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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소요유 : 2017. 7. 23. 20:01


서울에서 여기 농장으로 데려온 길고양이에 대하여 앞에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농장 밭엔 기왕의 들고양이들이 이미 살고 있음이니,

이들이 간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온다.


이들끼리는 서로 융화가 아니 되어,

다툰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먹이는 얼마든지 나눠줄 수 있지만,

서로 싸우면 곤란하다.


타이르기도 하고, 야단도 쳤지만,

일일이 지킬 수도 없으니 그저 일이 되어가는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고양이 하나가 아기 고양이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제일 염려하였던 것인데 드디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기 고양이들은 총 넷인데 이들의 명운(命運)은 또 어찌 될 터인가?


젖을 먹여야 하니까,

어미 고양이에게 좋은 먹이를 충분히 공급하기로 하였다.

야단도 치지 않고 어르며 달래가며 하루 몇 차례 먹이를 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서울에서 데려온 녀석은 그리 가까이에서 보살펴주었는데,

이제껏 곁을 내주지 않았었다.

이제 들고양이에게 매일 정식으로 밥을 챙겨주니까,

이 서울 출신 고양이가 밥을 줄 때 가까이 다가와,

제 몸을 기꺼이 내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손으로 밥을 건네면 선뜻 다가와 핥듯이 받아먹기까지 한다.

아마도 비상한 일이 벌어졌으니,

내심 밥 급식에 탈이 날까 염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밥을 차릴 때,

들고양이는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크게 뜨고는 멀리서 경계를 한다.

하지만 내가 물러서면 달려와 밥을 먹는다.

이 모습이 매일 한결 같은즉,

녀석이 기특도 하거니와,

한편으론 산다는 것이 너무도 슬퍼진다.

도대체 저들은 저리 가혹한 환경 하에서,

어이하여 태어나고 죽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 말이다.


저 고양이 간절한 눈빛을 보자하니,

문득 선가(禪家)에서 흔히 이르는 말이 생각난다.


凡本參公案上切心做工夫。如雞抱卵。如猫捕鼠。如飢思食。如渴思水。如兒憶母。必有透徹之期。

(禪家龜鑑)


“무릇 공안을 참구할 때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느니.


마치 닭이 알을 품듯이,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마치 배고픈 이가 밥을 생각하듯이,

마치 목마른 이가 물을 생각하듯이,

마치 어린 아이가 어미를 그리워하듯 하면,

반드시 뚫어낼 때가 있으리라.”


서산퇴은선사(西山退隱禪師)가 지은 선가귀감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 분은 우리가 익히 아는 서산대사 그 분이다.

휘(諱)는 휴정(休靜), 호(號)는 청허(淸虛)로,

오랫동안 묘향산에 머물렀기에 서산이라 부른다.


나는 이 책을 대학 1학년 때 읽었는데,

그 요의(要意)는 미처 다 깨닫지는 못하였지만,

여기 나오는 如雞抱卵。如猫捕鼠。이 글귀는 사뭇 인상적이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들고양이의 눈빛을 보고는,

오늘 다시 이 책을 생각해보는 인연을 짓는다.


선가귀감은 한국 불교에선 중요하게 취급하여 다룬다.

비교적 얇은 책으로, 일반인들도 선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如雞抱卵。如猫捕鼠。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이 비유는 간절함, 사무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라는 가르침이겠으나,

이것과는 다른 차원의 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닭이나, 고양이의 저 치열한 삶에의 의지로 인해,

저들이 삶을 이어가겠지만,

그로 인해 저들은 저리 진 고통 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랴?


닭들은,

모진 인간들이 좁은 울에 가두고,

부리를 자르고, 날개를 부러뜨려도,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알을 낳고, 병아리를 치는 일에 종사하고 있지 않은가?


고양이 또한 벌레에 뜯기고, 굶기를 밥 먹듯 하면서도,

새끼를 치며 면면히 생을 이어감은 역시나,

저 간절함을 동력으로 하는 것이니,

아, 정녕 그 뜻을 아지 못할세라.


참으로 중생이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까 싶다.


석가모니(釋迦牟尼) 역시 사문유관(四門遊觀) 즉,

동서남북 성문으로 나가 노병사(老病死)의 실상을 목격하며,

존재의 무상성(無常性)을 자각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는 불경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나는 이 보다는 석가모니가 부왕과 함께 성 바깥에 나갔을 때,

밭갈이 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부분이 더욱 인상적이다.

농부와 소는 밭을 가느라 염천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헉헉거린다.

쟁기가 땅을 엎자 벌레들이 뒤집어진다.

이 때 벌레들은 날에 잘리고 피를 흘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새들이 날아들어 주워 먹기 바쁘다.


이를 보고 석가모니가 탄식하는 모습을 경은 이리 그리고 있다.


嗚呼嗚呼!世間眾生,極受諸苦,所謂生老及以病死,兼復受於種種苦惱,展轉其中,不能得離。云何不求捨是諸苦?云何不求厭苦寂智?云何不念免脫生老病死苦因?我今於何得空閑處,思惟如是諸苦惱事?

(佛本行集經)


“오호오호!

세간 중생이란 이리도 극도로 심한 고통을 받는구나!

소위 생노병사는 물론 겸하여 종종의 고뇌를 받는다.

그 가운데 놓여 이리저리 구룬다.


어이하여 저 괴로움을 버리려 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괴로움을 싫어하고, 영원한 지혜를 얻으려 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생로병사의 괴로운 원인을 벗어날 궁리를 틀지 않는가?

나는 어떻게 이제 조용한 곳을 얻어, 저 고뇌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지 않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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