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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두(搖頭)와 풍번(風幡)

상학(相學) : 2024. 1. 22. 14:18


한동훈은 말할 때,
마치 뺑덕어미 마른 보리 방아찧듯, 헤픈데픈 비상하니 머리를 까딱거린다.
이것 흔한 짓이 아니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보니 김경율 역시 이 못지않게 말할 때, 고갯짓이 상당하다.

전부터 김경율 보면서 느끼건대,
그는 화술이 유장한 편이 아니다.
어디 막힌 듯 중간중간 멈추듯 섰다 간다.
이때마다 고갯짓은 덩달아 따라오며 그 사춤을 메꾼다.

이런 짓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의학엔 풍두선(風頭旋)이란 병이 있다.
(※ 유의어 : 搖頭風, 頭風旋, 風眩, 風頭痛, 風頭痛眩 ...)
흔히 체머리를 흔든다 말하듯,
병적으로 머리가 흔들거리는 현상을 말한다.
소문(素問)엔 이런 말씀이 있다.
故風者,百病之長也
풍은 백 가지 병의 으뜸이란 뜻이다.

風邪入腦라고,
한의에선 바람 기운이 뇌에 들어가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본다.

風 종류도 상당히 많아 여럿으로 잘 분류해놓고 있다.
肝風, 心風, 脾風, 肺風, 腎風 등의 오장풍이 있고,
腦風, 目風眼寒, 漏風,  內風, 首風, 腸風飱泄, 泄風 등도 있다.
(風氣循風府而上,則為腦風;風入係頭,則為目風眼寒;飲酒中風,則為漏風;入房汗出中風,則為內風;新沐中風則為首風;久風入中,則為腸風飱泄;外在腠理,則為泄風。)

현대의학적으로는 특발성 진전(震顫)이나 소뇌 기능 손상, 뇌 신경 손상 등이 있을 때,
이런 체머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저들이 이런 병을 앓고 있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풍두선은 말할 때뿐이 아니라, 평시에도 머리가 흔들거린다.
게다가 耳鳴, 面赤, 肢節疼痛, 心煩, 頭目不清, 眼前黑花, 舌苔白膩 ... 등등
원인 병인에 따라 다른 여러 병증도 따라 온다.
이들이 이러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병은 아니지만, 주위에 이리 말할 때 고개를 흔드는 이들이 가끔은 있는 법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각 상황에 따라,
요두황뇌(搖頭晃腦), 전두용뇌(顛頭聳腦), 황뇌(晃腦), 점두(點頭) 등으로 흔히 묘사한다.

여기엔, 심리적 또는 면상학적 요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오늘 나는 이 부분을 점검해보려고 한다.
이하에선 이런 머리 흔들기를 논의 편의를 위해 요두(搖頭)라 칭하기로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실제 어휘에 기반한 것은 단 7%에 불과하고,
기타 38%는 어조(語調), 55%는 몸짓(바디랭귀지)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흔히 말하는 EQ가 높은 이들은 회사 내 지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들은 표현력도 좋을 뿐 아니라, 상대의 의중도 잘 읽어내는 재주가 있다.
이 점이 회사 내 소통에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고 한다.

요두 역시 바디랭귀지로 하나로 보아줄 수 있는데,
그 몸짓 의미를 잘 헤아려두면, 이런 인물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요두는 왜 일어나는가?

이를 해석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믿음, 신뢰다.
상대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가 요두인 것이다.
너는 내 말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심리적 암시 내지는 강요나,
믿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이런 표시행위로 나타난다.
이런 습관이 몸에 익으면,
나중엔 제가 뱉은 말에 대한 믿음을 자기 스스로에게도 강요하게 된다.
즉 ‘내 말은 반드시 맞는 것이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 하는 식으로,
과잉보상 단계로 넘어가 견고한 행동 심리학적 습벽으로 고착화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거짓말을 하고 나서도, 제 말에 구속되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핵심 키워드를 믿음이라고 하였지만,
기실 더 큰 심리적 뿌리는 불안(anxiety)에 터하고 있다.
‘내 말은 맞아, 너는 나를 믿어야 해’하는 열망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한다.
아울러 이를 지속하는 데는 상당한 인내와 고통을 수반한다.
요두는 이를 해소하는 의식(儀式, ritual)이다.
그게 효과가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거짓일지라도 이런 의식은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제의는 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 일러야 옳으리라.

