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농사 : 2019. 1. 29. 16:46



얼마 전 혹한에 비닐하우스 비닐이 찢어졌다.

찢어진 곳이 높아서, 혼자 힘으로 수선하기엔 좀 벅차 보여,

비닐하우스 업자를 불러 들였다.


이 이가 들러보더니,

전체를 다시 갈아버리자고 권한다.

새로 비닐을 교체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았고,

지난해엔 돌풍으로 일부 벗겨진 것을,

다시 새로 덮었던 것이라,

외려 지금은 더 튼튼한 편이다.


헌데, 매년 이 짓을 또 할 일이 있으랴?


수선만 부탁하였다.

그러자, 이 이가 자재를 수배하고,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아무 연락도 없다.


나중에 내가 직접 나서 구멍 난 곳만,

다시 수선하여 고쳤다.


그날 이 자가 떠나고 나자,

멀리서 보니 주차장에 무엇인가 버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하여 나가보니, 핫팩이 던져져 있는 것이다.


쓰레기 한 톨인들 농장 안엔 흘려진 것이 없다.

게다가, 저 농장 안엔 이제껏, 

단 한 줌의 시멘트도 들이지 않았다.

흙을 귀하게 여기기에,

비닐하우스 외엔,

인공물은 의식적으로 가급적 들이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있다면, 쇠파이프, 쇠스랑, 호미 등 쇠붙이가 있을 뿐이다.

허니,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四大) 본원 물질내지는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오행 純물질만 받아들이려 하였다.


헌즉, 저 주차장 역시 포장되어 있지 않고,

다만 풀로 덮여 있을 뿐이다.

나는 풀이 무성하여,

차바퀴가 엉길 우려가 있을 때만 예초기로 슬겅슬겅 잘라줄 뿐,

그냥 내버려둔다.


처음엔 비에 흙이 패이고,

물골이 나며 울퉁불퉁해서 몇 년 고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풀이 온 땅을 다 장악하여,

비가 아무리 와도, 풀이 흡수하고, 넘치는 것은 표면 위로 방류하여,

흙이 거의 패이지 않는다. 



(초원의 빛 블루베리 주차장 바닥)


거기를 걷다보면,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푹신푹신하다.

나는 이런 풀밭을 걷는 느낌을 즐긴다.

대지가 내 발의 무게를 거부하지 않고 품어준다.

이런 경험은 귀하다.

농부가 되어 얻게 되는 이런 행복감은 고맙기 짝이 없다.


딱딱한 포도(鋪道)를 걸으면,

발바닥과 도로는 서로를 의식하며,

긴장하며, 상대를 밀어낸다.


농장 안도 마찬가지지만,

주차장 역시 지수화풍 4대외,

인공물을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하였다.


아, 그런데, 아닌 것이 하나 있기는 하구나.

내가 만든 조류퇴치기, 이것은 전자 장비다.

이것만큼은 흉물이구나.

새 피해가 적지 않아, 설치한 것이로되,

이 역시 어느 때인가 제거하리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시 돌아와,

주차장 앞에 선다.

어찌 저 정갈한 곳에 쓰레기를 버릴 생각을 할 수 있으랴?

게다가 방문객이 자신밖에 없는데,

자신이 버렸다는 것이 바로 표가 날 일이 아닌가?

저들은 전국토를 쓰레기터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천박한 이들이다.


시골 농장을 개설하면서,

수많은 작업 인부를 만났다.

그리고, 저들을 이윽고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열에 아홉은 대개 약속 지키지 않고, 욕심 사납고, 

침 함부로 뱉고, 쓰레기 마구 버리고,

뻔뻔하고, 경우가 없고, 염치가 없는 등, 

엉터리 일색이다.

저들은 영 내 성정에 맞지 않는다.

무지스러운 것은 넘길 수 있지만,

천한 것은 참을 수 없이 흉타.


이 이야기를 왜 하게 되었는가?

오늘 글 하나를 읽었기에 이를 되비추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글 내용을 여기에 요약 정리해둔다.


”The soil is the poor man’s tropical rain forest”


토양은 가난한 사람의 열대 우림(雨林)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 말은 M.B. Usher가 하였다 한다.


좁은 땅에 있는 생명의 다양한 형태를 발견하기 위해서, 

결코 먼 곳을 여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자신의 발밑을 보면. 토양은 수많은 생명이 바글바글 거리며,

우리의 기대를 넘어 선다.


