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
Resurrecting the Champ
영화를 보았다.
왕년에 권투선수였으나 노숙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
그리고 이를 취재하여 기사화한 기자가 중심인물이다.
나 역시 이와 비슷한 권투선수 하나를 본 적이 있다.
그의 동료 얘기로는 그가 동양챔프였다고 말한다.
올 여름 고물할아버지네 집에 모여 술추렴을 하는 그들을 만난 적이 있다.
고물할아버지와 함께 고물을 정리하는 이를 가끔씩 보곤 하는데,
고물할아버지의 홀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것 같다.
고물할아버지는 비록 국유지에 세워진 건물이지만 자기 집을 가지고 있으며,
아들, 딸들이 다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하니 살림이 궁한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고물할아버지가 인색하여 일을 같이 하고는 밥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분을 보게 되면 거개가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있을 때가 많다.
마음씨가 착해 보이는 그 분은 나를 보면 늘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챙긴다.
술추렴 자리에 그 날은 웬 낯선 이가 하나 더 끼어 있었다.
“이 사람이 옛날 동양 챔피언 3위였던 ooo이여.
지금은 이리 폭삭 삭았어.”
나는 그가 혹 그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을까봐 무심하니 대해주었다.
행색은 남루하지만 저들과는 유리된 채 사뭇 자리가 버성겨보였다.
그 후에도 어쩌다 본 적이 있지만 이즈음은 도통 볼 수가 없다.
영락(零落)한 이들의 가슴 속엔 무엇이 잠겨 있을까?
나는 감히 가까이 가서 그 속을 행여 헤집을까 염려되어 무심히 대한다.
다 식은 화롯불에도 불씨들이 숨어서 숨을 쉬고 있다.
불경스럽게 청하지도 않은 국외자가,
부젓가락으로 그를 헤집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 사윈 불꽃일지언정 그 임자가 따로 있다.
임자의 것은 임자에게 남겨주어야 한다.
영화에서는 권투선수가 유명선수의 이름을 사칭하였는데,
그를 모르고 이를 기사화한 기자는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자,
곤경에 처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의 대사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사랑 때문에 한 거짓말도
상처를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악의로 한 거짓말만큼이나”
붕우유신(朋友有信).
벗을 사귐에 신(信)이 없다면,
그것은 장사꾼 모리배(謀利輩)보다 더 나쁘다.
주변에 보면 거죽으로는 달콤하니 입안의 혀처럼 굴다가도,
정작 거래 현장에선 취리(取利)를 위해 상대를 속이는 이가 있다.
그리고도 부끄러움이 없다.
사농공상(士農工商)
이럴 때마다 이게 일리가 전혀 없지 않음을 알게 된다.
상인(商人)이 이제는 천하를 횡행하며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벗을 사귐에,
가진 것의 다과(多寡)로 하며,
입성의 기려(綺麗)로 할 것인가?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군자는 의(義)를 밝히고,
소인은 이(利)를 밝힌다.
논어의 말씀이다.
당장은 이(利)가 달콤한 것 같지만,
의(義)를 저버리면 언젠가는 대가를 곱으로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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