고대인들의 제의란 것도,
그게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최소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는 법이다.
그러하기에 수천 년 인류는 제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요두는 이렇듯 심리적 자기 방어기제이기도 하지만,
기실은 투쟁 방식이기도 한다.
요두질이 심한 사람은 역시 같은 강도로 언제나 남을 심히 의식하고 있다.
저들은 믿음을 자신이 아니라 남으로부터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유형이다.
(※ 참고 글 : ☞ 인정투쟁 별고(別考))

(파동 중첩 현상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요두 역시 타자를 그의 의식의 파동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이하에서 암시를 주겠지만, 과도한 몸짓은 사람들 어디론가 인도하는 수가 있다.
단독자로서의 위상을 잃고 길을 헤맬 일이 아니다.
이를 경고하기 위해 이 영상을 이끌어 둔다.
아래 다룰 소리굽쇠 역시 공명 현상을 잘 재현한다.)

소리굽쇠(音叉)를 책상 모서리에 탕하고 쳐 울리면,
곁에 있는 다른 소리굽쇠도 덩달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요두 짓도 옆에 선 사람에게 전염이 될 수 있다.
경계선상에 선 사람들은 이 짓을 곧잘 따라 하게 되기도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저 짓에 마음 덩달아 흔들리게 된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아아,
여기 풍번(風幡)을 두고 투쟁하는 스님네들이 있음이다.

무문관(無門關)
二十九則 非風非幡

중 둘이 대론하고 있었다.

중 하나는 깃발이 흔들린다 말하자. - 幡動
다른 중 하나는 바람이 불 뿐이다. - 風動

이러고 있자,
혜능 스님이 말씀하셨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깃발도, 바람도 아니고,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 - 不是風動不是幡動。仁者心動。

헌데, 무문관을 지은 무문혜개(無門慧開)는 이리 말씀하시고 계시다.

不是風動。不是幡動。不是心動。

風動도 아니고,
幡動도 아니며,
心動도 아니다.

아, 그러면 혜능도 틀린 말씀을 하신 것이란 말인가?

무문은 이제 心動을 마치 부적처럼 가슴팍에 넣고,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풋중들에게 죽비를 날린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 무문 앞으로 또 다른 중이 나서서,
이리 말하였다면 어쩔 텐가?

‘風動도 아니고,
幡動도 아니며,
心動도 아니다.’
무문의 이 말도 아니다.

남의 요두 짓은 그대 당신들의 것이 아니다.
풍번에 속듯 당신들은,
저 요두질에 속을 것이 아니라,
다만 당신들 마음 깃대 위에 나부끼는 깃발의 움직임을 지그시 쳐다볼 일이다.

당신들은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풍번들일지니.

재미있는 인도식 요두 영상을 여기 하나 떨궈두며 마친다.

ps)
요두질은 여성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키 까불듯, 위아래로 턱짓, 고갯짓을 하며 한껏 제가 뱉은 말의 어세를 강화한다.

때론 흘러내린 머리칼을 치켜 올리며 잔뜩 고개를 휘젓는다.
이것 역시 상대 의식하며 눈길을 끌려는 몸짓이다.
요즘 아이들이 흔히 쓰는 여성어만 있는 게 아니라,
여성 몸짓도 분명히 있어,
남성들과는 차이가 난다.

enhancement
이것은 결핍 보상 기능 행위인 게다.
애초부터 결핍이 없어 외부로부터 구할 것이 없다면,
굳이 새삼 enhancement 처리가 필요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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