한 줌의 비옥한 흙엔 수 천종의 생물이 살며,

수십억의 박테리아가 있으며,

균류의 균사는 수 미터에 이른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토양은 급속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

음식의 안정성, 기후 변화와 적응성, 수질, 토양의 다양성 등에 있어,

전 지구적 도전은 우리의 생명,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비옥한 경작지 1 헥타르의 표토에 있는 유기생물의 생물량(biomass)은,

60 마리의 양 또는 다섯 마리의 소와 맞먹는다.

또한 이 양은 초지나 숲보다 더 많다.


역동적 환경 속에 사는 상호 연계된 유기체들의 복잡성은,

포식자와 먹이 사이의 관계라든가, 에너지 물질 교환과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토양 시스템 안에 있는 각 유기체(생명체)는 제 각각 역할이 있고,

먹이 그물 상(上), 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Faber, Global Soil Biodiversity Atlas 2015)


유기체의 큰 그룹은 죽은 사체를 해체하고, 분해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기본적 분해자는 박테리아와 균류(곰팡이류)다.


또 다른 그룹으론 박테리아를 먹는다든가, 균류를 먹는 생명들,

그리고 식물의 뿌리를 먹는 미소(微小) 초식동물, 동물들이 있다.


어떤 유기체는 매우 선택적이라, 특정 먹이만 취하며,

반면에 어떤 것들은 잡식이라 여러 유기체를 먹이로 한다.


모든 이러한 영양학적 상호 작용이라든가, 생물학적 활동은,

탄소와 영양 사이클을 형성한다든가,

토양 구조를 만들고, 질병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토양 생태학적 균형에 이바지 한다.


(ⒸFaber, Goede

A : 쓰레기 청소부, 토양 표면 가까이 산다. 

B : 쓰레기 청소부, 토양 깊숙히 항구적인 굴을 파고 산다. 

C : 토양 표면 가까이에서 흙을 먹고 산다.)


지렁이는 에코시스템의 엔지니어다. 

이들은 토양환경을 바꾼다.

하여, 통상 농작물 수확량을 이들이 없을 때에 비해,

25% 증가 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 작용 메커니즘은 식물체의 인(P)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인은 토양 속에서 이동이 잘 되지 않는 물질이다.


(※ 참고로 블루베리의 경우, 지렁이의 존재가 그리 귀하지 않다.

왜냐하면, 뿌리를 해친다는 보고도 있으며,

더욱 지렁이 분변토는 토양을 알칼리로 만드는데,

이는 산성토에서 잘 자라는 블루베리가 원하지 않는 바이기 때문이다.

또한 블루베리의 인 요구량은 미미한 즉,

이런 효과 기능을 별로 고려할 바 없다.

Ca, P, Mg, B 따위는 산성이 강할수록 식물이 이용하기 어렵다.

이 말에 기대어 보자면,

거꾸로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블루베리는,

이들에 대한 요구량이 적다고 이해할 필요가 있게 된다.

한마디로 블루베리는 땅이 척박해야 잘 자라는 것이다.

본질을 모르면, 엉뚱한 짓을 하게 된다.

혹간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부가, 자신의 밭에 지렁이가 많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혀 사정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 하겠다.)


오늘 내가 읽은 글에 나오지 않지만,

이 글과 관련되어 몇 마디 덧붙인다.


식물 뿌리에선 삼출액(滲出液, exudation)이 분비된다.

이를 내어 땅속 생명들을 기른다.

저들의 어미가 되어 억조 생명(생명)을 자라게 한다.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그리 키운 생명체들은 다시, 무기물을 분해시고,

유기물을 잘게 분쇄하고, 해체하고, 녹여,

식물이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로써, 생태시스템은 사이클을 형성하여, 안정화시킨다.

(※ 참고 글 : ☞ 삼출물)


헌데, 오늘날의 현대 농법이란 것은,

애오라지 N, P, K로 환원된 무기질 비료만을 투입하며,

지상의 모든 풀을 적으로 돌리며, 벌레들을 원수로 대한다.

그 뿐인가?

열매뿐이 아니고, 볏짚처럼 나머지 잔사물까지 깡그리 훑어가버린다.

