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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봉(千步峯)과 인고봉(忍苦縫)

소요유 : 2025. 12. 12. 01:12


천보봉(千步峰)

이것 내가 오래전에 같은 제하에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인고봉이란 말을 새로 듣게 되었다.
무엇인가 하니,
바느질이 얼마나 사무치게 힘들고 고된지 그걸 인고봉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인고봉이라니 忍苦縫이렸다.
그럴싸한 표현이다.

그래 내친 김에 천보봉의 유래를 다시금 더듬어보았다.
천보봉은 본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나오는 표현이다.

먼저 원문을 옮겨 둔다.

千步峰
《綱目》)

【集解】
時珍曰︰此人家行步地上高起土也,乃人往來鞋履沾積而成者。

【氣味】
無毒。

【主治】
便溺頻數,燒赤,投酒中服。

【附方】
(新一)
小便頻數︰
千步峰一兩(燒赤),
水飛過,
去火毒,
研末,
每服一錢,
酒下。三服愈。(《集玄方》)

천보봉이 무엇인지 다음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시진(李時珍)이 말한다.
이는 사람이 다니는 땅 위에 높이 솟아있는 흙으로, 
사람이 오가며 신발에 묻은 흙이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천보봉(千步峰)
문학적 향기가 흐르는 표현이다.
비유가 고상하고, 아름답구나.
요즘 아이들은 한자를 배우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외려 한자를 보면 성을 내고 욕을 내뱉는 경우도 보았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감수성도 잃어가는 게 아니랴?
슬픈 노릇이다.

윤가 녀석은 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도 하였으니,
계엄 놀음이나 할 수밖에 없었겠지?
천박하기 짝이 없는 녀석.

천보봉.
이것 예전에 주로 부엌 문 전 후, 대청 마루 아래 사람이 많이 오르내리는 곳, ... 등등에서 볼 수 있었다.
오늘날엔 모두 시멘트 따위로 덮어버리니 이리 흙이 쌓이지 않는다.
내가 이 그림을 찾아보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 농장 개설 초기 출입구에 천보봉이 잠시 생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진을 찍어두었야 했다.
지금은 발판을 깔아 두어 볼 수 없게 되었다.

주치(主治)를 보면,
便溺頻數
오줌이 자주 마렵고 횟수가 많은 증상을 치료하는데,
천보봉을 붉게 달구어(燒赤) 술에 넣어 복용한다 하였다.

딸린 처방까지 나오고 있다.

붉게 볶은 천보봉 1냥을,
물에 가라앉혀 불의 화독을 제거하고,
가루를 내어, 
매번 1돈을 술에 타서 복용한다 하였다.
세 번 복용하면 낫는다.

당시엔 땅이 오염되지 않았으니,
천보봉을 취하여 약으로 삼는다 한들,
현대인이 염려하는 오염, 위생 때문에 생겨나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한다.
천보봉은 많은 사람의 발의 기운이 쌓인 것인지라,
신(腎)의 기운이 스며 있을 터.
이를 취하였으니 자연 소변 빈삭에 효험이 어찌 없으랴?
이는 고인들의 유감(類感) 원리로,
형체상보(形體相補)의 상징, 주술 효과를 노리는 것일 터인데,
고인들은 이것을 상징 효과가 아니라 실질 치료효가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허나 아무리 약효가 좋은들,
어디가서 구처할 수 있으랴?

본초강목엔 그 밖에도,
宅土 , 伏龍肝, 井底泥 등의 아주 흥미로운 약재가 나온다.

宅土는 집안 두 귀퉁이 그리고 가운데 흙으로, 오래된 것일 수로 좋다 하였다.

伏龍肝은 조심토(竈心土)라고도 하는데,
부뚜막(竈) 가마솥(釜) 아래 밑부분의 누런 흙을 말한다.

井底泥은 우물 밑바닥에 가라앉은 흙을 말한다.

각기 瘟疫(역병), 婦人崩中吐血(자궁 출혈), 湯火燒瘡(끓는 물로 인한 화상)을 치료한다.

한의학 책을 읽다 보면 婦人崩中吐血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런즉 부녀자에게 이런 병이 많았다고 추측된다.
여인들이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쪼그리고 앉아 불을 자연 많이 쬐게 되는데,
일설에 이게 하초로 원적외선이 조사(照射)되어 부인병에 좋다고 하지만,
저 병이 많은 것을 보니, 그 밖에 여인들이 달리 고초를 많이 겪었지 않았을까 싶다.
슬픈 일이다.
아니 오지랖이 삼천리일 수도.

각설,
택토, 복룡간, 정저니라니,
듣기만 하여도 미소가 절로 인다.
약효가 제법 뛰어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구할 수가 없으려니,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설사 구한다 한들,
이미 한참 오염되었을 터이니,
실로 무상한 노릇이다.

아아,
아름다운 것은 이리 우리 곁을 떠나 쉬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로니,
세월 무정, 인생 무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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