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평수토(平水土)

소요유 : 2020. 4. 19. 10:34


봄바람은 드세다.

게다가 봄가뭄도 심하다.

식물은 물론,

농부에게도 봄은 심상치 않은 계절이다.

春旱求雨

옛날에 봄가뭄이 심하면,

산천사직에 기우제를 드렸다.

맑은 술(淸酒) 또는 현주(玄酒) 받쳐 올리며, 비를 기다렸다.

마침 지난 04.17 비가 내려 걱정을 일시 덜었다.

 

여기 현주(玄酒)는 제사 때 술 대신에 쓰는 맑은 물을 가리킨다.

 

스님들이 술을 일러 곡차(穀茶)라 이르며 짐짓 의뭉 떨 듯,

제주(祭主)나 무당은 청수(淸水)를 현주(玄酒)라 이르며 귀신을 속인다.

아니, 진실을 말한다면 곡차야말로 감로(甘露)이며,

현주야말로 밀주(密酒)임이라.

이들은 차크라(Chakra)를 돌려,

미묘한 몸(suksma sarira)의 각 노드들을 빛나는 에너지로 관통하는 묘약이다.

 

그러함이니, 

곡차 마시고도 득도를 하지 못한다면,

중노릇 제대로 하였다 할 수 없으며,

현주 올리고도 귀신을 불러낼 수 없다면,

결코 용한 무당이라 불리울 수 없음이다.

 

千恨萬怨

 

천년 한을 품지 않으려면,

중은 말들이 곡차를 마다할 일이 아니며,

정치인은 비례당, 위성당을 거푸 만들어낼 일이며,

농부는 밭두렁에 폐비닐을 욕심껏 태울 일이로다.

 

오늘날,

사람들은 모두들 해태눈깔들이고,

귀신들 역시 약 먹고 해롱거리며 개골창에 나자빠져 있음이니,

도시 무엇이 꺼리길 것이 있으랴?

 

바람이 불자, 

여기 시골 동네 밭 여기저기 방치된 비닐 멀칭 조각들이 산지사방 흩어지며 강가로 날아간다.

저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어찌하지 못하고 그만 지켜만 본다.

 

논이 이젠 귀하지 않아,

마구 택지로 전환되고, 도로로 바뀌며, 밭으로 만들어진다.

이러고도 무사할까?

사람들은 언제고 된통 당하고 말 것이다.

논 가운데로 도로가 나자, 자투리 논은 기다렸다는 듯,

객토(客土)를 받아 성토(盛土)코 도로면과 키를 맞추었다.

(※ 客土 : 여기 客은 손님, 밖, 다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함이니, 객토란 곧 딴흙을 지칭한다.

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져온 흙이란 의미다.

이게 전화되어 동사라도 쓰인다.)

거기 주인은 그러고 나서,

지난해에 고추 등 밭작물을 심었다.

 

밭에 비닐 멀칭을 하였는데,

가을에 고추를 거두고는 그냥 밭에 내버려두었다.

이게 갈가리 찢기며 수로에도 들어가고, 흙에 묻혀 난리도 아니었다.

광인(狂人)의 산발(散髮)한 머리처럼 겨우내 빈 밭에서,

연신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더라.

 

봄이 되자, 그게 바람에 날리고 있는 것이다.

저것의 끝을 나는 익히 짐작하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어제 거기를 지나다 보니,

밭 군데군데 태우고 난 흔적이 남아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멀칭 비닐, 고추 끈을 태우고 난 것이 역력하다.

썩을 놈 같으니라고!

게다가 곁을 지나고 있는 농수로 안엔,

각종 스티로폼 박스, 비닐 조각이 가득 방치되어 있다.

 

 

 

저 정도 의식 수준이라면,

농부가 아니라 식당 일을 하여도,

얼마나 더럽게 주방을 관리하겠는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콩나물 장수를 하여도 성장 촉진제 듬뿍 처바를 것이며,

두부 장사를 하여도 횟가루 처넣고도 남을 위인이 아니겠음인가 말이다.

 

오늘날 현대국가는 제조물책임법(製造物責任法, Product Liability, PL법)을 만들어두고 있다.

이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생명, 재산에 손해를 입은 경우,

제조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이다.

농축산물 역시 제조물이다.

이 법에 의해 의율이 아니 될 까닭이 없다.

하지만, 이 법에 의하면, 밭에다 비닐 태우는 행위 자체가,

과연 소비자에게 어떠한 손해를 끼쳤는지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 원인에 의한 결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 십년 후에 나타나는 것까지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기에, 손해 발생 여부로 책임을 묻는 저 법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손해 발생 이전에, 악행을 막고, 처단하는 보다 선제적인 법이 필요하다.

 

그외 식품위생법이나, 농축산물 관리법이 그럴싸하게 만들어져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비닐 태우는 행위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법의 불완전성도 문제이지만,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 행정력과 사법권력의 무능과 나태함이 더 문제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하다 못해, 지방 행정관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당장 단속에 나서고, 범법자에게 처벌을 엄히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농장이 있는 곳에,

멀쩡한 인도가 파해쳐지고 보도블럭이 교체되고 있다.

