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
어떤 이가 하나 있어,
이리 말하는 것을 들었어.
잘린 김 부장 정도의 위치이면 남조선 사회에서 상위 1프로는 몰라도 3프로 안에는 무조건 들어간다.
한마디로 누릴 만큼 다 누렸던 인간인 셈이다.
대기업 다니다 잘린 김 부장 같은 군상들의 약자 코스프레가 얄밉다 못해 아예 가증스럽다.'
순간 저것은 단박에 엉터리란 생각이 들었지.
이것은 뭐 재고 따질 것도 없이 바로 그 잘못을 느끼게 되지.
세상엔 제 손으로 옥을 짓고 그 안에 갇혀 울부짖는 수인(囚人)들 적지 않아.
여기 내 감상을 적어보련다.
저 글 쓴 자를 K라 지칭하겠어.
군신이 이심(君臣二心)이라 하였어.
다 제 처지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
고작 대리급이 어찌 부장의 회한을 깊이 헤아릴 수 있으랴?
당금 와꾸의 몰락을 보고도 아직도 깨우침이 없는가?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하였어.
마포대교에 올라 양 허리에 섬섬옥수 뻗어 씩씩하니 얹고,
천하를 굽어보시어던 그 심정을 아직도 모르겠어?
跨界
군신(君臣)이 가진 이심(二心),
이 경계를 뛰어넘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K처럼,
제 기준으로 만물을 재단하고, 천하사를 논하게 되지.
가령, 施恩圖報라,
범용한 이들은 은혜를 베풀면 보답을 바라게 되고,
또 갚으려 들지.
K를 봐봐.
툭하면 누구로부터 신세를 졌다며 닦아세우기 바쁘지.
가령 결혼식 때 화환 받았다며 그를 닦아주고,
충청도 사람이라며 한참 띄어주지.
여기에도 보면 같은 K씨를 두고 일가라며 반기는 자까지 나타나고 있어.
아아,
이 사나운 세상을 살자면,
조그만 핑계라도 만들어 그것을 부여잡고,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동앗줄인 양 의미를 부여하고, 엮기를 바라지.
가여운 영혼이라 할 밖에.
은원을 만들지 말지라,
인연을 함부로 짓지 말일이다.
금강경에서도 應無所住而生其心임이라,
어디 매임없이 마음을 일으키라 하였지.
하지만, 이런 가벼운 은원에까지 얽히면,
사물을 편협되게 쳐다보고, 급기야 대사를 그르치며, 우환을 스스로 만들게 되지.
아아,
어리석다 할 밖에.
헌즉 선인들 가운데는 시불망보(施不望報)라,
은혜를 베풀고나서는 보갚음을 바라지 말라 하였어.
(※ 참고 글 : ☞ 시불망보(施不望報))
K를 두고보자니,
은원에 너무 얽혀 있어 하는 말이야.
대리면 대리, 부장이면 부장의 입장이 있는 게야.
이 양자의 다름을 모르고, 제 차원에 갇혀 논하니까 갈등이 일어나는 게야.
그야말로 사법계(事法界)에 갇혀 한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 할 밖에.
K처럼 뻐길 일도, 위축될 일도 없는 게야.
왜 내 삶의 referrence가 남에 의해 규정되는가 말야?
화엄학에 보면 사법계(四法界)란 개념이 있어.
사법계(事法界) - 이법계(理法界) -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 -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가 그것이야.
설명을 위해 지극히 간단하니 짚어보면,
事法界는 사물이 각각 따라 존재한다고 보는 관점이고,
理法界는 모든 개별적 사물에는 空과 같은 보편적 理가 스며있다고 보는 것이고,
理事無礙法界는 보편적인 진리(理)와 개별적인 현상(事)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하나로 조화하는 세계를,
事事無礙法界는 모든 개별적인 현상(事)들끼리도 서로 방해하지 않고, 서로를 드러내고 보완하며, 자유자재로 통하는 세계를 말해.
K는 지금 事法界를 여의지 못하고,
그 뻘밭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형국이지.
대리는 대리, 부장은 부장, 사장은 사장 ...
각자는 모두 제 직분에 맞게 살아들 가고 있을 뿐이야.
우선은 이를 존중하고, 서로를 방해하지 말아야 해.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창발적인 삶을 발휘하고,
이게 종국엔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다행이라 하겠지.

燕雀安知鴻鵠之志哉
사기에 보면 陳勝이 이리 말하는 장면이 나와.
진나라 말기 陳勝, 吳廣이 난을 일으키지 않아?
진승이 농사를 지으면서 茍富貴,無相忘이라,
나중 부자가 되어도면 서로 잊지 말자 이리 말하니까,
상대는 비웃었어.
그러자 진승은 燕雀安知鴻鵠之志哉 이리 말했지.
제비와 참새야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
나는 모든 이들이 燕雀安知鴻鵠之志哉 이리 살아갔으면 해.
그리고 그게 전혀 이웃을 방해하지 않고,
그리고 또 다른 이가 이것을 비웃지 않고,
저마다 제 삶을 꾸려갈 수만 있다면,
바로 그게 事事無礙法界가 아닌가 싶은 게지.
K의 모습을 보고,
난 문득 燕雀安知鴻鵠之志哉를 떠올리며,
事事無礙法界가 멀구나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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