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인재 채용 - 미네르바
오마이뉴스 기사 하나를 보았다.
거기 대표 오연호라는 사람이 쓴 것인데, 미네르바를 특채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그가 맨 정신에 썼는가 심히 의심스럽다. 혹 엊저녁에 걸친 술자리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채 후딱 써 내린 글이 아닌가 싶다. 만약 엊저녁에 술자리가 없었다면 대단히 실례가 되었다하겠지만, 실로 나는 이런 말을 빌려 일껏 겸양을 부려본 것인데, 그러하다면 더욱 딱한 노릇이라 하겠다.
자고로 인재를 모신다는 것은 그렇게 싸가지 없게 하는 게 아니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三顧草廬)로 모셨다는 고사나, 주문왕이 강태공을 만나는 장면,
진목공(秦穆公)이 건숙(蹇叔)을 초빙하는 장면이 나는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는 물론 채용(採用)이라는 말을 썼다. 뽑아 쓰겠다라는 말이다. 요즘 기업체에서 사원을 받아들이는 형식은 외부 인재 풀에서 가려 뽑아 쓰는 게 일반적인 일이라, 내가 이런 고사들을 떠올리는 것은 사뭇 시대착오적이라고 지탄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미네르바를 특별히 청하는 형식을 빌은 것으로 보아, 오대표는 그를 여느 인재와는 다르게 평가하고 있음이라.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글 내용은 아주 예의를 잃고 있다. 미네르바가 오마이뉴스에 먼저 취직을 부탁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것을 마치 미네르바가 어디 취직 못해서 안달이 난 인간처럼 설정하고 대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설사 이런 처지라고 한들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전제로 한 듯, 마치 면접 장소에서 다루듯 마구 대하고 있지 않은가? 오대표가 만에 하나 설혹 시체(時體) 말로, 제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라 한들, 미네르바와 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면 일대일 그저 대등한 사인(私人)간의 관계일 뿐, 상하관계가 결코 아니다. 글 내용을 읽어보면 이것은 마치 부하직원 다루듯 하고 있다. 한 마디로 교만하다. 언짢다. 무엇이 그를 이리 상궤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었을까?
오자(吳子)라는 병법서는 오기(吳起)와 위(魏)나라 무후(武侯)와의 대화체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무후가 묻고 오기가 답하는 형식이다. 거기 등장하는 이야기 한 토막을 떠올린다.
어느 날 무후가 국사를 논했는데, 무후보다 뛰어난 의견을 내놓는 자가 없었다. 회의가 파하자 무후는 득의양양했다. 그러자 오기가 출반(出班)하여 이렇게 말한다.
“옛날 초장왕(楚莊王)이 신하와 국사를 의논했는데 장왕보다 뛰어난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무를 마치고 나갈 때 장왕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공(申公)이라는 신하가 ‘왜 그렇게 수심에 차계십니까?’라고 물은즉, 장왕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떤 시대에도 성인은 있으며 어떤 나라에도 현자는 있는 법이다. 성인을 찾아 스승으로 만드는 자는 왕이 되고 현자를 찾아 벗으로 삼는 자는 패자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나에게는 나보다 뛰어난 신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초나라가 위태롭지 않은가?’ 이처럼 장왕은 신하의 무능을 우려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오히려 이를 즐거워하고 계십니다. 신(臣)은 위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무후는 부끄러워하였다.
楚莊王嘗謀事,群臣莫能及,退朝而有憂色。申公問曰 :‘君
有憂色,何也?’曰 :‘寡人聞之,世不絶聖,國不乏賢,能
得其師者王,得其友者霸。今寡人不才,而群臣莫及者,楚國
其殆矣!’此楚莊王之所憂,而君説之,臣竊懼矣 。” 於是武
侯有慚色。
천하의 인재를 자기보다 훨씬 못하다고 전제하고 직원을 뽑는 회사는 기필코 망하고 만다. 직원 쓰면서 자기보다 훨씬 못한 인간 하나 들어왔다고 고개 빳빳히 세우고 거만 떨면 이내 무후가 되고 만다. 혹여 이런 자세로 미네르바를 채용하려고 하였다면, 특채란 말 빼고, 배너로 유인하지 말고 그저 조용히 만나서 해결하라. 어쩌자고 이런 식으로 세상을 우롱하는가?
만약 오대표가 항용 그렇다는 듯이 사원을 뽑아 쓰고자, 즉 채용할 의향이라면, 그것이야 그야말로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일일 뿐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배너로 특별히 내걸어 유인한 저 기사는 단순한 채용을 넘어 미네르바를 특별한 인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역력하다. 그러함에도 내용을 읽어보면 해대는 언사가 심히 어르고 뺌 치는 격으로 기롱(譏弄)하고 있음이 아닌가?
“단, 면접은 매우 까다로울 것입니다.”
언제 미네르바가 오마이뉴스에 취직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는가? 청하길 특채라고 제 스스로 규정하고는 면접을 까다롭게 한다고 설치고 있는데, 이는 아주 버릇없는 짓이라 하겠다. 거기다 ‘미네르바 박씨’라고 호칭하고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남을 청하는 자리에서 자기가 도대체 무엇이 관대 남을 함부로 아무개 씨라고 불러댈 수 있음인가? 저리 상대를 안하무인으로 하시(下視)하며, 키 까부르듯 얼러댈 수 있겠는가? 사뭇 염치없고 예의 없는 처사라 하겠다.
오마이뉴스가 마케팅에 사뭇 재주가 뛰어난 것은 진작부터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번에도 멀쩡한 사람의 의견도 묻지 않고 불쑥 공개리에 저리 막 대하며 청질을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오마이뉴스는 인재가 탐이 나는 것보다는 이를 기회로 자사의 이미지를 높여 보려는 의도가 먼저 앞섰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언론에 들까부는 이를 “우리 회사에서는 특별히 청하려 한다”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싶은 게 아닌가 말이다.
감히 다 큰 어른을 어느 누가 공개리에 ooo씨라고 호명하며 취직시켜줄께 이리 외칠 수 있단 말인가? 미네르바가 취직 못한 것이 마치 큰 죄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는 그대로의 사정이 있을 터. 그 누가 이를 제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음인가? 온라인 상에 그 흔해 빠진 ooo님도 아니고 대뜸 ooo씨라니 언제 미네르바를 그대가 만난 적이라도 있소? 도대체 그대가 미네르바 앞에 무엇으로 서 있는 것이요? 기껏 면접관으로서 밖에 미네르바에게 할 말이 없단 말이오? 거드름만 있고 언론인 나아가 인간적인 풍모가 실종된 모습이 희화(戱畫)처럼 초라하다. 이 당대의 이 척박한 토양이라니.
아주 천박한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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