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친람(萬機親覽)
우리가 흔히 듣는다.
'나 이대 나온 사람이야.'
'나 배운 사람이야.'
기실 우리 때 여자대학으로는 이대를 제일로 꼽았지.
더하여 숙대도 알아주었어.
하니까, 나 이대 나왔다 하면, 곧 배웠다는 말이 되겠다.
헌데 말이야, 이대만 나오면 다인가?
송대 黃庭堅의 말씀을 먼저 듣자.
士大夫 三日不讀書, 則義理不交於胸中, 對鏡可憎, 言語無味
'사대부가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가슴속에 의리가 교류하지 않아,
거울을 대하면 그 얼굴이 밉살스럽고,
말을 하면 깊은 맛이 없다.'
이것 처음 들으면 놀랄 수 있어.
너무 적실하니 옳기에.
하지만 이런 류의 말은 수없이 많이 나오고 있어.
가령, 王陽明은 이리 말했어.
三日不讀書,則言面生塵
'삼일 책을 읽지 않으면, 말에 먼지가 쌓인다.'
三日不讀書하면 곧장 안중근 의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긴다.‘
이것 말야.
예전 남산 도서관 앞에 석비에 새겨져 있던 바라,
나에겐 아주 익숙한 문구야.
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는 하지만,
거기 머물며 공부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걸어 다니는 소리, ...
얼핏 조용한 분위기인 양 싶지만, 이런 소음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기에 피했어.
그렇지만 한 철 숙제를 해결하려고 매주 들릴 수밖에 없었지.
그래 저 문구를 외지 않을 수 없었어.
게다가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니 저 문구 역시 귀하게 여겨졌지.
이 이야기 왜 하는가?
나는 말야, 저런 류의 명언을 이미 ’배운 사람‘이란 것을 일러주려는 게야.
하지만, 문화인(文化人)은 배운 사람이 아니야.
배움을 쉬지 않는 사람이지.
지식인(知識人)은 배운 사람이 아니야.
배운 것을 익혀 義理를 상교(相交)시키는 사람이지.
마치 누룩으로 술을 발효시키듯,
그 어두운 항아리에서 이치를 상고(詳考)하고, 맛을 향기롭게 익히는 사람이지.
이재명이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그 집무실을 비서라인, 안보실장, 정책실장등과 같은 여민1관 함께 한다고 한다.
근래 대통령의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와 더불어 이는 이제껏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이것 만기친람(萬機親覽)이 아닌가?
인치(人治)로 나아갈 위험은 없는가?
이런 의문을 일으키게 되더라.

이런 통치 형태는 필연적으로 인적 리스크에 노출된다.
요, 순과 같은 성인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 하나가 어찌 만기, 만사를 실수없이 다 처리할 수 있으랴?
게다가 하부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양 싶지만,
거꾸로 하부로부터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의견이 올라오지 않고 무산, 차단될 수도 있다.
저런 시스템 하에선, 일신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그저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르기만 하면 칭찬을 받거든.
다행히 이재명이 비교적 일을 잘하고 있지만,
언제고, 솔기 터지듯 문제점이 터질 수도 있지.
이혜훈 발탁이 그게 아닌가?
윤가 탄핵 반대하고, 이재명의 핵심 공약이었던 기본소득 반대하던 이다.
게다가 경제 분야에서 무슨 공적을 세운 바도 없거든.
윤석열 발탁한 문재인 짝 날 수도 있어.
이것 위험하거든.
그래 이재명과 관련되어,
여러 상념이 떠오르는 게야.
명나라 홍무제(朱元璋)는 떠돌며 승려, 거지 등으로 지내며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지.
그래서 그는 배운 자들에게 콤플렉스가 상당하였지.
文字獄을 일으킨 대표적인 황제지.
羅織成罪라 하여, 지식분자들의 글이나 이름 따위에서,
글자를 골라내고 엮어 이를 핑계로 죄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권력자에게 문자옥처럼 간단하고 쉬운 것은 다른 것에서 찾기 어렵지.
아아,
人不學 不知道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도를 모른다’
이처럼 못 배운 사람을 자극하는 말은 없지.
그러니 홍무제는 더욱 지식인에 대한 반감이 컸어.
그래 그는 천하에 고약하기 짝이 없는 만기친람으로 신하들을 괴롭히고 반목했어.
하지만 황제 하나가 어찌 온 천하 대사를 다 해결할 수 있으랴?
결재 서류가 쌓여가고, 일은 지체되기 일쑤였지.
결국은 황제 스스로 피로가 누적되고 한계에 이르게 되지.
보통 이런 경우,
신하를 믿지 못하기에,
폭력적으로 변해 피바람을 일으키게 되지.
한편 관료들은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복지부동하게 되지.
난 이게 가장 염려되지.
봐봐 지금 모두는 취하여 이재명 잘한다 박수를 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결코 천하만사를 모두 다 처리할 수 없어.
이재명의 恨, 不學에 대한 정결(情結) 그리고 그 발현 경로를 난 추적하고 있지.
홍무제의 경우 결국 혼자 처리하지 못한 일은 관료가 아니라 환관들에게 넘어가고,
이게 결국은 망국의 씨앗이 되는 것이야.
환관이 불알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누가 맡아도 이런 식으론,
필연적으로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고, 종내 타락의 길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거든.
과연 이재명의 만기친람은 어찌 흘러갈 것인지?
그러한즉 만기친람이 행여라도 이런 과거의 恨, 콤플렉스에 기반한 것이라면,
언제고 일이 터지게 되지.