돈이 썩어나고 있는가?

엉뚱한 곳에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설혹 공사를 하더라도,

조금 망가진 보도블럭이나 몇 장 거둬내고 바꾸어도 충분할 일이다.

게다가 인도 아래 우수관 암거까지 뽀개어 새로 공사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 새는 예산 몇 십분지일만 덜어내,

비닐 태우 짓 막는데 쓴다면,

저 패악질을 바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시민들의 건강이 확보될 수 있다면,

군정(郡政)은 한결 보람되고 떳떳할 것이다.

 

비닐을 태우면 다이옥신이 나온다.

이 맹독성 물질을 밭에 애써 만들어 넣고서는 농작물을 지어낸다.

이것을 아무 것도 모르고 도시인들은 사서 먹고들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발암 원인 중 상당수가,

이런 독극물 든 농산물 때문에 기인한다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그래 진작부터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에게 주는 보조금 따위 다 없애버릴 일이다.

천하디 천한 저 따위 농부들에게,

나랏돈 축내가며 부축할 일이 아닌 것이다.

 

돈이 남아돈다면,

저런 불결하며, 패악스런 짓을 하는 이들을, 

붙잡아다 엄히 징치하고, 바로 가르쳐 새사람으로 만드는 일에 쓸 일이다.

시골마다 또박또박 박혀있는 농촌기술센터나 군청 공무원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음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적극 나서서,

시민의 건강을 해치는 저 짓을 막을 일을 연구할 일이다.

재정이 고갈된다고 밤낮 울며 징징 거리는 짓하지 말고,

적극 나서 부정(不淨)한 먹거리 생산을 막으면,

아마, 발병 건수가 사뭇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보호단체도 일떠 일어나,

저들 패륜, 무지렁이 농부들을 응징할 방도를 구하라.

 

 

또 다른 수 만평 너른 논, 

거기 한 녀석이 트랙터 몰고 벼농사를 짓는다.

비닐 장판을 태우다 만 잔해가 보인다.

나는 안다.

녀석은 농약병이고 뭣이고 간에,

모두 논두렁에다 모아놓고 태우고 있음을.

 

분노가 인다.

 

이것 당장 신고하고 싶다.

아마 신고하면, 내가 그런 것임을 당장 알 것이다.

그 동안 수차례 당국에 신고를 하였지만,

공무원들은 그에게 아무런 벌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그러함이니, 오장육부가 진작부터 비뚤어진 녀석이 고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 이 내력을 다 치부(置簿)해놓고 있다.

모아두었다가, 언제고 간에,

크게 경책할 기회가 나타나길 엿보고 있다.

이재명이 이곳 군수였다면,

당장 찾아가 의논을 하였을 터이다.

그를 엄히 닦달하며,

바르고 곧은 행정을 주문할 것이다.

그라면, 이를 외면치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예전에, 다른 일로 여기 군수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일처리가 형식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천이 따르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하여, 저들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문재인이 공무원 숫자를 늘렸는데,

내가 시골 지방 군정(郡政)의 실상을 관찰한 바로는 외려 대폭 줄여야 했다.

그 예산으로 비정규직, 일용직 등,

어려운 이들에게 쓰는 것이 한결 의로운 일이 되었을 것이다.

넘치는 공무원 수를 더욱 늘리는 엉터리 짓을 할 일이 아니라,

책임자를 올바른 이로 골라 적소(適所)에 배치하는데 더 힘을 써야 한다.

 

어제 연천군 고대산 언간에 있는 막국수 집에 들렸다.

조그마한 동네 속에 숨어 있는 곳인데,

음식 솜씨가 범상치 않다.

 

거기 식당 안에 표구되어 걸린 찬비(讚碑)가 이채롭다.

 

 

 

대한평수토찬비(大韓平水土贊碑)

 

<碑文內容>

 

久旅忘家翼輔承帝

勞心營知衰事與制

泰華之定池察其平

處水奔麓魚獸發形

而岡弗亨伸鬱疏塞

明門與庭永食萬國

 

집을 떠난 지 오랜동안 임금의 뜻을 받들어서

온갖 지혜 다 짜내 열심히 일하고 규범을 만들었더니

땅이 안정되고 물이 고요해져서

물에도 땅에도 어수가 제 모습을 나타나네

형통하게 되었고 비색함이 없어져

밝은 사회 이룩되어 영원토록 잘 살리라.

 

平水土라,

물과 땅이 고른 세상을 고대한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월비설(四月飛雪)  (0) 2020.04.24
코로나19로부터의 각성  (0) 2020.04.22
역천(逆天)  (0) 2020.04.21
일베  (0) 2020.04.09
코로나19 이후  (0) 2020.04.06
문향하마(聞香下馬)  (0) 2020.04.05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20. 4. 19. 1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