 우선 글 하나 먼저 앞세운다.


故形非道不生,生非德不明。存形窮生,立德明道,非王德者邪!蕩蕩乎!忽然出,勃然動,而萬物從之乎!此謂王德之人。視乎冥冥,聽乎無聲。冥冥之中,獨見曉焉;無聲之中,獨聞和焉。故深之又深,而能物焉;神之又神,而能精焉。故其與萬物接也,至無而供其求,時騁而要其宿,大小、長短、修遠。

(莊子 天地)


“고로 형체는 도가 아니면 생기지 않으며,

생성은 덕이 아니면 밝지 않는다.


형체를 보존하면서 생성을 다하고,

덕을 세우고 덕을 밝힌다면,

왕덕을 지닌 자가 아니겠음인가?


광대한 곳에 홀연히 나타나고, 갑자기 움직이는데도,

만물이 그를 따른다면, 이를 일러 왕덕을 지닌 이라 하는 것이다.


까마득한 가운데 보고,  

아무 소리 없는데 들으니,

까마득한 가운데 홀로 밝음을 보고,

소리 없는 가운데 홀로 조화로운 소리를 듣는다.


고로 깊고도 깊어, 만물을 존재하게 할 수 있고,

심묘하고도 신묘하여, 정묘케 하는 것이다.


고로 그가 만물을 접함에 있어,

지극한 無에 거하면서도, 만물의 구함에 이바지하고,

때때로 달려가지만, 그 머무를 곳에 맞춘다.


크고도 작고, 길고도 짧으며, 가깝고도 먼 것에 있어,

(모두 그 작용은 같다.)”


대저, 대통령 정도면, 

視乎冥冥,聽乎無聲。

까마득한 가운데 보고, 아무 소리 없는데 들을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 너무 지나친 요구인가?


하지만, 

코로나19를 두고 바로 종식될 것 같다며,

시민을 상대로 안심하라 허언을 늘어놓았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곱절로 확진자가 늘어났다면,

이 어찌 할 터인가?


장삼이사도 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한다.

믿음이 깨지면 돌이킬 수 없다.


若一志,无聽之以耳而聽之以心,无聽之以心而聽之以氣。聽止於耳,心止於符。

(莊子 人間世)


“너는 뜻을 하나로 하여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氣로 들어라.

듣는 것은 귀에서 그칠 뿐이고,

마음은 아는 것에 그칠 뿐이다.”


문재인이 얼마 전 상인을 만났다.

상인은 경기가 거지같다 하였다.

그러자 대깨문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상인 신상을 털고 난리를 쳤다.

(※ 대깨문 :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아산중앙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했을 때 ‘좀 어떠시냐’고 묻자 “거지 같아요. 너무 장사가 안돼요. 어떻게 수습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호소했다. 이후 이 상인은 ‘거지 같다’는 표현 탓에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고, 장사도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928838.html#csidx950bf56fe1cc214b0c19b9461fd979f


헌데, 문재인은 이리 말했다.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


저 문장의 안타깝다엔 기실 목적어가 없다.


한 때, 이명박의 말을 두고,

나경옥은 ‘주어가 없다.’며 그의 부재를 강변했다.


정권이 바뀌자, 이젠 한층 진화하여 목적어가 사라지고 없다.

안타깝다는 말은 상인을 두고 어르는 말인지 아닌지도 불명하다.

그는 애매한 언술 뒤에 숨어 있다.


장독대 뒤에 숨어 ‘나 보이지 않지’ 하는 격이다.

아무렴 그렇다한들, 바람에 날리는 댕기 머리마저 감출 수 있으랴?


설혹 저게 상인을 두고 한 말이라도,

비겁한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들, 바보가 아닌 한,

공론의 장소에 나서서, 상인을 탓할 수 있으랴?

차라리 입을 다물고 말지.


제대로 된 말이라면,

안타까움의 상대는 대깨문이어야 옳다.

나아가, 대깨문을 나무라고, 사태를 바로 정리해야 했다.


‘입으로 말하지 말고,

마음으로 말하라.

마음으로 말하지 말고,

氣로 말하라.

말하는 것은 입에서 그칠 뿐이고,

마음은 제 뜻에 그칠 뿐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사라진 세상.

부재증명(不在證明)을 통해,

없지도 않은 제 말을 부정하는 세상은 너무도 슬프다.


아니, 불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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