지방자치단체의 장일 때는 만기(萬機)가 아니라,
그저 십기, 백기 정도에 불과하거든,
거기서 통한다고 천하에도 통한다 할 수 없지.
이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기에,
그는 더욱 분발하여야 하지.
반드시 피로도가 누적되고,
일은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을 것이야.
법가는 그래 法 일변도로 나아가지 않고,
術, 勢의 수단을 부리는 것이야.
엔지니어링적 시스템이 法이라면,
이 법을 굴리는 데 術, 勢의 작용효과를 보태는 것이 법가의 태도야.
헌데 문제는 術, 勢 이것은 法 밖에서 노는 경우가 많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 외려 法을 훼손하는 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상존하지.
이게 실로 해결키 어려운 과제이지.
청나라 강희, 옹정제 때는 만기친람을 군기처(軍機處) 설치로 보충하였는데,
기실 이것이야말로 공식적인 내각제도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지.
결국 국가경영이 이중으로 운영되면서,
일시적으론 효율이 극대화되는 양 싶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내각의 창의성을 막고, 투명한 행정을 방해하게 되지.
군기청과 같은 것은 필연적으로 비밀기관으로 발전되고,
권력을 독점하면서 국정을 파행으로 이끌게 되지.
용문객잔과 같은 중국 영화에 등장하는 명나라 때의 동창, 서창 기억하지?
만기친람은 결국 황제 혼자서 다 관리,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조 조직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관료조직을 배제하고 무력화시키게 되지.
그러면서 비선, 친위조직, 비밀조직으로 변질되지.
종내는 내행창(內行廠)같은 이들을 감시하는 조직을 또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되지.
결국 명나라 때의 환관 중심의 동창이나,
청나라 때, 명나라의 환관과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만든 군기처나,
모두 그 뿌리는 만기친람으로부터 나온 것이거든.
불알 뽑힌 환관인가, 불알 달린 측근인가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관료조직을 배제한 비밀조직이란 점에선 대동소이하지.
만기친람 이것 처음엔 인민들에게 인상적이고, 시원하게 보여져,
그래 환호성을 지르게 되지.
하지만, 이것 결코 항구적인 방책이 되기는 힘들어.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게 이재명이었기에 가능하지,
만약 윤가 녀석이 이 짓거리를 하였다면 어찌 되었겠어?
단 삼칠일도 지나지 않아,
난이 일어나고 말았을 것이야.
내란을 3년 지나서 일으킨 것은 술의 공덕이라 하겠어.
술이 아니었다면 삼칠일 지나자 마자 내란이 터지고 말았을 거야.
그리고 그것은 성공한 내란으로서 귀착되었을 테지.
법가는 그래서, 군주는 앞에 나서지 않고,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術, 勢로 보충하지.
하지만 덕이 없는 통치자는 法이 아니라,
지나치게 術, 勢에 의지하면서 국정 운영이 파행으로 가고, 급기야 파탄이 일어나지.
故曰:君無見其所欲,君見其所欲,臣自將雕琢;君無見其意,君見其意,臣將自表異。故曰:去好去惡,臣乃見素,去舊去智,臣乃自備。
‘고로, 군주는 자신의 욕망을 보이지 말라.
군주가 욕망을 보이면 신하들은 그것에 맞추어 꾸밀 것이다.
군주는 자신의 의도를 보이지 말라.
군주가 의도를 보이면 신하들은 자신을 달리 꾸밀 것이다.
좋아함과 싫어함을 버리면,
신하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기존의 고정관념과 지혜를 버리면,
신하들이 스스로 준비하게 된다.’
그 구체적 실천술이 形名參同인 것이지.
이에 대하여는 내가 여러 차례 여기서 다룬 적이 있으니,
여기서 더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 거의 엔지니어링적 사고이거든.
고대 법가는 묵가와 더불어 이런 공학적 사고를 한 특별한 집단이라 하겠어.
놀라운 일이지.
국가경영을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군주는 전면에 나대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야.
만기친람과는 아주 극적으로 다른 태도야.
아울러 한발 더 나아가 도가의 태도를 엿보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太上,下知有之;其次,親而譽之;其次,畏之;其次,侮之
‘가장 훌륭한 통치자는, 아래 사람들이 그가 존재함만을 알 뿐이다.
그 다음가는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를 친근하게 여기며 칭송한다.
그 다음가는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한다.
그 다음가는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를 업신여기고 모욕한다.’
도덕경의 말씀으로,
무위지치(無爲之治)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세상에 모든 것을 만족하는 解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어.
만기친람이란 게 고도의 인격자, 임무 수행 능력 최고의 사람이 한다면,
대단한 성과를 낼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는 게 어디 쉬운가?
그래 법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맡기자는 것이지.
즉 인치(人治, Rule by Men)가 아니라,
법치(法治, Rule of Law)를 펴야 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목도하고 있어.
저 패악의 검사/판사 나부랭이들이 법을 유린하고,
우리 공화국의 시스템을 허물었는지를.
그래 나는 바로 앞글에서 천균(天均, Rule of Data)을 이야기했어.
(※ 참고 글 : ☞ 천균(天均) - Rule of Data)
이게 결코 무망(無望)한 것이 아니야.
TV, 인터넷, 스마트폰이 나오자 세상이 변했지.
마찬가지야.
AI가 천균을 가능하게 할 시대의 길목,
아니 훨씬 그 안쪽으로 들어와버린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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