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
소요유 : 2020. 2. 24. 20:47
오늘 시 하나, 아니 시인을 만났다.
※ 제웅 : 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물건. 음력 정월 열나흗날 저녁에 제웅직성이 든 사람의 옷을 입히고 푼돈도 넣고 이름과 생년을 적어서 길가에 버림으로써 액막이를 하거나, 무당이 앓는 사람을 위하여 산영장을 지내는 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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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 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 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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