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든 공원직원
내가 북한산을 다니며 처음으로 목격한 것이다.
청소담당이 아닌 공원직원 한 분이,
제복을 입었으되, 허리춤에 쓰레기가 두툼하게 채워진 쓰레기 봉투를 껴 차고는
한 손에는 넝마 집게를 들고 내려오는 게 아닌가 말이다.
나는 아연 놀라,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공원 홈페이지에는 직원 칭찬하기 코너가 있는데,
다른 이를 나는 진작에도 이를 통해서 알리며, 공원 측에 상찬(賞讚)을 구한 적이 있다.
하여 그에게 그리 할 뜻을 밝혔는데 이 분은 극구 사양한다.
정규직원은 아니고 근무하지 3년이 되신다는 데,
그 고사(固辭)하는 뜻을 좇아 널리 알리는 일은 삼가기로 한다.
쓰레기 때문에 온 산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만약 내가 공원 총책이라면,
저런 분을 마땅히 높여 중책을 맡기고,
상찬하여 격려하며, 다른 직원들의 귀감으로 삼겠다.
이곳 골짜기에만 몇 년 전 확인한 바로는 쉰 명 이상이 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청소요원 외에 일반직원이 쓰레기를 줍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로서는 이게 상당히 의문이다.
청소 요원 중에는 개중(個中) 제 몸 하나도 힘에 부쳐 하는 분도 계시던데,
왜 청소하는 아주머니만 쓰레기를 주어야한단 말인가?
언젠가 계단을 내려오는 청소 아주머니를 산중에서 보았는데,
힘에 부쳐 게걸음으로 엉거주춤 거리고 있었다.
산중(山中) 청소를 저런 분에게 맡겨서는 능률이 오를 수 없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듣건대, 그 분은 직원 식당에서 일도 하시는 등 다른 잡일도 하시는 것 같은데,
마땅히 저 아래 공원 입구 평지 담당으로 배치한다든가 하는 배려가 따라야 하리라.
공원 실정이 이러한즉 나는,
순찰 중인 공원직원도 오가며 버려진 쓰레기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원래 책임자는 굳이 수족을 수고롭게 놀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머리로 일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머리로 일을 할 사람이 수족을 놀리면 능률이 떨어지고
오히려 맡은 일을 세밀히 design하고 너르고 먼 vision을 갖고,
장래를 도모하는데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지시, 감독, 평가 그리고 지도하는 일에
집중하여 온전히 갈심진력(竭心盡力)하기도 바빠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내가 늘 목격하는 청소요원은 거개가 연세를 한참 잡수신 아주머니요,
게다가 개중에는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쁠 정도로 힘에 부치는 이도 있음이니,
이런 분이 산을 타고 다니며 청소를 제대로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심히 어렵다.
물론 힘좋은 남자 분들도 있다고 듣고는 있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런 분들을 본 적은 극히 드물다.
혹여 나 모르게 많이 있다고 한들,
실제 현장의 청소상태를 보면 늘 만족할 만한 상태가 아니다.
이로 미루어 나는 이들을 지휘 통제하는 이들이,
제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러하니, 차라리 이들이 직접 수족을 놀리며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서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곳 골짜기에만 쉰이 넘는 직원이 근무한다고 하니,
이들이 오가며 쓰레기 투기자를 경계하고,
쓰레기를 눈에 띄는 대로 줍기만 하여도,
제 소임에 값하는 노릇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정규직원의 신분(?)으로서 이런 것을 차마 하기 싫다고 여긴다면,
마땅히 청소요원을 조직, 관리하는 책임을 제대로 다하여야 한다.
이런 노릇을 소홀히 하고 더 이상 무엇을 구할 게 있겠는가?
나는 주장한다.
청소요원을 강건한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
힘든 일인만큼 이들에게 월급 등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충분히 해드리고,
대신 담당구역을 명확히 하고, 사후 책임을 묻고 평가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내가 다니는 골짜기를 시험 삼아 연구해보았는데,
보통 삼일 정도 쓰레기를 줍지 않으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곤 한다.
이곳은 아니할 말로 내가 치우지 않으면,
거의 치워지지 않아 그대로 땅속으로 묻혀지고 말 것이다.
나야 스쳐 지나는 객에 불과하지만 그런대로 버티어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청소직원을 책임 구역에 고정 할당하여 일을 맡긴다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청소하시는 분이 월급이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할 까닭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다.
내부 행정은 내가 잘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가장 중요한 일은 공원 환경유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제일 으뜸은 당연 청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담당하는 것을 어째서 근력이 달리는 이에게 맡기는지 알 수가 없다.
