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 리본2
북한산 등산길.
가끔씩 리본이 달려 있는 것을 보면 발걸음을 자연 멈추게 된다.
저게 종이로 된 것이라면 다행일 텐데 거개가 썩지 않는 폴리에틸렌 따위의 천으로 되어 있다.
저들은 저 표지 삼아 우르르 따라가며 하루를 즐기겠지만,
남아 있는 리본은 누군가 수거하지 않으면 해를 넘겨 흉물이 되어 가지에 걸려 있게 된다.
오늘 그 리본을 또 보게 되었다.
(※ 참고 글 : ☞ 2009/02/26 - [소요유] - 등산길 리본)
‘자연보호 서울시 ooo 협의회’ 이 이름으로 리본을 달았음이다.
내용인즉 이러하다.
‘자연은 사람보호 사람은 자연보호’
애초 그들의 마음이야 어찌 달고 아름답지 않으리랴.
여느 사람에 비하여 한결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더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할 바 없다.
이 광기에 휩싸인 세상에,
그 누가 우정 자연 보호 협의회에 가입하여,
그 갸륵한 뜻을 새기리랴.
이런 분들을 아끼고 기려야 한다.
하지만 소임을 다한 저 리본은 누가 치우랴.
내가 십여 년 북한산을 다니면서 경험하는 것은,
저 리본을 치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필경은 올 겨울을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해를 넘길 것이며,
다음해 봄에는 누렇게 뜬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이할 것이다.
나는 의심한다.
명의(title)만 바람에 나부끼고,
정작 그 실천 내용은 현실에선 뒤로 방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저 리본에서 자연을 보호하자는 호소를 듣지 못하겠다.
다만 저 리본을 단 단체의 존재를 처량하게 알리는 아우성 소리만 듣고 만다.
저 리본은 내용과 거죽이 서로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이게 아니라면,
최소한 저 리본이 나중에 저들 손에 의해 수거되리란 기대를 나에게 주어야 한다.
이게 오늘의 현장에선 기대 무망이란 것엔 나뿐이 아니고,
누구라도 동시에 느끼리라.
이러하다면 저 리본은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아우성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들 어찌 지나침이 있으랴.
최소 저런 단체에서 운동을 벌이려면,
남보다 가일층 감성이 예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행동으로써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아니 그러할진대 어찌 저런 거룩한 이름의 단체에 가입하여 임할 수 있으랴.
내 생각으로는
산에 들 때에는 애저녁에 리본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이야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핸드폰 등으로 사전, 사후 얼마든지
가는 길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저 흉물스런 리본을 어이하여 명색이 자연보호단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나는 놀라고 만다.
항차 저들이 저러한데,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기왕에 나선 길,
앞장서서 타의 귀감이 되고,
바람직한 자신의 뜻을 행동으로 입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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