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색경(色鏡)

소요유 : 2020. 3. 24. 16:03


앞서 말하였듯,

사람이란 비상한 때라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 참고 글 : ☞ 비상지공(非常之功))


베트남의 對한국 입국금지 조치를 두고,

일부 한국인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제적 활약이라든가,

박항서 감독의 기여에 비추어,

저들의 행동이 야박하다며,

여럿이 나서 꾸짖고 있다.


허나, 뒤집어 보면,

애초,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도우려 진출하였으며,

박항서가 베트남을 우정 챙기려 그리로 갔단 말인가?

그보다는 모두는 자신의 뜻을 얻으려 그리 하였을 터이다.


다만, 그로써, 상대가 도움을 받았다면,

그에 응하여 예를 다하는 것 또한 사람 사는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양자를 굳이 대가 수수관계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 선에 서서 베트남의 처신을 쳐다보면,

좀 더 치우치지 않는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 참고 글 : ☞ 시불망보(施不望報))


베트남뿐이 아니다.

밖으로 나갈 것도 없이,

주변 사람, 이웃을 생각해볼 일이다.


과연 우리는 이웃과 마스크 한 장 나눠 쓰고 있는가?

형편이 어려워지고, 난리가 나면,

그 사람의 허울이 벗겨지며, 본색이 쉬 드러난다.


그런즉,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난세가 제일 적합하다.

차라리 난이 일어나려면,

그 극한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 때라서야,

모든 것이 다 드러나고 만다.


한편, 거꾸로 나를 돌아 볼 일이다.

가난하다고, 지위가 낮다고 남을 깔보지 않았던가?

중국인, 연변 동포, 일본인이라며 무조건 배타적 태도를 보이진 않았는가?

동물이라고 마구 대하지 않았던가?

나라는 위인의 깊이 또한 그 때라서야 바로 드러난다.


그러함이니, 실로 난세란,

너와 나를 비추는 색경(色鏡)이라 하겠다.


日走月步,趨不同舍。夫妻反目,君主失國。

(焦氏易林)


초씨역림의 괘사 가운데 하나다.

일월이 모두 제 자리에 자리 잡고 만물을 비추어야 하는데,

서로 찢어져 달려 나가고 있은즉,

부부 사이가 반목하고,

군주가 나라를 잃는다는 뜻이다.


지금 같은 난세는 日走月步는 물론,

개개인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꾀하기 바쁘다.

실로 이러할 때,

사람의 참 인격이 드러나고,

국가의 문화 깊이가 드러나고 만다.


난세란 결국 사람, 문화를 재는 바르고도 엄정한 척도라 하겠다.


하기에,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BCE 770년 ~ BCE 221년)에,

제자백가(諸子百家)가 출현하였다.

결국 그 참혹하였던 난세에,

바른 인간을 가늠하는 척도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나는 한 동안, 도무지 이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어두운 고대에,

그 한 줌도 아니 되는 사람들이,

어찌하여 저토록 찬란한 문화, 사상, 철학을 창출하였는가를.


헌데, 차차 깨우치게 되었다.


실로 난세가 되어야,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나며,

이 때라서야, 총명한 이가, 바른 도리를 찾아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리 깨지고, 저리 자빠지며 비로소.


그러함이니,

난세를 맞아,

이를 깊은 공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마냥 끌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절호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일생 이런 공부 자리가 또 있으랴?


日日是好日인저.

(※ 참고 글 : ☞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ⅱ)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향하마(聞香下馬)  (0) 2020.04.05
양룡(養龍)  (0) 2020.03.30
코로나19와 인드라망(因陀羅網)  (0) 2020.03.29
차라리 악인이 되라.  (0) 2020.03.24
전지와 도부수  (0) 2020.03.23
결면(結面)  (0) 2020.03.21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20. 3. 24. 1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