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고추는 고추다

소요유 : 2021. 3. 26. 20:52


고추는 고추다.

어느 논객 하나가 있다.
요즘은 논객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그리 불리던 이다.
그 바닥 사람 치고, 인품이 흉치 않아 멀리서나마 지켜보는 이다.

그의 글이 상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이가 이를 두고 이리 주문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글 하나를 부조(扶助)하였다.

이곳에 어울리도록,
약간의 손질을 하여 올려둔다.


고추 보고 참외 노릇하라 권하니,
이를 선한 말씀이라 곧이듣고, 참외가 되려 한다면,
아마, 사나흘도 지나기 전에, 곯아버려,
장에 내다 팔기는커녕, 바로 두엄 구덩이에 버려질 터.

대저, 사물이란 저마다의 품성과 재주가 있는 법.
고추로 태어났다면, 더욱 맵게 자신을 벼려,
청양고추 나아가 월남 고추가 될 일이다.
칼을 놔두고 날카롭다고 탓하매,
이를 돌에 문질러 뭉그러뜨리면,
고샅길 뛰노는 아해들 장난감 생철 칼도 이기지 못하리라.

086이 늘 비꼬는 세계적 미학자(진중권)를 보아라,
사방팔방 시방까지, 모조리 까부시기에,
그 명성을 얻었지 않은가?
그가 만일 변신하여 자신 자랑질하고,
마냥 남 밑구멍 빠는데 종사하였다면,
아마, 그는 지금쯤 개똥참외와 함께 두엄 밭에 구르고 있을 것이다.

조국 열심히 빨아주던 심상정을 보아라,
제 본성 버리고, 그 짓 하다가,
일순 평생 일군 것 다 잃고,
새가 되지 않았던가?

마냥 착한 086은,
욕하지 말라니까,
대뜸 이제부터 자신을 자랑질하는 데 매진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고 만다.
아아, 위인의 순진함이 고작 이 정도였단 말인가?
086은 이젠 그만 부르르는 털보에게나 줘버리고,
미학자의 호두까기를 빌려다 연구할 일이다.

(似熊但無頭無尾有翅膀的混沌)

중앙 제왕 혼돈(渾沌)은,
남해 제왕 숙과, 북해 제왕 홀에 의해,
7규(七竅)가 뚫려버리자, 바로 죽고 만다.
실로 저들 남북 왕들은 혼돈을 아껴,
저리 꾀를 내어 돕고자 하였으나,
그게 실인즉 혼돈을 죽이는 바 되었음이라.

086을 진정 아낀다면,
더욱더 남 욕하는 데 힘써,
세계적 욕쟁이가 되도록 부추겨야 하리라.
나라면, 아직 086이가 더욱 맵지 못함을 탓하며,
그를 채근하며, 매양 월남고추 사다 먹이며 조련을 할 터이다.

아아, 주변에 홀과 숙과 같은 물렁텅이 밖에 없으니,
어찌 그가 쉬이 잠실벌 맹주가 되길 기약할 수 있으랴?

나의 086을 사랑함이,
이리 고초 당초처럼 맵고 사납고뇨.

본디 새는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난다.
헌데, 새를 두고, 날개가 흉하니, 날개를 잘라버리고,
길짐승처럼 바닥을 기면서 살라 주문하고, 또 이를 따른다면 어찌 되겠는가?

새는 날개가 있어,
하늘을 지키며 살아간다.
다, 그 역할과 소임이 있는 법.
뭍짐승 하나가 있어,
이를 보고는 어설프게 날개를 잘라버리라 할 수 있음인가?

다만, 과연, 누가 새이고, 고추인지?
남들이 어찌 알 것이며,
자신 역시 이를 제대로 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법.

그렇다면,
정작 고추냐 참외냐를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 아니더냐?
기실 교육이라는 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인지?
이를 발견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에 제일의적 과제라 하겠음이다.
그러고 나서야, 본격적인 자기 계발이 가능해지리라.

禪에선 自我를 버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고추를 두고 자아를 버려야 한다는 말은,
고추이길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고추의 본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고추다운 고추가 되라는 것이리라.
사람 역시 사람의 본성을 최대한 이끌어내었을 때가,
바로 이 자아를 버린 상태가 아니겠는가?
사람이면서 탐진치 삼독에 녹아내려,
고추 노릇하고, 짐승 노릇 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함이니,
고추는 고추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깨어 일어날 때라야,
진정 고추가 되고,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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