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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長靴)

소요유 : 2017. 7. 21. 11:42


장화(長靴)


장화는 목이 긴 구두나 고무신을 일컫는다.

목이 길기 때문에 발목, 종아리를 보호할 수 있다.


행전(行纏)이나 각반(脚絆)은 일반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이를 발목 부근에 차면, 바짓가랑이를 가지런히 단속해준다.

먼지가 묻는다든가, 바짓가랑이가 날리는 것을 방지해준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물기를 차단시키지는 못한다.


흙일, 진일을 하는 나 같은 농부의 경우,

밭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장화를 신는다.

특히 비가 온다든가, 밭이 질을 때,

장화가 없으면 거의 다닐 수가 없다.

게다가 뱀, 벌레 등으로부터 발을 보호할 수 있기에,

농부에겐 필수품이다.


논에 들어갈 때는 허벅지 또는 가슴께까지 올라오는 장화도 신는가 본데,

나는 논농사를 짓지 않으니 이에 대하여는 잘 모르겠다.


나는 주로 고무로 된 일반적인 장화를 신었는데,

공기장화라고 아주 가벼운 소재의 장화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발목에 피부염이 곧잘 생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신발가게 주인도 그런 예가 있다고 증언하였다.

나도 지난해엔 이것을 신었다가 발목에 피부염이 생겼다.

바로 벗어 버리고 일반 고무장화를 사서 신었는데,

그이후론 피부염이 없어졌다.


장화를 신을 때에는 긴 목 위로 한발을 들어 집어넣어야 하기에,

나머지 외발은 그 동안 몸을 지탱하여야 한다.

몸 중심을 잡지 못하면 쓰러질 수 있다.

이게 힘든 이는 앉아서 장화를 신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몸을 낮추어 최대한 무게 중심을 아래로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요추, 척추 근육을 움직여 굴신(屈身)하여야 한다.

기립(起立) 동물인 사람이 굴신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 때 일어난다.

이 때 사람은 비로소 굴신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할 때를 맞았는데도 만약 굴신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댓가를 치르게 된다.


燕國小,辟遠,力不能制,於是屈身下士,先禮郭隗以招賢者。

(史記, 樂毅列傳)


“연나라는 작고, 멀리 궁벽한 곳에 위치하여, 국력은 약했다.

이에 신분이 낮은 선비에게도 굴신하고,

곽외의 선례를 따라 현자를 초빙하였다.”


연나라가 제나라로부터 패하자,

왕은 치욕을 갚으려 큰 뜻을 세웠다.


이 때 처음으로 한 일이,

허리를 굽히는 일이었다.

이에 따라 천하로부터 인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위(魏)로부터 악의(樂毅), 제(齊)로부터 추연(鄒衍) 등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힘을 길러, 

제나라를 쳐서 이긴다.

(※ 참고 글 : ☞ 곽외(郭隗))


자유한국당의 대표 홍준표가 수해 현장에 가서,

장화를 신는 사진을 오늘 아침 보았다.

(※ 참고 : ☞ 수해 복구 현장 찾은 홍준표 대표가 장화를 신는 방법)

이를 보자 한 생각 떠올라 간단히 옛일을 상기해보았다.


어린아이가 척추에 힘이 올라 꼿꼿해지면,

제 몸 하나는 간수할 힘이 생긴다.

하여 이때부터는 부모가 신발을 신겨주지도 않고, 옷을 입혀주지도 않게 된다.

그리고 이후부터 신발을 신을 때는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법을 배우게 된다.

직립 인간이 굴신(屈身)하는 법을 깨우치게 될 때,

비로소 사람은 하나의 인격으로 성장할 계기를 만나게 된다.


명색이 봉사 현장에 임하였음인데,

한낱 장화를 신고, 벗는데 다른 사람의 봉사를 받아야 할 지경이라면,

정녕 수해를 당한 이들은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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