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수련
폐관수련
중국 기사의 치팅 혐의로 바둑계가 소란스럽다.
(※ 참고 글 : ☞ 동아병부(東亞病夫) ⅴ)
그 중심에 리쉬안하오가 있다.
그는 근래 12전1승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인공지능 바둑을 상대로 고련(苦鍊)을 한 결과라 우기고 있지만,
이제까지 최고 기량을 발휘한 바둑기사의 인공지능 일치율은 70%가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는 근 90%에 육박하고 있다.
(출처 : 野狐圍棋)
(※ 시간이 많이 흐른다면, 사정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인공지능을 여러 기사가 다투어 따라하면 차차 바둑판에 놓여질 좌표가 그리로 좁혀져 갈 것이다.
이에 따라 바둑은 점점 단조로와질 우려가 있다.
이리 된다면 인공지능 일치율은 급격히 높아지며, 일정 수준으로 수렴되고 말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마다 특색이 있어 상호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면,
바둑은 그 때서라야 다양성이 확보되며 더욱 수준 높은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전망을 해본다.)
얼마 전 LG배에서 우승한 중국 기사 딩하오(丁浩)는,
‘我与AI下了4500盘棋’라고 외쳤다.
즉 AI를 상대로 4500판을 두었다는 것인데,
이러자 과연 저들에겐 특별한 훈련 방법이 있는 게 아닌가?
이리 치팅 의심을 거두는 이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들의 단순 무식함을 숨기지 않는 만용이 놀랍다.
무협지를 보면 곧잘 폐관수련(閉關修練)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 閉關이란 문빗장을 닫아건다는 의미로,
지하나 동굴 같은 곳에 들어가 외부와 단절하고 수련을 한다는 것이다.
기실 閉關은 문빗장을 닫아건다기보다는,
오관(五官) 감각기관을 폐한다는 의미로 보아도 가하다.
이제까지 바둑기사들은 한데 모여 연습기전을 두며 훈련하거나,
인터넷 바둑을 두며 기예를 닦아왔다.
하지만 AI가 나오자 기사 가운데는 진작부터 AI만을 상대로 훈련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이니,
딩하오처럼 외부인과 바둑을 두지 않고 오로지 AI만을 상대로 훈련했다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4500판은 단시간 내에 이룰 수 없는 숫자다.
대국 한판 두는데 1시간을 잡아도 대단히 빠른 속기다.
그런데 하루 10판을 둔다면 4500판은,
450일 동안 쉬지 않고 두어야 도달할 수 있다.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만약 딩하오 역시 수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면,
4500판 운운의 말은 이를 감추기 위한 허풍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치팅 의심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진위가 밝혀지게 되어 있다.
가령 대국시 전파교란 장비를 갖추고 진행하는 게 일반화되면,
치팅하던 기사들의 성적은 바로 추락하게 될 터이다.
02.05 리쉬안하오와 판팅위 간 대국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대국이 치러진 곳은 청두(成都)인데,
여기선 화장실에 전파차단기를 설치하였다는 것이다.
과연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제까지 거의 천하무적이었던 리쉬안호는 판팅위에게 패하고 말았다.
대국시 화장실을 수 십 번 드나들고, 5분 이상 머무르던 그의 행태를 두고,
사람들은 화장실流라며 비아냥거렸다.
과연 이번 시합에선 리쉬안하오는 몇 번을 드나들었을까?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면 굳이 뻔질나게 드나들 이유가 없었을 터.
리쉬안하오(李軒豪)
리는 성이고, 쉬는 오줌이며, 안하오는 이제부터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런가?
아니면 할 수 없게 되었단 말인지?
아, 아지 못할쎄라.
하지만, 전파차단기가 만능이라 안심할 일은 아니다.
창과 방패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며,
자신의 무기를 잘 벼리고 정비한다.
(※ 참고 글 : ☞ 비룡은 구름을 타는가?)
하나가 막히면 또 다른 방책을 세워,
상대를 다시 속이려 할 수 있다.
그런즉, 전파차단기 이후를 미리 대비해두어야 한다.
아울러 치팅을 한 기사는 영구 방출하는 등의 엄한 규칙을 만들어,
아예 저 불온한 세력들의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기도(棋道)는,
藝, 品, 理, 規, 禮
즉 예술, 품격, 이치, 규칙, 예의 등 여러 요소들로 이뤄진다.
단지 바둑 기술을 연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리적 이성적인 지력을 키우고, 예의염치를 아는,
품격있는 인간을 기르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 물론 인공지능 바둑은 藝, 品, 理, 規, 禮가 아니라,
다만 이기는 착점만을 도출해낸다.
