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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In Case

소요유 : 2020. 4. 26. 23:25


Just In Case


나는 예전 글을 통해 도요다의 간판 방식에 대하여 다룬 적이 있다.

그 핵심 중의 하나가, JIT다.

JIT는 Just In Time의 약어이다.

나는 이 방식의 문제점을 산업공학적 관점보다도,

주로 철학적 관점에 서서 비판하였었다.

(※ 참고 글 : ☞ 도요타의 간판방식)


이게 무엇인가는,

Schonberger의 JIT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빠르다.


“JIT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판매되려는 시간에 알맞게 완성품을 생산, 인도하고, 

완성품으로 조립할 시간에 알맞게 반조립품을 생산, 인도하고, 

반조립품화 할 시간에 알맞게 가공부품을 생산, 인도하고, 

가공부품으로 변형시킬 시간에 알맞게 구매재료를 주문, 인도하는 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소비자의 구매가 발생하는 시점에 맞춰,

최종 완성품의 생산에 선행하는 여러 공정, 과정들이,

적시(in time)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공정의 흐름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이게 말처럼 된다면,

최종 생산자는 물적, 인적 낭비 없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공정 흐름상 연관된 모든 물적 단위 요소는 물론, 

관여 중간 요소 생산자도 한 시도 쉬지 못하고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여 흐름상의 요구에 제 때 부응하지 못하면,

전체 공정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참고 글에서도 인용하였지만,

JIT와 같은 기능, 효율 중심적 사고관에 철퇴를 내리는 노자의 말을,

이제 다시 소환해보련다


三十輻,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為器,當其無,有器之用。鑿戶牖以為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道德經)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인다. 

(바퀴통 속에) 그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 (그릇 속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있다.

방을 만들 때는 방문과 창문을 뚫는데, 

그 (방문과 창문 안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방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 jackwts)


오늘은 JIT의 대척점에 선 방식으로 JIC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Just In Case의 약어다.

JIC는 일반 예상 수요를 넘는 불의(不意)의 수요에 대비하여,

충분히 재고를 유지하는 전략내지는 방식을 의미한다.

물론 재고비용은 JIT에 비해 많아지지만,

구매자의 수요에 차질 없이 부응할 수 있어,

인도 지연이나, 품절로 인한 고객 불만이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하다면, 이를 과연 비용이라 이를 수 있겠음인가?

비용이라 인식하는 한, 

더는 한가히 앉아 있을 수 없다.

헌즉, 

일떠 일어나, 

공정 흐름의 낱낱의 과정을,

조이고, 쥐어짜, 최종 목표에 복무시키는 폭거가 일어나고 만다.

아, 미련하구나.


한국에도 한 때, JIT의 망령이 온 천하를 휩쓸어,

시테크(時tech)니 하는 깃발을 높이 흔들며,

시간을 착취하고, 

종국엔 인간을 기능주의, 효율지상주의의 재단(齋壇)에 눕혀,

배를 가르고, 창자를 뽑아내며,

한껏 유린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 미망(迷妄)이어라.


여기 농장이 있는 시골 시내로 나가면, 만두집이 하나 있다.

왕만두집인데, 양도 적당하고, 맛이 있는 편이다.

두 부부가 하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없이, 부인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더라.

사연을 물어보니,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남편은 다른 벌이를 나섰다 한다.

헌데, 예전과 다른 것은,

주문을 받으면 그 때서야 만두를 쪄내기에,

5~10분을 기다려야 한다.

예전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

주문이 일어나면 거의 즉각 대응을 하던 폭이었는데,

혼자 하면서 이리 방식이 바뀐 것이다.


그러니까 먼젓번 방식은 JIC라, 

고객 불편이 없었다.

헌데 이번엔 JIT라, 그것도 불완전하여,

점포의 완성품 재고에 따른, 허실은 없어졌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자면 in time이 아닌 out of time이 되버리고 만 것이다.


이젠, 부인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버거웠던 것일까?

우즈베키스탄 여인과 교대로 일을 보고 있다.

남편은 온전히 빠지고, 부인도 하루 절반만 일하며,

그 자리를 외인이 들어와 메우고 있다.

여기 적응한 손님들도 생기겠지만,

시간을 잃어버리면서 만두를 먹지는 않겠다는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부 방역 관련 물자 부족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런 악성 바이러스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관련 물자를 미리 만들어놓고 기다리면,

공연히 재고 비용을 헛되게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여, 마냥 예산이 헛되게 낭비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들의 존재 자체가 전쟁 억지 효과를 내고 있기에,

국방비 지출이 무용하다 할 수 없다.


방역 물자 비축이나, 관련 의료 시스템의 채비 역시,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중요한 것인 바, 소홀히 할 수 없다.

요즘 같은 비상사태를 당하게 되면,

몇 년 동안 일없이 지나가는 동안,

공연히 헛되게 비용을 낭비했다는 생각하였다면,

이제 그것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 이의 실제를 핀란드의 프레퍼(prepper) 정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감동한 핀란드의 놀라운 반응...)


제사에 올리려고 돼지를 몇 년씩 키우는 것은,

오로지 제삿날 단 하루를 위해서다.

방역 관련 지불 비용은,

허공중에 사라지는 매몰비용(sunk cost)이 아니다.

어느 날 불각시에 나타난 사건을 대비하기 위한,

정상적인 대응일 뿐인 것이다.


이것들은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제대로 말한다면, 실로 생산요소, 가치요소라 일러야 하리라.

그릇의 가운데 빈 공간이야말로, 그릇의 가치 내용의 핵심이다.


in case

만일에 일어날 사태에 대비하여,

오늘을 덜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되우 깨우치고 있다.


無之以為用


없음은 그 쓰임을 발휘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


just in time 방식은

효율 지상주의가 낳은 극단적인 악덕(惡德) 중 대표적 표본이다.

거기 관여된 이들은 오로지 주인 하나를 제하고는 모두,

기름 짜는 맷돌에 넣어진 채, 

착취의 대상이 되고 만다.


한 때 산업공학의 이름으로 악덕이 널리 소개되고 찬양되었다.

오늘날에 다시 생명공학이란 이름으로 생명을 노리고, 실험되고 있다.


공학은 손만 있지, 눈이 없다.

때문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진단키트가 이 분야의 유용한 기술로 요즘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황우석의 줄기세포 사태처럼,

유전자를 적극적으로 변형시키고,

윤리를 무너뜨리며,

세상을 혼돈 속으로 빠뜨릴 개연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경계심이 이번 진단키트와 같은,

공학의 활약 때문에 느슨해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끝으로, 장자의 다음 구절을 다시금 음미하며, 마친다.


無為名尸,無為謀府,無為事任,無為知主。體盡無窮,而遊無朕,盡其所受於天,而無見得,亦虛而已。至人之用心若鏡,不將不迎,應而不藏,故能勝物而不傷。

(應帝王)


“명예를 탐하지 않고, 모략을 꾸미지 않으며, 일을 맡지 않고, 지혜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

무궁한 도와 하나가 되어 허무의 세계에 노닐라.

하늘에서 부여받은 바를 다하여,

더 얻으려 하지 않고,

다만 마음을 허허로이 할 뿐이다.

지인(至人, 지극한 경지에 이른 이)의 마음 씀은 거울과 같아,

보내지도 않고, 맞이하지도 않으며,

비추되 잡아두지도 않는다.

그런즉,

만물이 비추나, 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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