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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사(非時死)

소요유 : 2015. 10. 14. 15:18


비시사(非時死)


내가 앞글에서 횡사(橫死)에 대하여 잠깐 언급하였다.

게서 이르길 이러했다.

(※ 참고 글 : ☞ 2009/09/08 - [상학(相學)] - 횡재(橫財))


‘이를 업보(業報)라 하는 이도 있고,

조상의 음덕(蔭德)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혹자는 믿음의 열매라고 하는 이도 있다.’


그러자 어떤 자가 있어 불교에선 이를 어찌 말하는가?

이리 묻는다.

불교는 실로 복잡하다.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의론(議論)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뤘다 고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래 그야말로 장광설(長廣舌)이다.


무착(無着, 阿僧伽, Asanga), 세친(世親, 婆藪槃豆, Vasubandhu) 등의

대논사를 필두로 대승불교의 수많은 논사들이 펴놓은 논(論)은,

실로 세상 사람들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그 궁극까지 추구하였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때는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여러 분파(分派) 간에 대립, 논쟁을 벌였으니,

도대체가 그 정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진리를 파지(把持)하기 위한 열렬한 구도행의 결과인가?

물론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가능하였던 이유 중의 하나를 유한(有閑)에서 찾는다.

무착이나 세친은 바라문 출신이며,

귀양 가서 수많은 저작을 남긴 정약용은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업에 급급하였다면,

제 아무리 머리가 명석하였다한들 큰 업적을 이루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여간 역설적이지 않다.

공(空)을 말하고, 의(義)를 논하되,

현실에선 안정적 물적 토대에 의지하고서야 그 소론을 힘껏 펼 수 있다.


요는 노예, 노비 등의 하부구조, 그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신행(信行)을 함께 하는 이들의 협조내지는 협력을 왜 아니 제외하랴?

그것은 그러하고 이제 횡사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이부종륜론(異部宗輪論)에 따르면,

無非時死 先業所得라하였다.

(※ 異部宗輪論 是記載部派佛教時期各派教義異同點的論書,題為世友菩薩撰。)


이에 대한 규기(窺基)의 술기(述記) 내용을 보자.

(※ 窺基 : 당나라 법상종 인물,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자은대사(慈恩大師)가 그다.)


諸非時死皆先業得。無由橫緣。有非時死。過去曾行此橫緣故。今方橫死。非無先業。今橫有果。其轉壽業作福業故。而便短壽者。舊有先業。今由現緣。

(※ 先業 : 宿業, 지난 세상에서 지은 업)


때 없이 죽는(非時死) 모든 이는 모두 전생의 업보이다.

급작스런 연으로 그러한 게 아니다.

비시사(非時死)가 있다면,

과거에 이미 행한 것이 금번의 급작스런 원인이 되는 게다.

금방 횡사하는 것은 전생의 업보가 아닌 것이 없다.

금번의 횡사는 결과인 게라.

수명의 업이 변하면 복업을 짓는 연고가 된다.

그런즉 문득 단명하는 자는 모두 전생의 업이 있는 게라.

이게 현재의 인연을 짓는 까닭인 것이다.


그런데 유부(有部)에서는 이와는 반대다.

즉 비시사(非時死)를 주장한다.

대승불교 역시 비시사를 주장한다.


瑜伽論云。云何死。謂由壽量極故。此有三種。謂壽盡故。福盡故。不避不平等故。云何不避不平等故死。如世尊說。九因九緣。未盡壽量而死。何等為九。謂食無度量。食於不宜。不消復食。生而不吐。熟而持之。不近醫藥。不知於己。若損若益。非時非量。行非梵行。此名非時死。(習字函第一卷)。


유가론(瑜伽論)에 이르길,

어찌 죽는 것을 일러 목숨의 양이 극에 다다랐다 하는가?

여기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수명이 다하거나, 복이 다하는 경우,

그리고 불평등을 피하지 못한 경우.


불평등을 피하지 못한 경우란 무엇을 이르는가?

세존이 설하셨듯이 아홉 가지 인(因)과 아홉 가지 연(緣)에 따라,

수명이 다하지 않고 죽는 경우이다.

무엇이 아홉인가?


먹는 것에 도량이 없는 것,

마땅치 않게 먹는 것.

소화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먹는 것.

날것인데도 뱉지 않는 것.

익었는데도 가지고 있는 것.

의약품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

자기에 대해 아지 못하는 것. 

손해가 되고 이익이 됨을 아지 못하는 것.

제 때도 아니고, 양에 맞지 않게 범행(불도의 수행)을 행하지 않는 것.

이를 비시사(非時死) 즉 때에 맞지 않는 죽음이라 이른다.


智度云。橫死者謂無罪而死。或壽未盡。錯投藥故。或不順藥法。或無看病人。或飢渴寒熱等夭命。是名橫死。(形字函第六卷)。


지도(智度)에 이르길,

횡사자는 죄가 없음에 죽는 것을 말한다.


혹은 투약에 잘못이 있는 고로, 수명이 다하지 않았다든가,

혹은 약 쓰는 법이 순리를 벗어났거나,

혹은 병자를 돌보지 못하였다든가,

혹은 기갈이 들고, 춥고 더워 요절하는 경우,

이를 이름하여 횡사(橫死)라 한다.


그러니까, 비시사(非時死)란 전생의 업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아홉 가지 인연에 따라, 죄 없이 죽는 것을 이른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현장이 역한 약사본원공덕경에 등장하는 아홉 가지 횡사를 알아본다.


(三)玄奘譯之藥師本願功德經舉出九種橫死(又稱九橫、橫死九法、九橫死),即:(1)患病不得醫藥而死。(2)觸犯國法處死刑而死。(3)荒淫冶遊,而為非人(惡鬼等)奪取精氣而死。(4)火焚而死。(5)溺水而死。(6)為諸惡獸噉死。(7)從絕壁、山崖墮死。(8)毒死。(9)饑渴而死。


(1) 병이 났는데 의약이 없어 죽는 것,

(2) 사형에 해당되는 국법에 저촉되어 죽는 것.

(3) 황음하여 놀아나거나, 사람이 아닌 즉 악귀 등에 정기를 빼앗겨 죽는 것.

(4) 불에 타 죽는 것,

(5) 물에 빠져 죽는 것,

(6) 나쁜 짐승에 잡아먹히는 것.

(7) 절벽,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는 것.

(8) 독에 죽는 것.

(9) 기갈로 죽는 것.


橫死

指非因往世之業果致死,而係遭意外災禍死亡者,稱為橫死。又作非時死、不慮死、事故死。


횡사란 지난 세상에 지은 업으로 인한 과보로 죽는 것이 아닌 것을 지칭한다.

의외의 재화를 만나 죽는 경우 횡사라 한다.

또 비시사(非時死), 불려사(不慮死), 사고사(事故死)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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