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고(狼顧)
간신의 관상은 수많은 전례가 있기에,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내가 지난날, 북한산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
아래 청수장 벤치에 홀로 누어,
술 처먹고 전반측후반측 뒹구는 이를 만났다.
지인과 함께 그 근처에서 쉬고 있던 차,
그와 몇 마디 나누게 되었다.
알고 보니 시간 강사인데, 신세 한탄이 늘어지더라.
위인이 역사에 밝아 이야기 상대가 되었다.
위로도 할 겸 술 몇 순배가 돌다,
2차까지 이어지니, 녀석은 떡이 되어버렸다.
자기는 반란사 전공이란다.
헌데 녀석은 소피를 누고 오니 도망을 가버렸다.
아마도 술값을 낼 자신이 없었던가 보다.
아아, 녀석과 인연이 이어졌다면,
다시 만나 이번 반란에 대하여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을 텐데 말이다.
그의 학문의 깊이야 모두 다 알 수는 없으련만,
신의를 저버리기에 스스로 앞장섰으니,
녀석 관상이라도 제대로 살필 수 있었으련만.
狐貍眼이라 속칭 吊梢眼이란 게 있다.
유독 간신 관상엔 여우, 이리 등에 비하는 상이 많다.
그 밖에 특히 눈과 관련된 간신 상도 적지 아니 수집되고 있다.
眉凸眼惡, 眼睛外凸 ...
이들은 제번코 이야기를 잇자.
내가 이번 내란 일으킨 자들의 관상을 살피고 있는데,
두엇은 그동안 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추적하던 상이라,
과연 하고 점두點頭하며 상학相學의 심오함에 감탄하고 있다.
露凶光은 흉한 신기神氣가 밖으로 쏘듯이 발해지는 것을 말한다.
내가 현정권하 이런 자를 몇몇 발견하고 흉쿠나 하며 탄식을 하고 있었다.
요 녀석들이 역시나 반란 주모자들이었는데,
이번에 거의 눈을 감듯이 하고,
자신의 형신을 감추기 바쁘더라.
참고로 여담이지만, 露光은 아주 흉한 것임이라,
군자는 늘 눈빛을 감추고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露光은 곧 露神이라, 이게 질질 밖으로 새고서야,
어찌 정신을 깊이 온축蘊蓄하여 기를 수 있으랴?
대저, 인간의 기氣는 소리로, 그 신神은 눈을 외표外表로 드러나게 된다.
평소엔 주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게 쉬이 나타나기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살필 수 있다.
그런데 녀석들은 위기를 느꼈는지,
이번에 끌려나와서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신기神氣를 감추고 의뭉을 떨더라.
김종대 전의원은 이들을 진작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고,
위험 신호를 발하였었다.
이리 학문이 깊고, 공부를 쉬지 않는 훌륭한 분을,
국가 요직에 추대하여야 할 터인데,
간신배들만 애써 골라 쓰고 자빠졌음이니,
정권에 포진한 법사, 술사들 모두 요사스런 놈들이라 할밖에.
불구덩이에 쓸어넣고서야 천하가 비로소 태평해지리라.
나는 인물 정보를 취할 위치에 있지 않으니,
그들 무리들이 벌이는 구체적인 범죄 징후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관상법만으로,
저들 兇漢 간배奸輩들의 실체를 이미 간파하였음이다.
어찌 저런 자들을 등용하였는지 의문이었으되,
따지고 보면 수괴가 동류이니 무엇을 의심하랴?
(출처 : 圖片來自網絡)
나는 간신 상 중에,
狼顧를 제일 중요한 것으로 본다.
혹은 鷹眼狼顧라 하여,
鷹眼+狼顧
이 둘을 아우르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매의 눈이니,
마치 먹이를 노리듯 사람들을 쏘아보니,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기 때문에,
의심을 사기 쉽고,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게 된다.
후자는 이리가 고개를 180° 돌리는 것을 형용한다.
이런 자는 이리처럼 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에 벽을 쌓고 있어, 여느 사람과는 완전히 다르다.
왕이 될 야심을 품는 전형적인 상이다.
과연 이리처럼 목이 180° 돌아가는 인간이 있단 말인가?
중국 역사상 두 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사마의司馬懿고, 또 다른 하나는 원세개袁世凱다.
이들은 과연 황제가 되었다.
원래 조조는 사마의가 낭고狼顧라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몇 차 이를 시험하였으나, 사마의는 정체를 감추고,
그 덫에 걸려들지 않았다.
하지만, 조조가 죽자 마각을 드러내고 조조의 나라를 찬탈하였지.
나는 狼顧를 말 그대로 180° 고개를 돌리는 인물에 한정하지 않고,
외연 확대하여 상징적인 해석을 한다.
간신들은 반란을 꿈꾸기에,
주의를 살피고, 일을 은밀히 꾸민다.
그런 가운데도 뒤가 캥기기에 수시로,
잠재된 위험 요소를 체크하고,
조그마한 기미까지 놓치지 않고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나아가면서도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만전을 기할 수밖에.
이번 반란 세력들은 狼顧 치고는 어설퍼서,
120°도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얼치기들이니,
어찌 대사를 그르치지 않을 수 있으랴?
어디 그대 당신들 고개를 뒤로 돌려다 보거라,
왕이 될 팔자인가 아닌가?
왕이 되고 싶은가?
매일 고기 닷 근을 주고 키우며 이리를 사부로 모시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연습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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