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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열(潛熱)

소요유 : 2020. 5. 3. 09:32


잠열(潛熱)


잠열을 처음 접하더라도,

만약 潛이란 한자의 어의(語義)를 확실히 알고 있는 이라면,

그 뜻을 바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비어잠(鳥飛魚潛)이라,

새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속에 잠겨 노는 법.

飛와 潛의 대비를 통해,

潛의 말뜻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글자 앞에 서면,

절로, 이런 연상이 떠오른다.


비밀(秘密)히 은장(隐藏)되어 있는 모습 말이다.

아아, 그러함이니,

잠심묵도(潛心默禱)라,

정신을 가다듬어 하는 묵도(黙禱), 

이 말이 있는 것이다.

총총 하늘의 별을 보다, 

떠난 님을 기리거나,

유고(有故)한 가족을 위해,

정화수(정한수) 떠다 올리고, 

북두칠성께 기도를 드리는 우리네 아낙네의 정성.


잠룡물용(潛龍勿用)

여기에 이르면,

潛의 오의(奧義)가 깊이 짚이게 된다.

(※ 참고 글 : ☞ 주위상(走爲上) - 36계)


요사이 우리네 문화 현실계에는 한자를 거의 보기 힘들기에,

문자생활에 있어, 고아한 멋이 사라지고, 깊이를 느끼기 힘들다.


각설(却說)


본론으로 들어간다.

봄철 늦서리가 염려될 때, 

농부들은 연소법, 살수법, 방상(防霜)팬을 돌리는 방법 등으로 대응한다.

이 글의 주제인 잠열과 결부된 것은 살수법이다.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본다.

물이 충분할 때는 물을 직접 뿌리나,

충분치 못할 경우엔 미세 살수 장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로써 과수의 냉해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것이 냉해를 막는 이치는 무엇인가?


수십 년 오래 농사를 지었다는 농부도 그 뜻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느 농부 하나가 있어, 

이리 말하는 것을 보았다.


‘물을 과수에 뿌리면, 날씨가 추워지며 그것이 언다.

이제 그러하니 아무리 영하권 아래로 떨어져도,

얼음 온도인 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 말은 엉터리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물체는 3상(相, phase) 또는 4상의 상태를 오간다.

가령 물의 경우, 얼음-물-수증기의 세 상태 중 하나에 놓이게 된다.

0℃에서 물이 어나,

한번 얼었다 하여도, 기온이 계속 그 이하로 떨어지면,

얼음의 온도도 주변 온도(ambient temperature)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떨어지게 된다.

열용량, 비열, 열전도도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를지언정, 물체간 열전달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러함이니 0℃ 얼음도 있고, -1℃, -10℃ 얼음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물이 0℃에 언다는 사실에 기대어,

무작정 0℃로 고정된 얼음을 연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물 1g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은 1cal다.

만약 0℃ 물 1g을 80℃ 까지 올리려면 80cal가 소요된다.

다음을 위해 여기 80이란 숫자를 잘 기억해두자.


물체가 상변화(phase change) 할 때,

(※ 참고 글 : ☞ 상변화(相變化, phase change))

특이한 일이 발생한다.

앞서, 물 1g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은 1cal라 하였다.

(※ 물의 비열이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히는 "1기압 하에서 14.5℃의 물 1그램을 15.5℃까지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이것은 물이 액체인 물 상태인 한 옳다.

하지만, 가령 물이 얼기 시작하여 얼음이 될 때는 다르다.

물과 얼음은 격자(lattice) 구조가 다르다.

상변화가 일어날 때, 에너지는 내부 구조를 재배열하는 데, 관여되기에,

그 구조 변화가 마쳐질 때까지 온도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액체가 고체로 변할 때는 일러 응고라 하고 그 반대는 융해라고 한다.

물의 경우 응고 현상이 일어날 때,

80cal/g이 발출된다.

(융해될 때는 흡수)

(정확히는 334J/g ≅ 79.8cal/g (※1cal=4.184 Joule) )

즉 얼음이 될 때, 물이 가지고 있던 열량이 외부로 토출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잠열(潛熱, latent heat, or potential heat)이라 한다.