과시 변경에 사는 오랑캐가 추수철만 되면,

변경을 넘어 쳐들어와서는, 온갖 곡식, 가축을 빼앗아가며,

급기야, 처녀까지 잡아가는 것과 매한가지가 아니랴?


도대체가 흙속엔 아무런 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미생물, 소동물도 사라진 흙,

헌즉, 배가 고픈 식물은 도리 없이,

인간이 주는 비료에만 의지할 수밖에.

이러함이니, 토양은 급속히 황폐화되고,

연년세세 뿌려대는 비료가 축적이 되고,

농약이 잔류하며 더욱 죽어갈 밖에.


생명이 죽어나간 자리.

오로지 작물만 이악스럽게 키워지고 있다.


나중엔 흙도 없애버리고,

양액재배(nutriculture)란 이름으로 물속에서 키우며,

때론 베드(bed)에 꼽아놓고 물비료만 주어 키워내고 있다.

최근 등장한 aquaponics 농법이란 것도,

우습게도 유기농이라 자칭하고 있지만,

이 역시 흙에서 키우지 않는다.

가증스런 짓거리다.


게다가 요즘엔 LED농법이라, 

햇빛도 인공으로 통제하고,

재배상을 층층이 단을 쌓아 공장을 방불하게 만들어놓고 있다.

삿된 짓거리다.


왜 그런가?


저긴 도대체가 생태환경(Ecosystem)이 부재하며,

생물학적 고려가 거세되어 있다.

agro-ecosystems

농업이란 생명을 상대로 하는 인간의 행위인데,

다만 공학적 접근 태도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농업이 아니라, 농공학일 뿐이다.

마치 오늘날 생물학이 생명공학으로 변질 되는 것과 엇비슷하다.


생명에 대한 접근은 사라지고, 기능적 고려만 남아 있고,

생태, 삶에 대한 성찰은 사라지고, 

경제적 효율, 부의 획득만 유일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아시는가?

이미 우리나라 농진청에선 GM벼와 GM콩, GM잔디를 실험하고 있으며,

일반 벼가 자라는 논 옆에 키우고 있다.

GM 유전자가 일반 벼와 교잡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농진청에선 안전하다.

상업화를 꾀하는 것은 아니다 이리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모레,

결국은 상업화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반GMO 전북도민행동,

2017년 농민들이 'GMO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장승제'를 열었다.)


본디 씨앗이란 농부들이 파종하고, 식물들이 싹을 틔우는 일을 돕고,

결실을 수확하고, 보관하며, 내일을 기약하였던 것이다.

헌데, 종자회사는 신품종이란 미명하에, 

농부들이 가지고 있던 씨앗을 버리게 하고,

모두들 이를 사다 쓰는 노예로 전락시켜 버리고 말았다.

이젠 저들의 덫에 걸리고, 고삐에 매여,

잡아 당기는 대로 마냥 끌려 다니는 마소(牛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슬픈 일이다.


급기야, 저들은 GMO란 괴물까지 등장시키고 말았으니,

농부들은 화들짝 놀라 저리들 노심초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가기관 농진청 역시 농민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예속되어, 앞장서서 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흉하다.


거국적(擧國的), 거세적(擧世的)으로,

왼통 반생태적이며, 반환경적이며, 반윤리적인 짓에,

단 일각이라도 뒤쳐질까 안절부절 뜀뛰기 경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헌즉, 저 비닐하우스 인부처럼,

미망(迷妄)에 빠진, 우매(愚昧)한 자들은,

제 손에 든 쓰레기를 처리하는데만 관심이 있지,

토양을 오염시키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 따위는 문제꺼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미루지 말고,

뜻을 가진 이는,

오늘 당장 이런 고약스럽고도, 흉칙한 짓을 막는 일에 동참을 할 일이다.


나는 농부가 된 이래,

이런 뜻을 세우고,

내 철학, 농철학을,

여기 이 땅에 실천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제 올해부터, 

블루베리에 대한 공부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토종(씨앗) 중심의 텃밭 농사를 늘려가며,

농업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는 일에 적극 힘을 낼 계획이다.


올해부터 열심히 토종 씨앗을 심고,

텃밭을 더욱 사랑하려 한다.

그러면, 흉한 내 마음도 덩달아, 좀 더 착해지리란 기대가 있다.

하여, 토종 씨앗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기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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