마땅히 건강하고 근력이 강건한 이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씩씩하게 산골짜기도 내려가고, 산기슭도 타고 올라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려면,
필연 근골이 강한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또한 힘든 일인만큼 보수도 마땅히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곳 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당연 충분히 대우해주고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서두에서 말한,
옆구리에 쓰레기 봉투 차고,
집게 든 직원을 보자 나는 얼마나 보기가 좋은지,
한참을 치켜 격려해주었다.
내 그에게 말하길 이리 했다.
“이런 모습을 전직원이 보여주어야 한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말이다.
아마 그러하면 등산객들이 공원직원을 존경하며 따를 것이다.
선생을 뵙기에 너무 아름답다.”
나는 생각한다.
이게 요즘 일자리 나누기와는 사뭇 다른 발상이라,
제법 조심스럽긴 한데, 그 뜻인즉 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성격에 입각하여 사태의 본질을 더듬기 위해 한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예산을 더 들일 필요도 없이,
가령, 지금 담당하는 청소 인원을 사뭇 줄인다 하고,
대신 그 보수를 근력 좋은 이에게 묶어 주면서 부담을 그만큼 더 지운다면,
충분히 운영할 만 할 것이다.
이는 늘 접하느니 예산 핑계이기에,
예산제약조건하에서 실행계획을 세운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예산내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능 조건 변경 대안임을 드러내기 위한 가정이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을 확실히 지워 담당 구역을 철저히 관리토록 해야 한다.
지금은 골짜기나 산기슭에 버려진 오물이 거의 치워지지 않는 것 같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근력 좋은 이라면 충분한 보수하에서 힘들다는 핑계를 도통 댈 수 없으리라.
도대체가 힘이 달려 제대로 담당하지 못할 형편이라면,
당연 이를 부담할 정도의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게 아니라면 책임을 묻고 평가하는 시스템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로선, 마주치는 청소 담당 아주머니는 도무지 탓을 할 수가 없음이다.
그 형편으로는 저리 험한 곳을 왜 청소하지 않느냐고 닦달을 할 도리가 없다.
그 연세 또는 체력이라면 물리적으로 요구 자체가 난망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 저들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이리 인력 배치 설계를 한 사람에게 마땅히 귀책되어야 하리라.
하니 산중에서 청소를 제대로 하자면,
우선은 필연 힘이 좋은 이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전제가 된 후, 보수를 대폭 올려주고
대신 책임을 확실히 묻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발의를 하면서 아주 조심스런 노릇이었거니와,
문제는 기존의 청소하는 나이든 아주머니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는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고 결원시 차츰 차츰 판을,
새로 짜는 장기적인 대응방식으로 처리했으면 하는 것이다.
혹은 평지 전담 요원으로 돌린다든가 하는 방책을 모색하는 등,
마땅한 방책을 찾아야 하리라.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민감하고 염려스럽다.
하지만, 주어진 과제는 청소를 어떻게 제대로 처리하느냐 하는 것인즉,
이를 중심으로 현실을 혁파해야지 그러하지 않고 현실에 매인다면,
백년하청 아무런 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왜 ?
애초부터 산중 청소를 건장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는지,
나는 그게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저들에게 충분한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까닭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들 청소하는 분들을 보게 되면,
그저 모자 하나만 표지로서 공원 측 사람이겠거니 하고 알아 볼 수 있는 정도지,
그 외 복장은 여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경우도 있고,
혹간 제복을 입었어도 정규직원에 비해서는 허름해 보인다.
지금 현재로선,
청소란 소임을 원천적으로 하찮게 하대하는 게,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혁파하기 전에는 쓰레기 처리 문제는 근원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나는 생각한다.
저들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제일 좋은 복장을 해 입히고,
보수도 제일 많이 주어 자부심을 갖게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러면 너도 나도 하겠다는 사람이 꾀이리라.
공원 소임 중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등산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런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는 자랑할 만한 자리,
시민들은 그를 사랑하는,
그런 ‘청소’란 직임(職任)이,
이곳 산중에서만이라도 자리 잡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원 환경이 깨끗해지면,
공원행정의 태반이 바로 해결되리란 생각인 것이다.
도대체가 산중에 왜 쓰레기가 버려져야 하며,
시민들 눈에 이런 것이 띄지 않도록 관리행정을 제대로 펴는 것이
왜 으뜸과제가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나는 갖고 있는 것이다.
예산이라야,
설혹 기존 청소요원을 그냥 두고 새로 더 신규로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공연히 2년도 되지 않아 멀쩡한 난간 부수고 새로 해박는다든가,
불요불급한 도로 포장 등을 하지 않기만 하여도 당장 충분히 확보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공원 내부행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외자의 변이지만,
하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여,
이리 제 열에 냅다떠서 백일몽이라도 꾸어보는 것이다.
혹여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변설이 늘어져 있다면,
일러 지적하고 제대로 깨우쳐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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