물에 숨겨진 열이란 뜻이다.


아아, 그러함이니,

실로 물이란 얼음의 입장에서 보면 열의 저장 창고인 셈이다.

미세 살수법은,

바로 물에 저장된 열을 당겨쓰는 방법이라 할 터이니,

물리를 아는 이의 영악한 수단이라 하겠다.


寢不尸,居不容。見齊衰者,雖狎,必變。見冕者與瞽者,雖褻,必以貌。凶服者式之。式負版者。有盛饌,必變色而作。迅雷風烈,必變。

(鄉黨)


“잠을 잘 때는 죽은 이처럼 곧게 펴서 자지 않으셨고,

평시 집에 거하실 때는 얼굴을 엄숙하게 하지 않으셨다.


제최(齊衰) 상복을 입은 이를 만나면,

아무리 무람한 사이일지라도, 반드시 얼굴을 엄숙한 모습으로 고치셨다.


면관을 쓴 이나, 장님을 만나면,

아무리 거리낌 없이 친히 지내는 사이일지라도, 반드시 예모를 갖추셨다.


흉복(상복을 의미)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삼가 경의를 표하시고,

도판(호적판)을 짊어진 자에게도 경의를 표하셨다. 


성찬이 나오면(연회), 반드시 변색하시고, 표정을 엄숙히 하시고, 치사하셨다.

천둥이나 바람이 세차도, 반드시 안색을 고치셨다.”


이 무슨 말씀인가?

공자 역시 상변화(相變化)를 아셨음이라.

어찌 그가 아니 그럴 수 있었으리요?


아무리 친하다한들,

다른 환경에 임하면,

엄숙하니, 낯색을 고치고, 예의를 차리셨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어른 앞에서,

장소 불문,

새파란 것들이 다리 꼬고, 턱을 괴고, 빤히 얼굴을 쳐다보며,

제 또래를 대하듯 한다면,

이를 두고 어찌 상변화(相變化)를 안다 할 수 있겠음인가?


물질도 상변화가 일어나면,

격자 구조를 바꿔 예를 차리는 바임이라,

어찌 인간이 이 도리를 모르고 있어야 되겠음인가?


허나, 寢不尸,居不容。이라,

이를 지키지 않을 때도 있음이니,

과시 정도에 맞는 절도(節度)를 아셨다 할 밖에.


君子有三變:望之儼然,即之也溫,聽其言也厲。

(子張)


"군자에는 삼변(三變)이 있다.

멀리서 보면, 엄하게 보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온화하고,

그 말을 들으면, 준열하니, 엄숙하다."


이 모두는 상변화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랴?


(출처 : quora)


자자, 그러니까,

농부가 말한 0℃ 운운의 말은 온전한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상변화가 진행 중인 상태,

다시 말하면, 물과 얼음이 공존하는 한 맞을 수 있지만,

모든 물이 얼음 결정으로 변화하고 난 후엔, 

최종적으로는 주변 기온과 같아지는 열평형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따라서 기온이 더욱 떨어지면,

얼음 역시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 것이지,

저 순진한 농부의 말처럼, 0℃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실 80cal/g는 상당한 열량이다.

따라서 살수할 때, 효과를 보려면, 적시에 충분한 물이 뿌려져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살수는 토양 과습 문제를 일으키고,

해빙시 무게에 의해 가지가 부러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살수법은 기온이 물의 상변화 근처, 즉 0℃에서,

일시 영하권으로 진입할 때는,

추위를 방어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연일 강추위가 지속될 것이 예상되어,

며칠 씩 영하권으로 내려간다면,

그 효과는 상변화 당시만 유효하고,

상변화가 마쳐진 이후엔, 더 이상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참고로 물과 수증기 간의 상변화시 잠열은 다음과 같다.

(2,260J/g ≅ 40.8J/mol ≅ 540.15 cal/g)

여름철 한껏 달궈진 도로에 물을 뿌리면,

물에 있던 잠열(기화열)을 품고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면서,

한결 시원해진다.

이 모두 동일한 이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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