치팅기사 역시 인공지능에 의지하여 다만 이기는 수만 구할 따름이다.
여기 기도와 인공지능 사이의 간극이 있다.
따라서 차후의 과제는 실용적 문제 해결 성과를 넘어,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윤리적, 철학적 고민이 남아 있다.
여기선 이를 다룰 틈이 없다.)
AI를 이용하여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자를 키울 이유가 없다.
송나라 때 장의(張擬)가 지은 기경(棋經)의 끝자락엔 그래서 이런 경계의 말씀이 있는 것이다.
是以安而不泰,存而不驕。安而泰則危,存而驕則亡。易曰 君子安而不忘危,存而不忘亡。
(棋經 雜說)
편안하다 하여 무사태평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교만하지 않는다.
편안하다 하여 무사안일하면 위태롭고,
살았다 하여 교만하면 망하고 만다.
그래 역에선 이리 이르고 있다.
‘군자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살았을 때, 망할 것을 잊지 않는다.’
이겼다 하여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악한 짓으로 세상을 속이며,
어찌 安存을 구할 수 있으랴?
종내는 危亡의 길로 들어서고 말리라.
(※ 기경은 실로 천하의 명저임이라.
비단 바둑뿐이 아니라, 병법, 처세에도 훌륭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대가 정녕 取勢, 取勝을 구하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나는 생각한다.
AI가 대단한 성능을 내는 것은,
그 기법의 혁신성에 터한 것은 확실하지만,
기실 이를 뒷받침한 핵심 요인은 컴퓨터에서 찾아야 한다.
4500판 아냐 50000판을 둔다 하여도,
인간이 결코 미치지 못하는 것은 수읽기다.
가령 제한된 시간 내에서 100수 앞을 매번 내다보는 것은,
인지능력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의 일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100수 아냐 그 이상도 단시간 내에,
매 국면마다 되풀이하여 내다볼 수 있으니,
이는 실로 가공할 computing power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일치율 90%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폐관수련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하여도,
일정분 기량이 늘 수는 있겠지만,
시간 거리를 단축할 축시법(縮時法)까지 터득할 수는 없는 법.
AI는 clock 수를 높인다든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또는 전용기를 사용하여,
한껏 시간을 단축하고, 병렬처리를 하여 계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따라서 천변만변하는 바둑 수를 수십, 수백 번 고쳐 따져보는,
수읽기 능력을 인간은 결코 갖출 수 없다.
나는 중국 치팅 사건은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중국기원의 묵인내지는 적극적인 개입이 있지 않은가 의심한다.
치팅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납득할만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외려 문제를 제기한 이를 징계하였지 않은가?
중국기원은 바둑, 장기, 체스를 한 곳에서 관리하고 있다.
장기나 체스는 이미 전파교란기 설치가 허용되고 있다.
하니까, 장기기사는 이미 사태가 어찌 돌아가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기원측이 아니라 기사 개개인이 채비할 수 있게 조치하였다.
가령 치팅 기사가 전파교란이나 차단기 설치 후에,
제 실력을 내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았다는 등의,
이야기거리가 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바둑기사와 장기기사가 구내식당에서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으랴?
이미 알만한 이들은 내막을 죄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앞서, 양딩신이 리쉬안하오의 치팅 의혹을 과감히 제기한 것도,
이런 사전 확신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옆에서 뻔히 보고 듣고 알 수 있는 일인데도,
기원 측에서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은,
세계대회에서 바둑을 실력으로 이길 생각을 하지 않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장땡이라는,
중국 공산당식의 뻔뻔함의 발로라 하겠다.
북경 올림픽에서 갖은 추악한 불공정한 짓을 자행하며,
자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판을 몰아가지 않았던가?
이런 병폐가 저들의 전방위의 문화 일반 현상으로 고착되어 있다.
최근 미국 상공에 띄운 정찰 기구도,
중국 당국은 민간 차원에서 한 일이라 우리는 모른다며 시침을 떼고 있다.
조막손으로 하늘을 가리라지.
중국은 문화야만국을 탈피하지 못하면,
종내는 험한 종말을 맞고 말 것이다.
그나마 한 조각 애정이 남아 있기에 하는 충고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를 믿지 말라 (0) | 2023.02.10 |
---|---|
비가 왔다고 말하고 싶으면 비가 왔다고 말하면 된다 (0) | 2023.02.08 |
윤집궐중(允執厥中) (0) | 2023.02.07 |
60%의 비밀 (0) | 2023.02.01 |
斜風細雨不須歸 (0) | 2023.01.27 |
호도와 윤석열 (0) | 2023.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