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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의 끝

생명 : 2009. 9. 11. 19:16


집에 있으면, 밖에서 가끔 꺼어엉~ 꺼어엉~ 울어대는 강아지 소리가 들린다.
이게 단순히 괴로워서 그런 것도 아니요,
마치 무엇인가에 맞아서 지르는 소리로 느껴진다.
무릇 모든 소리에는 표정이 있다.
사랑으로 듣는 자는 보지 않아도 그 표정을 바로 분별 할 수 있다.
당장 짐작되는 현장으로 달려가련만,
곧이어 그치고 마니 달려간들 확인이 어렵거니 싶어 그저 망설이고 있었다.

오늘 생심(生心)을 내어 고물할아버지 이웃에 위치한 사찰에 들렸다.
마침 주지 스님이 신도들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도심에 위치한 산사지만,
보살을 상대로 법어(法語) 한 자락이 조촐하니 가을 바람이 되어 흐르고 있다.
예를 차리고는 자리를 헤집고 내 이야기 자락을 벌려놓았다.

주지 스님은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하겠다 한다.
나는 앞으로 유의하여 살피고 챙겼다가 나에게 알려 달라고 청을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이야기 끝에 새로운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예전에 써 올린 사연 끝자락이다.
(※ 참고 글 : ☞ 2008/04/29 - [소요유] - 낮달)
당시 죽은 강아지들을 주인 외에도 일단의 사람들이 죽 몰려와 먹었던 모양이다.
주지 스님 왈,

“그즈음 사찰 내 강아지 집 안으로 무엇인가 뒹굴고 있더라.
자세히 가서 살펴보니 죽은 강아지 머리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개를 삶아 먹고는 잘린 머리를 사찰 강아지 보고 먹으라고 넣어주었다 한다.

소를 먹는 사람도 있고,
돼지를 먹는 사람도 있다.
개를 즐겨 먹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한들,
강아지에게 강아지 머리를 먹으라고 던져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차마.

주지 스님이 말한다.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길러서 잡아먹으려는 사람도 있다.”

“전에 있던 공양주 보살은 개를 좋아 했지만,
키워서는 팔아먹었다.”

과시 만화경(萬華鏡)에 비추이듯,
천차만별 중생의 業(karma)은 어지럽게 지어져,
삼계(三界)를 삼지사방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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