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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 명의도용 후기

소요유 : 2021. 3. 12. 21:17


며칠 전 오후 전화 하나가 왔다.

내가 기왕에 쓴 글 명의도용이란 글을 보았는데,
여기 등장하는 (도용당한) 업체 하나가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라 한다.
(※ 참고 글 : ☞ 명의도용)
 ~ (※ 참고 글 : ☞ 명의도용 ⅳ)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히 아름답지 않은 피싱 글과 엮여 있다면,
그게 어찌 달가운 노릇이라.

사정을 듣자,
나는 그렇다면 관련 부분을 은휘(隱諱) 처리해주겠다 일렀다.
내 글에 등장하는 그 전화번호도 이젠 공중에 붕 떠 있어,
구글로 검색하여도 당시와는 다르게 그 회사와 연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젠 그 회사가 폐업하였다니,
사기꾼으로 인한 피해가 더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렇다 한들, 지난 일이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저들 사기꾼들이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자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불쾌한 일이리라.

나로선, 당연 협조하여, 
연락해온 이의 불편을 덜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헌데, 그이의 주문엔 도를 넘는 게 있었다.
아무런 겸사(謙辭)도 닦여 차리지 않은 채,
내 글 모두를 지워달란다.

내 딴에 다른 이가 혹여, 
사기꾼으로부터 해가 있으리라 여겨져,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글을 올린 것이지만,
여긴 내 시간과 정력이 적지 아니 투여되었음이다.
헌데, 제 바람이라 한들,
이를 돌보지 않고 저리 일방적 주문의 말을 하려면,
최소 앞 닦인 양해의 말로 조심스럽게 청을 하여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내가 쓴 글들을 다 지운다면,
저이의 욕심은 다 채워질 수 있겠지만,
내가 쓴 글은 그럼 무엇이 되는가?
게다가 내 쓴 글이 위법한 것도 아니오,
사실이 아닌 것을 거짓으로 윤색하여 늘어놓은 것도 아니다.
널리 알려 대중의 경각심을 환기하려는 의도는 또 어찌 되겠음인가?
한편, 저이가 가령 진짜인지, 아니면 피싱 측 사람인지 나는 아지 못한다.
헌즉, 내 조치엔 마냥 요구를 따를 명분이 없다.
따라서, 일정분 한계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내 글을 보고,
여러 사람이 확인 댓글을 주시고,
두어 분으로부터는 직접 문의 전화를 받았다.
이들에게 내가 한 확인 내용을 자세히 안내해드렸다.

만약 내 글을 다 지우면,이런 이들은 그만큼 더 막막해지지 않으랴?

사람이, 아무리 급하고, 성질이 나더라도,
상대가 있는 일이라면,
잠시 잠깐 멈춰서서 그를 헤아려야 하지 않겠음인가?

내가, 저 글을 쓰고는,
이제껏 전화 응대하고, 친절히 대하였으나,
제 욕심 다 채우고는 아무런 연락도 없는 이도 만났었음인데,
그날은 또 다른 이의 무례를 접한다.

하지만, 그 역시 피해를 입고 있음이라,
나는 그와의 전화를 끊고는 바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은휘 처리하였다.

그가 나 보고 다 처리하고는 전화 연락해달라고 하였는데,
나는 연락할 마음이 없다.
내가 이 일을 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할 것이 없는데,
가외로 시간을 내어 처리하고서는,
또 확인 연락까지 하여야 하는가?

좀 염치가 있는 위인이라면,
처리 일정을 묻고는, 
그럼 그때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를 차리는 게 도리가 아니겠음인가 말이다.
 
도대체,
예법을 모른다면,
어찌 관계가 아름답게 이뤄질 수 있으랴?

夫寒之於衣,不待輕煖;飢之於食,不待甘旨;飢寒至身,不顧廉恥。

사람이 말이다.
추우면 옷을 가리지 않고,
배고프면 음식을 따지지 않는다 하였다.
하여 이게 제 몸에 닥치면, 염치를 돌보지 않게 된다 하였다.

禮義廉恥

이 넷을 四維라 하였다.
禮義廉恥,是謂四維;四維不張,國乃滅亡。
여기 維란 벼리임이라, 줄거리, 뼈대가 되는 요체인 바라,
도대체가 이게 갖춰져 있지 않다면,
얼마나 허술한 노릇인가 말이다.
이게 나라에 펼쳐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하였다.

나라가 망하는데,
사람인들 어찌 온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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