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결면(結面)

소요유 : 2020. 3. 21. 20:59


존재가 인격을 내용으로 하지 않고,

욕망을 그 조건으로 할 때, 

세상이 어지로워진다.


내가 농장 개설을 하면서,

우물을 파려 관정업자와 계약을 하였다.

헌데, 가을에 이뤄진 것인데,

녀석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급기야 전화 통화까지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수개월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모월모일 굴착(掘鑿)을 하기로 약속 하였다.

그날 내가 서울에서 꼭두 새벽길을 달려 농장에 도착하였으나,

수 시간이 흘러도 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하였더니, 오늘 민통선 군부대에 와 있기에, 굴정(掘井)을 할 수 없단다.

내가 서울에서 오가는 것을 알 터인데,

왜 사전에 연락을 주지 않았는가 물었다.

녀석은 대뜸 그리 따지면, 일을 할 수 없단다.

그래, 그럼, 나도 너와 일을 함께 할 수 없다 일렀다.


녀석은 뭣이 아쉬운지, 

그러고도 굴착 장비를 밭에다 며칠 동안 방치해두었다.

내, 그 흉물을 보기 싫어,

썩 빼내가라 일렀다.

녀석은 염치없는 불한당이다.


하우스 업자 녀석도 매 한가지였다.

매양 시공을 미루더니만, 

개시하고도 툭하면 일을 중단하길 여반장으로 하였다.

일은 끝이 나지 않고 마냥 오뉴월 쇠불알처럼 늘어졌다.

녀석은 인부 가족이 상(喪)을 당하였다든가, 

입원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핑계를 연신 만들어내었다.


어리석은 나는 처음엔 저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헌데, 녀석들을 여럿 만나보니,

그 하는 짓이 매양 한가지였다.

비로소 나는 이게 저들이 살아가는 방식임을 깨닫게 되었다.

참으로 용렬(庸劣)한 무리라 하겠다.


내가 집 식구에게 말하였다.

내, 평생, 저 놈의 노가다 인격들하고는 절대 거래를 트지 않을 것이다.

유언인줄 알아라.

이리 말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 지역에서 새로 관정을 파, 농장을 개설하려는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약한 업자가 입원을 하였기에 관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여, 나는 그것 필시 거짓말일 것이니, 주의하라 일렀다.

왜 아니 그러할까?

녀석 역시 거짓말이었음이 확인되었다.


남의 대사를 앞두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저리 훼방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저 것들은 무슨 물건들이란 말인가?


관정업자라면, 우물을 파서, 고객에게 만족을 주게 되면,

얼마나 보람을 찾는 일이 아니겠음인가?


하고 많은 공덕 중에서 급수공덕(汲水功德)이 으뜸이란 말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물처럼 귀한 것이 없었음이라,

설혹 흉년이 들어 밥을 못 먹을지언정 물이라도 있으면 벌컥벌컥 들이키며,

갈증이라도 가리고 쪼그라든 제 배를 일시 속일 수도 있겠음이다.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사업이 고대의 가장 중요한 국가사업이었으되,

자신이 사는 고을 지경에선 마을 원님이 칭송 받는 공덕으로는,

굶어 죽는 이 구휼하는 기사구제공덕(饑死救濟功德)과

다리 놓는 월천공덕(越川功德) 또한 제일 큰 으뜸 공덕이었다.


그렇다면, 관정업자야말로, 참으로 귀한 직업이라 하겠다.

거저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면서 하는 일인데,

그 맡은 바 소임을 저리 엉터리로 하고 있음이니,

얼마나 천하디 천한 인격들이란 말인가?


不結子花休要種,無義之人不可交。

(金瓶梅)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인간과는 사귀지 말지라.”


어찌 저들과는 거래를 틀 수 있겠음인가?

맹자는 더 지독한 말을 하였다.


無羞惡之心,非人也


마땅치 않은 일(도리에 어긋나는 일)에 부끄러움을 일으키지 못하면,

인간이 아니라 하였다.


세상엔, 처세술, 교제술을 다룬 책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꾸미는 것을 전문으로 다루는,

소위 이미지 메이킹 관련 책도 부끄러움 없이 출판되고 있다.


古人形似獸, 皆有大聖德。今人表似人, 獸心安可測。

雖笑未必和, 縱哭未嘗戚。但結頭口交, 肚裡生荊棘。

(孟郊)


“옛 사람은 짐승처럼 생겼으되,

모두 큰 성덕을 갖췄다.

오늘날의 사람은 거죽으로는 사람처럼 생겼으되,

짐승의 마음보를 가졌으니, 어찌 측량할 수 있으랴?


비록 웃고 있을지라도 화목한지,

설혹 울더라도 저게 진짜로 근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머리로만 친하듯, 입으로만 사귈 뿐,

뱃속에는 가시가 들어 있다.”


세태가 부박(浮薄)하다 보니, 

그저 꾸민 모습으로 사람을 사귀고,

가슴에 주판을 숨기고 셈에 바쁘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물론이거니와,

사물과의 만남이란, 모두 기연(機緣)에 따라 이뤄진다.

  (※ 機에 대한 참고 글 : ☞ 유기(有機) 考)

허투루 대할 까닭이 어디에 있겠음인가?

그 인연을 귀히 여길 일이다.


古人結交惟結心,今人結交惟結面。結心可以同生死,結面那堪共貧賤。


고인의 사귐은 마음으로 맺었으나,

오늘의 사람들은 면 트기로 사귐을 이끌어간다.

헌즉, 

結心이라, 마음으로 맺은 사이는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으나.

結面이라, 그저 거죽 안면 트는 사이로는,

빈천(貧賤), 곤궁함을 함께 견디어낼 수 없는 것이다.


하니까, 소인들은,

이미지 메이킹, 인맥 만들기 ...

이런 따위의 거죽 일에 종사하는데 열중하고 있는 것이리라.


참으로 부박스런 세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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