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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主之爵祿以附下

소요유 : 2024. 6. 14. 20:20


이준석이 지하철에서 잠에 취해 옆 사람에게 기댄 모습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 출처 : autotribune)

이와 관련되어 설왕설래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예전 박계동 의원의 택시 기사 취업이 생각나더라.
정치인 중엔 곧잘 자진 하방 형식으로 이런 짓을 많이 한다.
이명박 정권 때 문화부 장관이었던 유인촌은 자전거로 출퇴근하였다.
이준석도 당 대표 시절 멀쩡한 차 놔두고 자전거 출근을 하였고,
대표직에서 쫓겨나자 야학 교사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엔 지하철 출퇴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난 정치인들의 이런 작태 따위에 관심이 없다.
일없이 들쑤시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다만 현역 정치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는 것이,
과연 마땅한 짓인가 하는 의문을 일으킨다.
국사는 중차대한 것이다.
자전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일응 서민들로부터 검소하다는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지만,
때론 위급한 전언을 받아야 할 때도 있고,
일각을 다투는 지시를 내릴 때도 있다.
이럴 때 이들 교통수단은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가령 관리에겐 그 위치에 맞는 의전이 따르게 된다.
차량이 제공되고, 운전기사가 배치되는데,
이는 위세를 누리라는 게 아니라,
지위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보조해주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고대에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자 이 의론들을 잘 살펴 대할 일이다.

孟獻伯相魯,堂下生藿藜,門外長荊棘,食不二味,坐不重席,晉無衣帛之妾,居不粟馬,出不從車,叔向聞之,以告苗賁皇,賁皇非之曰:「是出主之爵祿以附下也。」

一曰。孟獻伯拜上卿,叔向往賀,門有御,馬不食禾,向曰:「子無二馬二輿何也?」獻伯曰:「吾觀國人尚有飢色,是以不秣馬。班白者多以徒行,故不二輿。」向曰:「吾始賀子之拜卿,今賀子之儉也。」向出,語苗賁皇曰:「助吾賀獻伯之儉也。」苗子曰:「何賀焉!夫爵祿旂章,所以異功伐別賢不肖也。故晉國之法,上大夫二輿二乘,中大夫二輿一乘,下大夫專乘,此明等級也。且夫卿必有軍事,是故循車馬,比卒乘,以備戎事。有難則以備不虞,平夷則以給朝事。今亂晉國之政,乏不虞之備,以成節,以絜私名,獻伯之儉也可與?又何賀!」
(韓非子 外儲說左下)

“맹헌백은 노나라의 재상이었다.
당하엔 잡초가 나고, 문밖엔 가시나무가 자랐다.
둘 이상 반찬을 들지 않았고, 앉을 때 방석을 겹으로 포개지 않았고,
곁에 비단 입은 시녀가 없었고, 집에 있을 때 말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았으며,
출타할 때 수레가 따르지 않았다.

숙향이 이를 듣고, 묘의 분향에게 전하였다.
분향은 이를 비난하여 말했다.

‘이는 군주가 내린 작록을 버리고 아랫것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일설에 따르면, 
맹헌백이 상경이란 벼슬을 제수받았다 한다.
숙향이 축하하러 갔다. 
문에 수레 끄는 말이 있었으나, 곡식을 먹이지 않았다.
숙향이 말했다.

‘그대에게 두 마리의 말과 두 대의 수레가 있는데, 어인 까닭인가?’

헌백이 말하였다.

‘내가 보니 사람들이 아직도 굶주린 기색이 있어, 
말에게 꼴(여물)을 먹이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흰 사람이 많이 걸어 다니기에 수레 두 대를 두지 않았습니다.’

숙향이 말하였다.

‘내가 그대가 상경이 된 것을 축하하려 하였는데,
이제는 검소한 것을 축하하여야겠소이다.’

또한, 숙향이 밖에 나와, 묘 분황에게 이르기를,
‘나와 함께 헌백의 검약을 축하해줍시다.’ 하였다.
분황이 말하였다.

‘축하라니요!
무릇 작록과 기장(旂章)이란,
소위 공적을 달리하고, 현명함과 모자람을 구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기에 진(晉)의 국법에,
상대부는 두 대의 수레와 이승(二乘, ※ 일승은 말 4필),
중대부는 두 대의 수레와 일승(一乘),
하대부는 오로지 일승(一乘)을 두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등급을 명확히 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무릇 경(卿)이라 하면,
반드시 군사 일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즉, 수레와 말을 잘 정돈하고,
병졸과 기마병을 가지런히 하여,
싸움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평상시에는 그로써 조정의 일을 다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진(晉)나라의 정사를 어지럽히고,
만일의 사태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하여, 
검약한 것으로 개인적 명성을 도모하는,
저 헌백의 검약이 옳은 일이며, 또한 축하할 일입니까?’”

관리가 귀한 직분이기에 수레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직임이 막중하기에 만일의 사태에 잘 대비하고,
일을 다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시장에 가서 어묵 먹고,
파 몇 단 집어 드는 짓을 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집무실에서 잠을 자면서 쉬는 것이 더 나으리라.

개명한 세상이다.
是出主之爵祿以附下也임이라,
이는 군주가 내린 작록을 버리고 아랫것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여기 군주, 아랫것을 주권 인민으로 환치하면,
오늘날에도 한 치 어긋남이 없이 맞아 들어갈 것이다.

공연히 엉뚱한 곳에 한눈팔지 말고,
격에 맞는 처신을 하며,
주어진 일에 충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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