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관중
이재명의 '업무보고' 행보가 새롭고 놀랍다.
영상을 보면서, 역시 행정가다운 면모가 약여(躍如)하다.
전부터 이재명을 앞에 두면 관중(管仲)이 떠올랐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그 말이다.
공자도 그를 두고 상찬의 말을 남겼지.
관중의 행정가다운 면모는 관자(管子)란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16만자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다.
10만 여자에 이르는 한비자, 여씨춘추보다 더 볼륨이 크다.
여씨춘추만 하여도 당대 모든 인재가 참여하여 만든 백과전서급 대작인데,
이게 10만 여자이다.
대저 10만 여자라면 거의 육삼빌딩급 대작인 것이다.
그러함인데 16만 자라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초대작인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비자는 출사한 적이 없으니, 책을 쓸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관중은 실무 전선에서 일을 하였기에 기실 책을 지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도 86편(10편 소실)에 이른 것이로니,
관중 단독 저술이 아니라, 후대에 많은 이들이 관여하여 완성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대체로 제나라 직하학파의 학자들이 관중의 사상을 엮은 논문집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저자가 관중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관중의 사상을 익히 헤아려 볼 수 있다.
직하학파라면 인도 고대 나란다 대학엔 미치지 못하지만,
실로 당시 학문의 총 집결지, 사상의 용광로 역할을 했다.
여기서 관자란 책이 만들어졌으니,
당시 직하학파의 위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관중과 같은 경세서가 집대성됨으로써,
학문뿐이 아니라 실질 국가 행정, 법률, 조세, 문화 등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하겠다.
대단한 위업이라 하겠다.
이재명의 평소 발언을 보면,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식견을 엿볼 수 있다.
가령, AI에 관련된 발언을 보면 보통 수준이 아니더라.
그의 너르고, 깊은 행보를 보면서,
관중을 바로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내심 분명 이재명은 관자를 읽었다고 생각하였다.
아니라면 그의 생각이 관중과 거의 같은 궤를 따르고 있음이니,
사뭇 놀라운 일이라 하겠다.
그래 요즘 나는 관자를 다시 읽고 있다.
한비자에 경도되어 오래도록 그를 사모하였던 나는,
역시 그의 사상의 시원 중 하나인 관중을 떠올리는 게 기이한 일이 아니다.
관중은 사실 법가의 원류다.
난 이재명을 보면서 한비자가 아니라 바로 관중이 오버랩되었다.
현대 행정가의 모범을 접하면서,
법가의 종마루인 관중의 풍모를 느끼는 것은,
이재명이 단순한 술법사(법률가)가 아니라,
깊은 철학과 사상으로 닦인 인물이기 때문이리라.

첫편인 牧民에선,
의식족즉지영욕(衣食足則知榮辱)이 나온다.
이는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양자엔 그 서있는 자리가 다르다.
전자는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한 기초로서 필요한 것이로니, 법가의 실용적, 실천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반면 후자는 유가적 인본주의에 입각 위정자의 도덕적 책무로 본다.
王者以民人為天,而民人以食為天。
이것 사기에 나오는 말인데,
역이기(酈食其)가 한왕 유방에게 이른 말이다.
역이기가 훌륭한 것 틀림없지만,
이미 衣食足則知榮辱 이 사상은 학자들, 위정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즉 기실 관자는 그 시대 통치학, 행정학 실무 교과서 구실을 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목민은 바로 이 관자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2편에 形勢에선,
세상을 다스리기 위한 기본 원칙을 다룬다.
순리를 따르라는 것이다.
순천응인(順天應人)하라는 것이다.
山高而不崩,則祈羊至矣;淵深而不涸,則沈玉極矣,天不變其常,地不易其則,春秋冬夏,不更其節,古今一也。
'산이 높으나 무너지지 않으면,
기도하는 양(祈羊)이 이르고,
못이 깊으나 마르지 않으면,
옥을 깊이 빠뜨려 제사 지내니,
하늘은 그 항상된 법칙을 변하지 않고,
땅은 그 법칙을 바꾸지 않으며,
봄·가을·겨울·여름은 그 시기를 바꾸지 않으니,
옛날과 지금이 하나이로다.'
(※ 則祈羊至矣,則沈玉極矣
이게 무슨 뜻인고 하니, 양을 죽여 산신에게 제사 지내고,
옥을 강에 빠뜨려 하신에 제사지내는 풍속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산이 무너지지 않고, 못이 마르지 않으니,
이 미더음으로 제사가 의심없이 따른다는 말이니.
곧 위정자, 군왕과 백성의 관계를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 고대의 세계관이나 당시로서는 훌륭한 국가경영에 관한 철학이라 하겠다.
하니까, 군주기 제 역할을 바로하여야 백성이 따르고,
결국 부국강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문이다.
이어, 權修, 立政, 乘馬, 七法 ....
이리 이어지는데, 여긴 치세, 경세의 도리가 절절 흐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행정학 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거기에 법가적 통치술, 경제학적 접근 ...
그야말로 무불통지 천하 경세학의 집대성, 그리고 그 정점을 이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2년 쓴 아르타샤스트라(Arthashastra, 政事論, 利論)를 생각키운다.
고대 인도의 정치학, 행정학 경전을 방불한다 하겠음이다.
관자를 관통하는 사상은 법가뿐이 아니라,
유가, 도가, 음양가, 병가, 경제사상 등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실로 경세서(經世書)의 정점을 이룬다 하겠다.
이재명 역시 법률뿐 아니라, 행정, 교육, 국방, 문화, IT, AI 등,
국정 과제 전반에 걸쳐 관심을 넘은 뛰어난 식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서민 민생 경제애도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래간만에 뛰어난 경세가(經世家)를 만났다 하겠다.
실제 나는 문재인은 깜이 되지 않고 이재명이 국정운영을 하는 위치에 오르길 희망했었다.
그런데 당파내 파벌 투쟁의 희생으로 꿈이 무산되었다.
후에 윤석열의 농간으로 이재명이 사법적 오명으로 더렵혀질 때,
실제 나는 잠깐 흔들렸다.
그래 윤가도 싫고, 이재명도 의심스러워 투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후 윤석열의 마각이 드러나고, 종내 쫓겨나게 되었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
실로 문재인, 윤석열로 인해 우리는 8년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8년이 아니다,
국가 발전 동력 구축의 절호의 기회를 잃었고,
이에 따라 엄청난 기회비용을 잃었고,
난 이것은 거의 수 십년 이상을 허비한 셈이라 하겠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난 지금 이 책을 떠올리며 이재명을 바로 연결시키고 있으니,
실로 이재명은 놀라운 인물이라 하겠다.
하지만 정치인은 한 시도 방심을 하면 아니 된다.
우리는 이제껏 인민을 배반하지 않은 정치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열린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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